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임사 직원의 권한 남용, 개인의 일탈보다 시스템 실패에 초점 둬야

등록일 2020년09월18일 10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만 굵직한 사건이 두 번째다. 게임사 관계자의 권한 남용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면서 항상 말미에 "게임사들의 각별한 주의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을 적어두는데,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같은 문장을 수도 없이 쓴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최근 게이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정'이기에 내부 관계자의 권한 악용 및 남용은 게임의 운명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내가 노력한 만큼 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다른 플레이어가 나보다 유리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공정'이다. 내부 관계자가 정보나 권한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물론, 게임사가 게임 출시 후 직원들에게 자사 게임 이용 장려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재화 역시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공정'에서 어긋나는 행위다.

 

동시에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게임의 기획 및 개발, 그리고 서비스를 기대한다. 게임 개발의 핵심은 언제나 '사용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하기에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내부 관계자들이 게임을 즐겨야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게임의 업데이트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흔히 나오는 "내부에서 게임을 해보긴 하느냐"라는 이야기들이 게이머들이 바라는 지점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결국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의 기획, 개발, 업데이트를 위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면서도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공정'의 기준을 맞춰야 하는 것이 게임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물론 내부 관계자의 권한 남용 방지는 당연히 전제되어야 한다.

 

내부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깊이 즐기고 게임에 대해 더 알수록 권한 악용에 대한 위험도 역시 높아지니 게임사들의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 서버만으로는 이용자들이 느끼는 실제 게임 환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내부 관계자를 라이브 서버로부터 100% 분리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최근 내부 관계자의 권한 남용과 관련된 사과문 및 입장문을 보면 게임사 측의 관리 감독 실패가 아닌 개인의 일탈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권한 남용에 대한 게임사들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약속한 것처럼 "게임사는 방지 대책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나쁜 개인이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 들고 권한을 남용해 문제가 발생했다"라는 논조가 주를 이룬다. 각 게임사들이 약속한 듯이 외치는 '관계자에 대한 엄벌'이나 '강화된 재발 방지 대책'은 덤. 

 

그러나 관계자의 권한 남용과 관련된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경우, 개발진과 게이머들 사이의 '의심암귀(疑心暗鬼)'만 낳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관계자의 권한 남용과 관련된 사건사고 사례가 쌓여가면서 게이머들의 불신도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커지고 있다. '나쁜 개인'으로 인한 문제라는 해명을 반복할수록 "혹시 내가 즐기는 게임의 랭커도?" 또는 "내 게임의 관계자는 또 어떤 방식으로 배를 불릴까"라는 등의 의혹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즐기는 게임의 관계자 및 개발진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황에서 게임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생길 수는 없는 일이다. 

 

게임사가 명확히 해야할 부분은 '나쁜 개인'이 아니라 '미흡한 게임사 측의 시스템'과 앞으로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개인이 나쁜 생각을 가지고 시스템 상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식의 해명이 아니라 내부 모니터링 및 교육 시스템이 미흡해 개인의 나쁜 행동을 사전에 탐지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게임사에서 찾을 때 비로소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투명성 역시 중요하다. 재발 방지 대책 강화를 약속한 게임은 많지만, 이후에도 어떻게 내부 관계자들을 모니터링하고 교육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밝힌 게임사는 없다. 설마 "관계자도 엄벌 징계를 했으니 누가 또 사고를 치겠는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건사고를 덮어두고 있는 것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즐기는 게임에서는 어떻게 관계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또 권한을 남용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게 게이머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최근 문제가 된 모 게임은 이미 서비스 초창기 비슷한 사건사고를 겪은 바 있다. 여기에 서비스 중인 다른 게임에서도 심심할 만 하면 관계자의 권한 남용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이다. 개인이 아닌 게임사 내부의 시스템으로 책임을 돌리면 관점도 달라질 것이다. 다음 사건사고 한번이면 정말로 게이머들이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부디 걱정없이 공정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길 바란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