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라레: 마법도서관’과 ‘블루 아카이브’로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성공한 덕후’, 넷게임즈 김용하 PD가 ‘지스타 2021’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김용하 PD는 과거 스마일게이트 소속일 당시 ‘큐라레: 마법도서관’을 통해 이름을 알린 스타 개발자 중 한명이다. 특히 업계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모에론’ 강연을 통해 서브컬처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깊은 애정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외에도 풋풋한 고등학생들의 연애를 담아낸 VR 게임 ‘포커스 온 유’의 초기 R&D 등을 맡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김용하 PD는 넷게임즈 소속으로 서브컬처 모바일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본고장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되어 현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TOP 4위를 기록하는 등 그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블루 아카이브’는 최근 시작된 국내 및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순항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출시 전 사전 예약에 100만 명이 몰리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은데 이어,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 원스토어 최고 매출 1위,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5위 등을 기록하면서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김용하 PD가 개발을 진두지휘한 신작 ‘블루 아카이브’는 ‘학원’, ‘청춘’, ‘밀리터리’ 등 서브컬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요소들을 조합하여 완성된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이다. 이용자는 학원도시 ‘키보토스’에 새로이 부임한 ‘선생’이 되어 다양한 학생들과의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스토리를 즐겨볼 수 있다. 청량감 넘치는 파스텔 톤의 아트 및 비주얼, 퓨처베이스 기반의 OST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넷게임즈 MX 스튜디오 김용하 PD는 오늘(19일) ‘덕후 PD 커리어 리뷰’를 주제로 자신의 경력을 돌아보는 한편, PD가 실제 게임 개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니어 프로그래머부터 메인 PD가 되기까지… 김용하 PD의 경력 돌아보기
김용하 PD는 과거 게임을 좋아하는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다. 공부와 취업의 갈림길에서 그는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킹덤 언더 파이어’로 유명한 판타그램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이후 그는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넥슨으로 이직해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는 넥슨에서 능력 있고 의욕적인 동료들, 합리적인 조직 문화, 높은 목표를 성취해가는 개발 과정을 경험하며 실력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김용하 PD는 견습 PD로 여러 프로젝트를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프로젝트 폐기의 이유로 김용하 PD는 기술적인 혁신을 지나치게 추구해 게임으로서의 진도를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기술에 욕심을 내지 말자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이후 타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액션 MMORPG인 ‘프로젝트 B6’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 또한 프로토타입의 반응만 좋았을 뿐 결국 폐기됐다. 경영진이 바뀌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는데, 우직하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개발만 한 것이 실패의 이유였다.
김용하 PD는 “개발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 비전에 맞는 프로젝트인지, 개발 완수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적절한지, 수익을 낼 수 있는 BM인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경영진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접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의를 받는 것이 아닌, 직접 제안서를 쓰고 이것을 받아줄 회사를 찾아다녔다. 경영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확산성 밀리언아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때였는데, 김용하 PD 또한 콜렉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게임들이 주류가 아니었기에, 그는 PD 경험을 쌓은 상태에서 소위 ‘팔리는’ 게임을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김용하 PD의 대표작이 된 게임이 바로 ‘큐라레: 마법도서관’이다. ‘큐라레: 마법도서관’은 실시간으로 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CCG라는 독특한 게임성과 서브컬처 감성을 엮어내 오랜 시간 서비스되며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용하 PD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라이브 서비스 도중 모바일게임 외에 다른 플랫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PSVR과 ‘섬머레슨’이 등장했고, VR에 관심을 경영진이 갖고 있었기에 태스크포스 팀을 차려 R&D를 시작했다. 모션 캡쳐와 페이셜 캡쳐 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그는 정식 제안서를 작성해 ‘섬머레슨’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나온 VR 게임이 바로 ‘포커스 온 유’다.
‘포커스 온 유’는 주인공인 고등학생인 ‘나’와 여주인공이자 후배인 ‘한유아’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VR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VR 사진 촬영과 음성 인식이 핵심으로, 그는 초창기 게임의 R&D와 스테이지 1 개발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번 아웃이 왔고, 이로 인해 스마일게이트를 나오게 됐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내가 없어도 게임의 출시까지 문제가 없었다. 게임을 완성해낸 동료들을 ‘리스펙트’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PD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김용하 PD는 게임 PD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 답으로 ▲게임의 큰 그림의 구성 및 제안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는데 필요한 개발 비용 추산 ▲개발 달성 방법을 제안 등을 들었다.
특히 이용자들이 왜 이 게임을 할 것인가, 즉 게임의 차별화 포인트를 경영진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언급했다. 그는 “각본을 피칭할 때 ‘로그라인’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핵심은 간결해야 하며, 게임의 콘셉트 또한 한 두 문장으로 와닿을 수 있게 전달하면 좋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한 두 문장으로는 어렵고, 키 비주얼이나 가상 스크린샷 등을 활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미팅과 사전 교감, 즉 ‘빌드 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경영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선례를 제시하는 편이 수월 하다며, ‘포커스 온 유’를 제안했을 당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 외에도 PD는 개발 비용을 적절하게 추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에 있어 비용은 대부분 인력인데, 인원과 기간을 곱해 나오는 비용보다 더욱 벌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을 쓰는 만큼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특히 개발 초창기에는 인력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고도 말했다.
더불어 경영진에게 꾸준히, 자잘하게 PT를 통해 결과물을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콘셉트와 비용, 달성 방법 등이 가능한 명확해야 하며 개발 기간 동안 꾸준히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용하 PD는 “동료를 적시에 충원하거나 게임의 요소를 감독하고, 약속한 마일스톤 결과를 도출하며 프로젝트의 주요 요소를 디렉팅하는 것이 PD의 역할이다”라며 “큰 그림을 구상하고 제안하며 개발 과정을 감독하여 게임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PD다”라고 전했다.
‘블루 아카이브’로 살펴보는 개발 사례
이어 김용하 PD는 가장 최근 개발에 참여한 신작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사례를 공유했다. 처음에는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의 지령으로 태스크포스 팀을 꾸렸는데, 당시 박용현 대표의 요구 사항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미소녀 콜렉션 게임’이었다.
김용하 PD는 트랜드를 살펴본 후 각종 사물을 미소녀화 하는 ‘사물 모에화’ 장르가 시장에서 어필하기에 어렵고 포화상태라는 판단 하에 ‘명일방주’와 유사한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현대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미소녀 분대가 등장하고, 근거리 비중이 높아질 경우 캐릭터 양산에 불리하므로 원거리 중심의 전투를 기획하게 됐다. 더불어 시인성이 높아 전투 양상이 눈에 잘 들어오도록 했다. 그 결과 분대 기반 전투가 이루어지는 SRPG ‘엑스컴’과 미소녀가 조합된 ‘미소녀 엑스컴’ 콘셉트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됐다.
이후에는 전투 방식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이 이루어졌다. 이동과 장전, 기본 공격 등 대부분의 동작들은 자동으로 진행되면서도, 고유 스킬을 통해 플레이어가 수동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투에 있어 화면 구도나 엄폐물의 배치, 이동 방식 등을 다양하게 테스트했고, 그 결과 지금의 ‘블루 아카이브’의 비주얼 및 시스템이 구축됐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현지에 선행 출시되어 일본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4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에서도 구글 플레이 매출 5위를 기록했다.
김용하 PD는 “물론 매출이나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분들이 2차 창작을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아마도 국내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는 2차 창작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매출이나 성적 보다는 ‘블루 아카이브’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IP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열심히 업데이트를 해 나가겠다.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인데 관심이 있다면 지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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