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게임 음악의 가치에 주목하는 게임사들… 온오프라인에서 게임 팬들 만난다

등록일 2022년06월10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오랜 시간 게임 음악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중요하지 않은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흐름은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에도, 실제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 하는데 음악이 필수인 리듬게임이 아닌 이상, 게임 음악은 개발과 플레이 양 측면에서 모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CROOVE'라는 닉네임으로 리듬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류휘만 펄어비스 음악 감독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리듬게임은 음악이 필수 요소였기에 '검은사막' 또한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고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유저 대다수가 음악을 끄고 플레이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의기소침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웃으며 회고하기도 했다.

 

2018년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류휘만 음악 감독
 

게임의 완성도를 판단하는데 있어 게임 음악이 전면에 나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현실에 가까운 높은 수준의 그래픽이나 감동과 재미를 주는 스토리, 참신한 게임 시스템은 많이 언급되지만 음악은 아니었다. 게임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재미'라는 가치를 평가 하는데 있어 음악은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게임 음악은 '그 게임은 재미가 없었지만 음악은 좋았다'는 호평 아닌 호평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게임이 재미 있었지만 음악은 좋지 않았다'는 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음악은 좋았다'는 평가의 뒷면에는 음악을 잘 만든 것일 뿐이지 게임을 잘 만든 것이 아니라는, 음악을 일종의 분리된 요소로 인식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게임 음악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 바뀌고 게임 내에서 음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게임 음악은 게임에 대한 평가의 주체이자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영화와 같이 순간마다, 또 장면마다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로 적극 활용되는가 하면, 주제곡이나 메인 테마가 게임 그 자체를 대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많은 개발사들은 게임 음악을 게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보고, 사내 사운드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 음악은 유저로 하여금 추억을 향유하게 하는 강력한 구성 요소로도 여겨지고 있다.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음악들은 즐거운 플레이 경험과 몰입을 돕는다. 게임을 플레이 하며 들었던 음악은 뇌리에 남아, 나중에 음악을 들었을 때 즐겁게 플레이 했던 게임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음악들은 말 그대로 '명곡'으로 오랜 시간 회자되며 지금도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게임 음악의 가치에 주목하는 게임사… 유저들과의 소통의 장 마련

게임 음악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면서, 많은 게임사들은 이러한 게임 음악의 가치와 문화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게임 OST 발매나 음원 공개 등 게임 음악과 관련된 마케팅이 '이례적이다'라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제 게임사들은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저들과 만나는 한편, 자사의 게임 음악들을 유저들에게 알리면서 저변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넥슨은 자사의 유튜브 채널 'NECORD MUSIC'을 통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에 활용된 음원들을 오래 전부터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블루 아카이브' 유튜브 채널에서도 게임의 OST를 대형 업데이트, 또는 캐릭터 업데이트 때마다 테마 별로 묶어 업로드 하고 있다.

 

네오위즈 또한 로키스튜디오의 '디제이맥스' 시리즈 음원들을 'DJMAX ARCHIVE' 채널에서 제공하고 있다. 해당 채널에서는 그동안 발매됐던 게임의 음원들을 모아서 듣고 BGA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리스펙트'를 비롯해 과거 '테크니카' 시리즈와 '포터블' 시리즈 일부 음원들이 한 곳에 모여있어, 시리즈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국내외 게임사들은 각종 문화 콘텐츠를 게임 음악과 접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사들은 유저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게임 외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부터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온라인 공연까지… 다양한 시도도 '눈길'

이러한 게임사들의 시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내외 많은 게임사들이 자사 게임 OST를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선보였다.

 

넥슨은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등 다수의 인기 게임 음악들이 있는 '마비노기'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3월에는 오프라인 오케스트라 공연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직접 유저들과 만났다. 현장에서는 강원기 디렉터가 직접 단상에 올라 지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X.D. 글로벌 또한 '소녀전선'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국내에서 진행해 팬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사했다. '랑그릿사 모바일'의 유저 오프라인 행사 '랑그릿사 리유니온 쇼케이스'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꾸며져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대표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의 OST를 담아낸 공연으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국내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호요버스는 2시간 분량으로 꽉 채워진 '원신'의 온라인 콘서트 'Melodies of an Endless Journey'를 통해 게임을 처음 플레이 할 때 느꼈던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 RPG가 '로스트아크'의 OST를 다양한 장르의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공연 '디어 프렌즈(Dear. Friends)'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오케스트라 공연들은 게임 유저들에게 게임을 즐기며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다시 한 번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또 게임을 모르더라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을 활용해 저변 확대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오프라인에서 관람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색다른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정책이 해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인원이 한 장소에 모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공연들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넥슨은 올해 초 '메이플스토리' OST 11곡으로 꾸며진 '별빛 심포니'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이면서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콘서트에서는 '메이플스토리'를 즐겨본 유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로그인' 테마의 재즈 버전을 비롯해, 가수 하현우가 불러 화제를 모은 검은 마법사 테마 'DARKNESS', 다양한 어레인지 버전이 존재하는 인기곡 'The Raindrop Flower'의 재즈 버전 등이 연주됐다.

 



 

이 외에도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의 글로벌 정식 서비스 6개월을 맞아 Mitsukiyo, KARUT, Nor 등 주요 작곡가들이 직접 참여한 온라인 공연 '사운드 아카이브'를 선보였다.

 

해당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같이 장엄한 대규모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밝고 화사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밴드 세션과 디제잉 공연으로 꾸며져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공연을 접한 유저들은 게임의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 공연 콘셉트가 좋았다는 평을 남기며 크게 호응을 보냈다.

 



 

특히 밴드 버전으로 재해석된 인기 곡 'Unwelcome School', 게임의 대표 곡인 'Constant Moderato', 인기 뮤직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라온(Raon)의 파워풀한 목소리로 재해석된 'Target For Love' 등이 유저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즐거운 경험과 추억 함께 선사하는 게임 음악, 점차 커져가는 가치와 저변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르에 따라 다르지만 오랜 시간 게임 음악은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요소로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앞서 류휘만 음악 감독이 언급했듯 MMORPG에서는 게임 음악을 꺼둔 채 다른 음악을 들으며 플레이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음악이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힘과 영향력에 대해 게임사들이 관심을 갖고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나 게임 음악에 대한 유저들의 니즈가 조금씩 커지면서 오케스트라, 온라인 공연, 음원 공개 등을 통해 이를 충족시키려는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게임 음악 또한 하나의 필수적인 게임 구성 요소이자 콘텐츠, 게임을 즐기는 형태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추억의 향유, 공감대 형성, 게임에 대한 몰입도와 애정의 상승 등 게임 음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치는 게임을 하나의 종합예술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게임 음악의 저변이 점점 커져가는 만큼이나, 게임은 단순히 즐기고 노는 도구나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종합 예술이자 문화로 발돋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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