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발할라 살인'의 '게임' 묘사를 보고...

등록일 2020년12월09일 10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기자는 집에서 대개 패드를 잡고 게임을 즐기지만, 이렇게 오래 집에 있게되면 게임을 쉬고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도 길어지게 되고, 덕분에(?) 넷플릭스에서 평소 찜만 해두고 미뤄온 다큐멘터리들과 북유럽 미스테리 시리즈를 하나씩 소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연속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2020년 작품 '발할라 살인'을 감상했다. 현재 사건의 원인이 과거에 있고, 예상 못한 인물이 범인이며(많이 보다보면 그래서 더 예상이 가능해지지만), 주인공들이 가정문제를 안고 있는 등 북유럽 미스테리의 공통 요소를 갖고 있고 예상가능한 반전을 담고 있어서 신선함은 덜했지만 재미있게 시청했다. 

 

발할라 살인은 미스테리로서 크게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는데, 시리즈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에 대한 묘사, 게임에 부여한 역할은 꽤 인상적이었다.

 

아이슬란드 하면 생각나는 게임사가 있다. 지금은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에 인수된 'CCP'로, 'EVE 온라인'과 'EVE 발키리' 등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들어본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기자 세대의 게이머라면 CCP나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에서 'EVE 온라인'이 먼저 떠오를 텐데, 아이슬란드 청소년들이 요즘 즐기는 게임은 역시 'EVE 발키리'인 모양이다.

 

발할라 살인에서 두 주인공 중 하나인 형사(여성)의 아들은 학교를 마치면 집에서 친구들과 'EVE 발키리'(*) 멀티플레이를 즐기고, 별거중인 아버지가 찾아와 대화좀 하자고 불러도 진행중인 판은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주인공 여형사의 반응이 흥미로운데, 당장 나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렇구나 하고 그 판이 끝나길 기다려 끝난 뒤에 데리고 나간다.

 

* 작중 EVE 발키리는 그냥 발키리 라고 지칭하며 EVE 라고 하면 EVE 온라인을 가리킨다

 

또 다른 대목, 다른 주인공 형사(남성)이 학대받는 소년과 대화를 시도한다. 소년은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발키리를 플레이하던 화면을 보고 "이게 발키리구나, 나도 어릴 땐 EVE(온라인) 많이 했는데... 어떻게 조작하는 거야?" 라고 말을 걸자 신나서 조작법을 설명하고 형사에게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작중 게임은 건전한 여가시간의 취미활동이자 소통의 수단이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로 묘사된다.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들이 게임을 하고 주변 인물들도 게임을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특별히 좋거나 나쁘다는 극단적인 묘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라마 전체에도 호감을 느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CCP의 게임들이 어떤 의미, 느낌으로 다가가는지를 잘 느낄 수 있었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게임을 묘사하는 영상작품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가지 너무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넷플릭스에서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는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겨서인지 "나도 젊을 때 EVE 좀 했는데" 라는 대사에서 EVE가 뭘 가르키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발음대로 "나도 젊을 때 에베좀 했는데"라고 표기하고 있어서 게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시청자는 해당 장면, 대사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세계적 스트리밍 업체답게 이런 디테일에도 신경을 좀 더 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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