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비운의 명작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가 개봉했던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게임'이 함께 발매되었는데 플레이스테이션3나 엑스박스 360이 없어 상당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기다리면 승리한다고 말했던가. 마침내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한번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유비소프트가 영화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게임의 완전판을 다시 발매한 것. 세상 어딘가에 있을 기자 같은 게이머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타이틀의 가격은 2만원 이내로 저렴한 편이니 가볍게 즐기기 좋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고전 게임들의 패러디 요소들을 잔뜩 담아낸 수작이니 액션 게임으로 접근해도 좋겠다. 로컬 플레이로 최대 4인까지 멀티 플레이를 제공하니 친구들과 하루 날을 잡고 공략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벨트스크롤 액션, 고전 게임에 대한 향수 담아냈다
영화, 그리고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등장하는 것이 영 동떨어진 일은 아니다. 원작은 전형적인 '보이 밋 걸(Boy meet Girl)'의 클리셰에 게임이라는 소재를 결합, 청춘의 러브 스토리와 내적인 성장을 그려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가 본인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통달한 '덕후'이기도 한 터라, 작품 전반 그리고 이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에는 고전 게임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게임의 장르는 한때 오락실을 풍미했던 '벨트스크롤'이다. 동일 장르를 많이 접해봤던 게이머들이라면 추억을 느낄 수도 있으며, 특히 많은 벨트스크롤 장르 게임 중에서도 패밀리 컴퓨터 시절의 명작 '다운타운 열혈물어'와 유사점이 많다. 상점에 방문해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성장 요소도 그렇고 정면에서 들이대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방식의 플레이를 권장한다는 점도 '열혈물어' 시리즈에 가깝다.
게임의 분량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편이다. '레모나'의 사악한 전 남(여)자친구 7명을 차례대로 해치우는 것이 게임의 목표로, 대략 7~8 스테이지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최대치까지 육성하고 상급 난이도에 도전할 계획이 있다면 조금 길게 붙잡고 즐길 수도 있겠지만, 엔딩만 보고도 만족할 수 있다면 게임의 분량이 꽤나 짧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칩튠으로 구현된 게임의 OST는 만족스러우며, 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나오는 컷씬도 아기자기한 맛이 잘 살아있다. 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좋다.
다만 고전 게임의 감성을 구현한 만큼, 게임의 조작감도 꽤나 옛스럽다는 점은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겠다. 적이 가드를 올리면 선택지가 크게 없으며, 패턴 공략 역시 어느정도 숙련되지 않고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즐겼는데, 조이콘으로 게임을 조작하면 각종 기술이 매끄럽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아쉽더라. 물론 이 부분은 기자의 손가락이 문제일 수도 있으니, 게이머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다시 발매된 컴플리트 에디션은 기존에 발매된 버전에 추가 캐릭터들을 더한 완전판이다. 유비소프트 커넥트에 계정을 연동하면 히든 캐릭터도 전부 이용할 수 있으니 기존에 게임을 즐겨봤던 사람들도 게임을 즐길 이유는 충분한 셈. PC부터 닌텐도 스위치 등 전 플랫폼으로 게임이 출시되었으니 한번쯤 즐겨볼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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