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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그림자는 두 번, 플레이어는 백 번 죽는다... 프롬 '세키로: Shadows Die Twice'

등록일 2019년04월05일 09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맛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렇지만 또 묘한 쾌감과 중독성에 다시 찾게 되는 '매운 맛'. 음식업계의 매운 맛으로는 '불닭볶음면'이 유명하다면 게임업계에서는 '다크소울' 시리즈와 '블러드 본' 등으로 뭇 게이머의 패드를 박살낸 '프롬 소프트웨어'가 매운 맛 장인으로 통한다. 시리즈마다 세계관과 스토리는 다르지만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와 인내심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특유의 난이도가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의 특징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매운 맛 장인 프롬 소프트웨어가 하드코어 게임에 익숙해졌을 게이머들을 위해 새로운 작품을 들고 왔다. 지난 3월 22일 정식 발매된 '세키로: Shadows Die Twice(이하 세키로)'가 그 주인공. 이번 작품은 전국시대 일본의 아시나를 배경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는 주군을 잃은 닌자 '늑대'가 되어 황자를 되찾아야 한다.

 

프롬의 게임인 만큼 출시 이전부터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는데, 공식적으로 “이번 작품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듯이 '세키로'는 쉽지 않은, 그러나 계속 도전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을 지닌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기존의 프롬 소프트웨어의 작품들, 소위 '소울본' 시리즈와는 많은 변화들을 엿볼 수 있어 좀더 많은 이들에게 도전의 재미를 주려는 의도를 느낄 수도 있다.

 

멀티 플레이를 희생한 대신 '세키로'가 얻은 것

 



 

'세키로'와 '소울본'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의 존재 유무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추가해 진행 도중 막히는 경우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스테이지 곳곳에 플레이어들이 메시지를 남겨 숨겨진 요소나 길을 알려주는 등의 재미를 주었지만, '세키로'는 타 플레이어의 개입이 불가능한 완전한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이에 멀티 플레이 요소가 없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그러나 '세키로'는 멀티 플레이를 희생한 대신 많은 것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직 이동 개념의 추가다.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고려할 경우 다수 플레이어들이 여기저기로 날아다닐 수 있는 수직 이동을 추가하기 힘들지만, 싱글 플레이 게임인 '세키로'에서는 무리 없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에서 멀리 떨어진 목표 지점을 보면 한숨만 나오던 것과 달리 '세키로'에서는 갈고리 액션을 통해 보다 시원시원한 이동이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게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많이 친절해졌다. 게임의 설정을 중시하는 프롬 소프트웨어는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세계관의 대략적인 이야기와 변화 만을 서술하는 두루뭉술한 서사 구조를 채택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없는 만큼 모든 플레이어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설정인데, 스토리 라인과 갈등 구조가 명확하던 기존의 게임을 즐긴 유저들에게는 불친절할 수 있어 아쉬운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세키로'에서 플레이어는 주인공 '늑대'가 되어 황자를 구출해야 한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 받는 것은 물론, 게임 진행 도중에도 등장인물들이 친절하게 말이나 글로 다음 행선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덕분에 텍스트를 주의해서 읽으면 막히는 구간 없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다. 보스로 등장하는 적들 역시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에 비하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몰입도도 높다고 느껴졌다.

 

'체간'으로 느끼는 최고의 긴장감, '히트 앤 런'은 통하지 않는다

 



 

강적과의 1대 1로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재미는 '세키로'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체간'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다. '체간'은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서로 검을 주고 받는 '합'을 게임에 구현한 것으로, 검을 부딪히면서 '체간'이 상승하고 상대의 '체간'을 끝까지 채울 경우에는 일격에 적을 마무리할 수 있다.

 

'체간'을 쌓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의 공격을 제때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방어하면 무기를 튕겨낼 수 있는데, 순간 적의 태세를 무너트릴 수 있어 '소울본' 시리즈의 '패링'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튕겨내기'를 제때 사용하기 위해 적의 공격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상대의 공격과 방어를 유도할 수도 있는 만큼, 공격에 따라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

 



 

회피의 성능이 크게 저하된 것도 기존 '소울본' 시리즈와 큰 차이점이다. '소울본' 시리즈에서는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공격을 하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졌지만, '세키로'에서는 회피의 성능이 그리 좋지 못하다. 적의 공격을 피한 것처럼 보여도 공격의 사정거리가 길어 공격을 받거나 적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공격당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별도의 표시를 통해 확실하게 알려주고 '밟기'나 '간파하기' 등 회피를 대신하는 반격 시스템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세키로' 만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닌자'

 



 

'세키로'의 보스전은 1대 1 '일기토' 그 자체이지만, 일반적인 스테이지 진행 과정이나 중간보스와의 전투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적을 해치울 수 있다. 프롬 측이 게임의 주인공 '늑대'가 사무라이가 아닌 닌자임을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력과 회생 게이지, 공격력의 상승을 제외하면 '세키로'에서는 성장 요소가 전무한데, 이를 대체하는 것이 다양한 기술 및 '닌자 도구'다.

 



 

기본적으로 '세키로'는 잠입과 암살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소울본'처럼 여러 적이 몰려있는 경우, 한 마리씩 밖으로 불러내 1대 1 대결을 펼칠 수도 있지만 적의 배후로 돌아가 암살을 할 경우 적의 체력이나 방어력에 상관없이 단칼에 적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적의 AI도 그리 높지 않아 실수를 하더라도 다른 장소로 잠시 피신했다가 돌아오면 다시 암살을 시도할 수 있다. 공중에서도 암살이 가능한 만큼, 지형을 살피고 소위 '암살 각'을 노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추구하는 플레이도 '세키로'의 매력이다. 대부분의 중간 보스들은 배후에서 암살을 1회 시도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고 있으며, 저마다 난이도를 크게 낮춰줄 수 있는 약점 도구들을 가지고 있다. 전투 방식도 상기한 1대 1 이외에도 갈고리를 이용해 공격을 일방적으로 피하거나 움직임 사이를 포착해 공격하는 등의 온갖 편법들을 사용할 수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플레이어의 지혜를 바탕으로 강적을 물리치는 데서 오는 짜릿함은 '세키로'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초심자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프롬의 작지만 큰 배려들

 



 

난이도와는 별개로 이번 '세키로'에서는 유저 편의성이 향상되었다. 이전까지의 작품이 불친절한 설계 및 다양한 함정들로 인해 유저를 작정하고 죽이려 드는 '유저 적대적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그림자는 두 번 죽는다'라는 게임의 부제의 의미이기도 한 '회생'이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죽은 뒤 다시 부활할 수 있다. 보스 전을 제외한 일반 스테이지 진행 과정에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생 게이지 만큼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스테이지 중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함정이나 예상치 못했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게임의 체크 포인트 역할을 하는 '귀불'의 위치에서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에서는 체크 포인트 역할을 하는 '화톳불'이나 '등불'의 위치가 보스전과 멀어 이동에도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세키로'에서는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귀불'의 배치가 후한 편이다. 이동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의 죽음에 대한 부담 역시 덜 수 있는 좋은 발전이다.

 

이 밖에도 게임 내에서 사망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금전과 스킬 포인트를 대량으로 잃지만, 금전을 저장할 수 있는 아이템인 '주머니'를 통해 금전 손실을 줄여줄 수 있으며, 스킬 포인트의 경우 한번 게이지를 채우면 해당 수치 이하로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심지어 '세키로'에서는 피할 수 없는 특수한 형태의 공격에 대해서는 미리 경고까지 해주는 등, 공략에서도 보다 플레이어를 배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게임 내에서 모든 문서를 주워 확인하며 길을 찾아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스테이지 입장 조건이나 숨겨진 아이템의 위치도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보다 개선된 편의성을 느껴볼 수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도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가 너무 하드코어하다는 의견들을 인식해 점차 대중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은 유저가 합니다. '세키로'의 레벨 디자인

 



 

'세키로'의 레벨 디자인은 마치 시험 공부를 하는 듯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보스전으로 진입하기 전 만나는 다양한 졸개들과 중간 보스들을 통해 '체간'과 '간파하기' 등의 기본 조작법을 숙련하고 나면 매 스테이지마다 유저들에게 가혹한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보스들과 만나게 된다.

 

매 보스전마다 지금까지는 겪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적이 등장한다. 사용하는 무기도 저마다 달라서 일본도를 통한 공격의 흐름과 '튕겨내기' 타이밍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창을 쓰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후반부로 진입하면 이제는 '튕겨내기'로도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강적들이 등장해 플레이어를 성장시켜준다.

 



 

더군다나 이번 '세키로'에서는 레벨 개념이 사라져 막히는 구간에서 레벨을 마구 올려 찍어 누르는 방식의 도전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실력 상승과 여기에서 느껴지는 성취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게임 초반에는 졸개 하나에도 쩔쩔매던 플레이어가 실력 하나 만으로 액션 영화에서 나올법한 화려한 검극을 주고받게 되는 경험은 '세키로'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본 작품 최악의 적, 카메라

 



 

다른 3인칭 액션 게임이 공유하는 문제이지만, 시점과 관련된 불편함은 '세키로'의 가장 큰 단점이다. 지속적으로 적에게 시점을 고정하고 공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지만, 카메라 시점 처리가 불편해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플레이어가 구석에 몰릴 경우 적의 행동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적이 화면 밖으로 높이 점프를 하는 경우에도 '록 온' 상태가 해제되어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보스전은 좁은 곳에서 진행되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고영 도당족 태도'를 비롯해 일부 보스들은 좁은 곳에서 전투를 하게 되는데, 플레이어의 대응이 늦은 것이 아니라 적의 공격이 아예 보이지 않는 불합리한 조건들을 많이 느꼈다. 시점 문제는 '세키로' 뿐만이 아닌 프롬 소프트웨어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차기작에서는 개선을 기대해본다.

 

'세키로'로 진화하는 프롬 소프트웨어, 얼큰한 매운 맛을 느껴보자

 



 

게임업계 매운 맛 장인 프롬 소프트웨어가 자신 있게 선보인 새로운 메뉴 '세키로'는 명성에 걸맞게 맵지만 자꾸만 끌리는 중독성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매운 맛만 선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세키로'에서는 기존의 '소울본' 시리즈와는 색다른 매력과 함께 유저들을 배려한 여러 편의성들을 개선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사가 고집하던 특유의 불친절함과 불편함을 대폭 개선한 만큼, 차기작 역시 '세키로'와 비슷한 방향성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프롬 소프트웨어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인 시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적과의 정정당당한 1대 1 승부를 추구하는 게임성과 달리, 시점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보스전에 집중한 대신 게임의 전체적인 볼륨이 빈약해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 필요하다. 숨겨진 요소나 진엔딩 등의 다회차 요소를 마련하긴 했지만 하드코어 유저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콘텐츠가 부족할 수 있다. 물론 기자 같은 평민에게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이니, 가성비와 관련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세키로'를 통해 '소울본' 시리즈가 계속해서 발전할 여지가 있음을 증명했다.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두피가 간지러울 정도로 매운 게임이지만, '체간'이 주는 짜릿함과 오로지 실력 하나로만 난관을 극복하는 즐거움은 '소울본' 이상이니 부담 없이 '세키로'의 매운 맛을 만끽해보자.

 

백인석 기자 (quazina@gamefocus.co.kr)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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