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버전1과 2 그 사이 어딘가의 소수점, 스퀘어 에닉스 '니어 레플리칸트 ver. 1.22474487139…'

등록일 2021년05월07일 14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17년 발매된 '니어: 오토마타'를 통해 특유의 삐딱한 시선, 그리고 비극적인 세계관을 내세우는 괴짜 디렉터 요코오 타로의 게임 철학은 드디어 세상의 인정을 받았다. '니어: 오토마타'에 매료된 게이머들의 관심은 당연히 그 전작인 '니어 레플리칸트'로 향했지만, 플레이스테이션3 시절 발매되어 지금에 와서는 플레이할 방법이 마땅히 없던 것이 문제. 그래서 “그런 괴짜 게임이 있었다더라”라는 소문만 돌기도 했다.

 

고정 팬 층의 구매 여부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니어: 오토마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불러모을 수 있으니 '니어 레플리칸트'의 재발매는 스퀘어 에닉스에게 있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일이었겠다. 다만, 요코오 타로 본인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애정을 담지 않은 게임이란 없겠지만, 이미 한 세대 전에 출시됐던 게임인데다가 감성은 마이너하지만 게임성만큼은 주류를 지향했던 '니어: 오토마타'와 달리 '니어 레플리칸트'는 말 그대로 '날 것'에 가깝기도 한 물건이었으니 다시 다듬어볼 필요가 있었겠다.

 


 

그래서 10년의 세월을 거쳐 다시 발매된 '니어 레플리칸트'는 '리마스터'도, '리메이크'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속한 게임이다. 요코오 타로와 스퀘어 에닉스도 이를 잘 알았는지 멋쩍게 부제로 'ver. 1.22474487139…'라는 애매한 숫자를 더했다. 1과 2의 중간 지점인 1.5에 그 제곱근인 '1.22474487139…'라는 숫자는 '니어 레플리칸트' 개선판의 지향점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버전1의 근본은 남겨두면서도 그래도 현 세대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0.2247만큼의 무언가가 더해졌다.

 

*본 리뷰에서 소개되는 내용, 스크린샷 중 일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픽은 리마스터, 내용물은 조금 더 세련되게

 

얼굴을 가까이 보는 순간이 항상 비극이라 아쉽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더 큰 진실에 다가가는 서사 구조는 그대로이다. 매력적인 수록곡들도 원작 그대로. 대신, 플레이스테이션3 기준으로도 그다지 좋은 편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그래픽은 바뀌었다. 플레이스테이션4로 발매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그래픽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원작을 직접 보고 나니 '환골탈태' 수준이더라. 기존에 있던 장면을 가다듬은 부분과 새롭게 만든 부분 사이의 퀄리티 차이는 조금 있는 편이다. 그래도 그래픽 리마스터링의 관점에서 보면 훌륭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긴장감이 '니어: 오토마타'보다는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게임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했던 액션은 '니어: 오토마타'에서의 교훈을 바탕으로 갈아엎었다. 콘솔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타깃 고정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불필요한 요소들도 전부 걷어내면서 '니어: 오토마타'처럼 쏘고 베는 액션의 재미가 강조되었다. 다만, 원작의 모든 흔적을 지우기는 어려웠던 것인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점은 아쉬운 부분. 잡졸과의 전투는 너무 늘어지고, 보스와의 전투는 허무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하드 모드로 난이도를 바꿔도 단순히 체력만 늘어나기에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

 

새롭게 더해진 에피소드는 마음에 든다

 

'니어 레플리칸트 ver. 1.22474487139…'를 단순히 리마스터 타이틀로 구분하기 애매한 것은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로 출간되었던 단편이 메인 퀘스트로 편성되었으며, 최후에는 엔딩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메인 퀘스트는 퀄리티와 연출 측면에서도 원작의 것보다 훨씬 세련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조금 더 필요하더라도 게임 전 구간에서 눈에 띌 만큼의 변화들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변화가 적은 반복 구조, 그리고 취향이 갈릴 수 있는 게임 구성

 

또 왔습니다

 

회차를 반복할수록 더 큰 진실에 다가가는 게임의 구조상 이번 작품도 다회차 플레이는 필수다. '니어: 오토마타'에서는 이 콘셉트를 한층 확장해 다회차 플레이에서 다른 주인공, 그리고 다른 플레이 방식을 보여줘 플레이어들이 회차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준 바 있다. 최소 4회에서 5회 동안 같은 시작과 끝을 반복함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

 

술술 잘 넘어가던 '오토마타'의 회차 플레이가 아니다

 

반면, '니어 레플리칸트'의 다회차 플레이는 말 그대로 회차를 반복하는 것이다. 중간중간 새로운 이야기나 설정들이 공개되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다섯 번이나 같은 적을 같은 방식으로 해치우고 같은 퍼즐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플레이어가 점차 강해지면서 회차를 반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지만 짧은 추가 설정과 이야기를 보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 사이의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서는 '니어: 오토마타'에 비해 평가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좋아하는건 다 넣었는데

 

그게 게이머한테도 좋은 것인지는 미지수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니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다. '니어: 오토마타'의 경우 액션 게임뿐만 아니라 '해킹' 시스템을 통해 슈팅 게임의 요소를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게임의 시점 변화를 통해 타 장르의 느낌을 주고자 했으며, 특히 '말'을 소재로 해 비주얼 노벨 장르의 요소를 결합했다. 독특한 연출 요소이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취향이 크게 갈리는 장르들만 모아뒀다는 점이 참으로 '니어'스럽다. 단순히 액션 게임으로만 접근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즐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1.22474487139…', 가격만큼은 완전판이다

 


 

'니어 레플리칸트 ver. 1.22474487139…'는 플레이스테이션3로 발매되었던 원작에서 그래픽 리마스터, 액션 개편 등의 크고 작은 변화를 더한 개선판이다. 스퀘어 에닉스 측에서 붙인 명칭은 '버전 업' 타이틀로, 리마스터와 리메이크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작품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서사 구조와 수록곡은 그대로이지만, 여기에 반복적인 게임 구성과 여러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요소들이 함께 딸려왔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이 없었다면 '니어: 오토마타'도 없었다

 

'니어' 시리즈에서 새삼스럽게 대중성을 논하는 것이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기조 아래 그나마 어느정도의 완충제를 더했던 '니어: 오토마타'와 달리 '니어 레플리칸트'는 요코오 타로가 전하고 싶었던 게임을 통한 서사적인 경험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물건이다. 속편과 비교하면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도 여럿 보이지만, 이 또한 '니어: 오토마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 기관'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한편, 게임은 리마스터와 리메이크의 중간 지대라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가격만큼은 우직하게 완전판이다. 다회차 플레이라는 콘셉트 자체는 '니어: 오토마타'와 같지만, 그 방법은 많이 다르니 구매 이전에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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