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 게임을 한국어화 출시해 국내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CLEK)에서 니폰이치 소프트가 개발한 '고요한시골 정원 이야기'를 한국어화 출시했다.
니폰이치의 호러 시리즈 '요마와리' 제작진의 신작으로, 일견 시골 마을을 무대로 한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이지만 장기인 호러도 담아낸 어드벤쳐 호러게임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는 두 장르가 어울릴까, 어중간한 게임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두 장르 모두 제대로 구현한 게임이었다.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를 플레이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고요한 시골 정원 이야기', 어떤 게임인가
배경은 정겨운(?) 시골 마을로, 대략 김X일의 사건록에 나올 것 같은, 터널 하나로 외부와 이어지는 고립된 마을이다. 이런 시골 마을을 무대로 게임 두개가 하나로 합쳐저 있다.
낮에는 '목장 이야기'로 대표되는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의 느낌 그대로, 밭을 갈고 동물을 돌보고 낚시하고 나무와 돌을 캐고 길에서 고사리를 주워먹으며(...) 시골 생활을 영유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요마와리' 제작진답게 딱 그 어드벤처 호러 장르로 돌변한다. 마을에는 무언가가 나오고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마을에서는 규율을 정해 11시 이후에는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게임 시작 시 고요한 모드/안심 생활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고요한 모드는 모든 컨텐츠를 다 즐길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고어나 공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 안심 생활 모드를 선택하면 고어, 공포 요소가 모두 삭제된 상태로 생활 시뮬레이션 쪽만 즐길 수 있다. 도중에 전환은 불가능하므로 신중히 선택하자.
고단한 시골 소작농의 삶... 이하 생략
농기구를 들고 밭, 이랑, 고랑에 농사를 짓고 축사에 닭, 오리와 소 등을 기르고 산에서 나무를, 채석장에서 돌을 채집해오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게 된다.
산출물을 출고지에 가져다 두면 다음날 아침에 자동으로 정산금이 입금되는 방식으로, 바자-르 같은 판매 요소는 없다. 생산에만 주력하면 되는 구조이다.
게임이 진행되며 차츰 도구나 기술이 개방된다. 밀을 갈아서 밀가루로 만들고, 홉을 발효시켜 맥주를 만든다거나, 채굴한 철광석을 재련해서 철 주괴로 만드는 등등으로 게임 편의적으로 생략된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기분'을 내는데는 충분한 구성이다.
30일 기준으로 계절이 바뀌는데, 농작물은 짧게는 4일에서 보통 8~10일 정도 걸리면 열매를 맺는 편이고 계절이 넘어가면 시들어 버리니 계획을 잘 세우도록 하자. 나무는 정해진 계절에 열매를 맺기 때문에 미리미리 심어서 키워 둬야 한다.
게임 초반에는 먹을 것이 없다. 하지만 산과 들과 마을에 먹을 것이 널려 있으니 채집생활을 하게 된다. 고사리를 비롯한 나물과 민들레(!), 산딸기, 버섯 등등. 밭에서 할일을 끝내면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나물을 캐자. 낚시로 단백질 섭취도 해 주자.
촌장이 폭리를 취하지만(...) 일단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면 돈은 꽤 모인다. 빠르면 한달 안에 다 무너져가는 폐가를 번듯한 신축으로 보수하는 것도 가능하니 노력해 보자.
주인공은 게임을 시작부터 50만엔 가까운 빚을 지게 된다. 생각해 보면 대략 300평 넘는 부지에 집 한채도 있고 뒤에 샘물도 있는... 데 비해 저렴해 보이긴 하지만...
다만 모 유명 빚지고 시작하는 생활게임처럼 이 금액을 갚아 나가는 식은 아니다. 빚은 없는 셈 치고, 대신 마을의 규율을 지키고 산출물을 부지런히 생산하면서 열심히 노동하는 것으로 월세를 내는 셈 치는데...
촌장이 산출물을 가져가서 '3배'로 팔아 치우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마을의 미성년(처럼 보이는) 노예... 아니 소작농 정도로 생각하자.
엄청 험한 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 대략 닭 한두마리 키우고 밭 몇개 경작하고 할일 없으면 들어가서 자는 안빈낙도의 생활을 즐겨도 무방하다. 대신 집을 수리하고 꾸민다거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려면 돈과 소재가 필요하니 그런 욕망을 이루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마을의 규율과 다른 게임이 되는 한밤중의 플레이
기본적으로 11시 이후에는 통행이 금지되어 있지만, '고요한 모드' 를 선택했다면 간헐적으로 한밤중에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이쪽은 제작진의 전작 '요마와리' 시리즈와 같은 '어드벤처 호러' 장르로 장르 자체가 바뀐다.
손전등을 들고 요괴들을 피해 밤거리를 탐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요괴를 '물리칠' 방법은 없으니 도망다니거나 숨는 것이 최선이다.
조작에 익숙하지 않거나 요괴마다 존재하는 '공략법' 을 모른다면 어어~ 하다가 금방 체력이 소진되어 쓰러지게 되지만 걱정하지 말자. 쓰러져도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고, 획득한 아이템도 그대로 소지하고 있으며 단순히 '체력이 최저치' 가 되어 있을 뿐이다.
참고로 낮에 체력이 소진되었을 경우에는 진료실에서 깨어난다. 마찬가지로 딱히 게임오버가 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자.
밤에 나가면 낮에는 없던, 밤에만 발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을 수 있다. 사당에 바쳐서 특정 기능을 해금하는 '주물'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호적인 요괴를 따라가서 발견한 사당에 공물을 바치면 기력 최대치가 상승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평온, 고요해 보이는 마을의 이면에 얽힌 '스토리' 가 진행되는 것도 이쪽으로, 야간과 주간을 넘나들며 마을의 비밀에 다가가는 긴 이벤트가 존재하니 기대하자.
제작진이 원래 만들던 작품이 작품인 만큼 '요마와리' 파트의 분량이 굉장히 길고 연출도 잘 준비되어 있다. 1+1 이라고 한쪽 퀄리티가 낮지 않을까 걱정했다면 안심해도 될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고어 표현이나 점프스케어 요소가 다수 존재한다. 사실 고요한 모드를 선택하면 오프닝부터 '이 게임은 이런 게임입니다' 를 보여주고 시작하는데... 본인이 이런 요소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종료하고 안심 생활 모드를 켜도록 하자.
야간에 획득할 수 있는 '게임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들 -체력 최대치 증가 등- 은 안심 생활 모드에서는 잡화점에서 팔고 있으니 그야말로 안심.
다만... 대부분의 트로피는 고요한 모드에서 획득할 수 있기에, 게임을 즐기며 트로피도 획득해야 하는 유저라면 마음을 굳게 먹고 고요한 모드로 쭉 플레이할 수 밖에 없다.
풍부한 콘텐츠, 두 장르 다 잘 담아낸 게임
점수를 매기자면 87점은 줘도 될 것 같다. 1+1으로 두 장르가 담겼는데, 둘 다 콘텐츠로 가득 차 있고 마무리도 섬세한, 주인공의 귀여운 비주얼과 아름다운 시골 마을 풍경이 함께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요마와리' 팬도,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 팬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느꼈다.
일단 그래픽이 시골 마을과 주변 환경을 묘사하는 데 굉장히 잘 어울린다. 정말 어느 시골 마을의 낚시터에 앉아있는 평온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물론 사람들과 대화해 보면 어딘가 싸해지는 -텍스트 색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부분이 있지만... 시골에선 마을의 규칙을 지켜야지...
사운드와 진동도 몰입도에 큰 플러스 요소가 된다. 낚시나 채광 중 액션 등 필요한 부분에 진동이 잘 쓰이고 있고, 낮의 평온함과 밤의 기묘함 모두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분위기 증폭에 한몫 하고 있다.
100점 만점의 화려하고 완벽한 만듦새는 아니더라도 게임 전반이 어디 하나 아쉬운 부분 없이 꽉 채워져 있기에 그 요소들이 모여 좋은 게임 경험을 이끌어내는 수작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잘 만든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이 다 비슷비슷하니 독창성이나 개성적인 요소를 그 부분에서 기대하긴 힘든데, 그것을 '밤'에서 즐기도록 장르 퓨전을 해 둔 게임이다.
굳이 따져 보자면, '요마와리' 쪽 콘텐츠의 호오가 갈릴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배제하는 모드가 있지만 이쪽은 게임 스토리나 플레이 요인이 밍밍해진다는 점이 애매한 부분이다. 물론 이 작품을 구매할 사람들이 대부분 '요마와리' 시리즈 팬일 것으로 예상되니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아닐 것 같지만...
하나 더 들자면 '게임을 하면 시간이 엄청 잘 가는데 엄청나게 피곤하다'는 점이 있겠다.
생활 시뮬레이션은 매일매일 정해진 일정을 수행하고, 이후 일정을 계획하고, 오늘 해야할 일을 찾아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플레이 패턴이 되어 꽤 집중하게 되는데 -뭔가 놓치면 일정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게임... 낮이 끝나면 밤이 시작된다. 밤은 그야말로 집중해서 피지컬을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라...
일반적인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를 즐기듯 힐링하려는 의도라면 '고요한 모드'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안심 생활 모드를 하면 게임 절반은 손해보는 느낌이 되니...
마지막으로, 호오와 별개로 고요한 모드와 안심 생활 모드에서 주인공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흥미로웠다.
고요한 모드에서는 주인공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입장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주인공이... 아무리 봐도 뭔가 뭔가다. 지금? 마을에 나타나는 다른 괴이를 무서워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같은 느낌적...
그런데 안심 생활 모드는 주인공이... 그냥 소작농, 아니 돈의 노예다. 돈! 돈을 벌어야 한다! 로 돈에만 모든 정신이 팔린 느낌이다. 사실 게임을 하게 만들 요인이 딱 돈벌어서 집 수리하고 마당 꾸미는 것 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만...
마을에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나와는 무관해서 약간 소외감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주민과의 교류는 되니까 그러려니 하게 되고.
먼저 안심 생활 모드로 플레이한 뒤에 고요한 모드를 플레이하는 것도 재미있는 플레이 방법 아닐까 싶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게이머여야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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