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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설마설마했던 의심이 사실로... 한국 게임의 '확률'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등록일 2021년02월26일 14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확률'. 원초적이지만 성취욕을 가장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수단. 태초부터 인류의 오락은 '확률', 그리고 운과 함께 성장해왔으니 확률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고, 또 누구나 승리할 수 있다는 그 오묘한 '공정함'(?)이 인간이 '확률'에 매료된 이유다. 

 

다만 그 특유의 '공정함'은 완전한 '투명성'에서 온다. 온갖 음모론에도 불구하고 '로또'가 약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것도, 또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 많은 '확률'로 인한 결과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판을 짜는 이와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가 생각하는 경우의 수가 동일하기 때문인 것이다. 실제 표기된 것 보다 당첨확률을 더 낮춰 놓은 뽑기게임에 일부러 뛰어들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

 

그런데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 논란이다.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확률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변동 확률'과 개발자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임 속 확률이 존재하며, 그리고 여태껏 고르게 분포된 줄만 알았던 항목 별 확률 비중이 달랐다는 사실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게이머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리스크만 놓고 보면 국내 게임사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악재"다. 

 

그간 업계가 꾸준히 주장해오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정당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위기다. PC 온라인 게임에 부분 유료화 모델이 자리잡고, 또 스마트폰 게임 시장 태동과 함께 확률형 아이템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쌓아왔던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암묵적인 '공정함'이 깨져버린 이상, 국산 게임에 대한 혐오 및 비판론 역시 더욱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국내 게이머들의 국산 게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은 결국 국내 게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잇을 것이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외면이 이어진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 역시 저해될 수 밖에 없다. 게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산 게임, 나아가 국내 서비스 되는 게임들에 대한 확률 전수 조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보니, 이미 반(反) K-게임 분위기를 돌이키기는 것이 쉽지는 않아보인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 시간에 대한 K-게임의 반성이 필요할 듯 싶다. 먼저 국내 게임사들은 이제 게이머들에게 있어 '악'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반감보다는 그 과정에서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정보 불균형, 그리고 게임의 재미 대부분을 '확률'에만 의지해 왔던 지난 행적들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불만을 자칫 '확률형 아이템'의 존재에 대한 반감으로만 해석해 "'확률형 아이템'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식의 잘못된 답변을 내놔서는 안된다. 유저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제도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 해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명확하게 분류하고, 또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들을 고민 중인 상황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 자율규제와 법적규제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현실적이면서도 이용자들을 충분히 지켜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

 


 

작년 이맘때 즈음, 기자는 Z세대를 대상으로 국산 게임에 대한 호감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결과는 예상(?)을 깨고 응답자 중 44%가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과도한 BM 설계와 부족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니까" 국산 게임을 응원한다는 답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트럭 시위,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일련의 사태를 겪고 난 지금,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을 건네고 싶어졌다. 지난 세월 '무작위'로 점철되었던 K-게임, 그리고 그 믿음을 져버리는 모습에도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이 국산 게임을 응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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