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표시되는 문장에 그림과 소리를 더해 게이머의조작보다는 감상이 주가 되는 비주얼노벨 장르는 일본에서는 대중적인 장르에 속한다. 애니메이션, 소설 등으로도 나오며 큰 인기를 끈 '슈타인즈게이트'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만 40만장 이상 팔린 대박 게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비주얼노벨은 가장 외면받는, 실패가 보장된 장르로 꼽힌다.
"국내 게임시장에 비주얼노벨은 안 통한다"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비주얼노벨 게임이 왜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흔히 돌아오는 답이다. 액션게임, RPG는 비교적 쉽게 수입이 되지만 비주얼노벨 장르는 정식 수입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슈타인즈게이트',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 '페이트 스테이나이트' 같은 작품들조차 국내엔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몇 번 시도는 있었지만 슈타인즈게이트같이 유명한 작품도 국내에선 1000장을 팔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라 성사된 적은 없다"며 "국내 유저들은 비주얼노벨 장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는 이런 선입견을 깨는 사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2012년 12월, 일본 퍼블리셔 5pb는 자사를 대표하는 비주얼노벨(자체적으로 주장하는 장르는 과학 어드벤쳐) '슈타인즈게이트' 한글자막 버전을 한국 앱스토어에 출시해 매출 1위에 올려놓았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비주얼노벨 장르에 도전하는 국내 개발사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섬마을 이야기'를 개발 중인 '마기소프트'(Magi soft) 역시 그 중 하나이다.
마기소프트의 섬마을 이야기는 당초 PC 플랫폼으로 기획되던 작품이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참참참'을 내고 이어서 섬마을 이야기를 PC용 성인용 게임으로 개발해 동인 행사를 통해 판매하려던 마기소프트는 대상 연령을 낮추고 모바일로 게임을 출시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게임포커스에서는 마기소프트를 직접 찾아 섬마을 이야기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자와 만난 마기소프트 김환민 대표는 "저희는 개발자 전원이 가볍든 무겁든 세간의 인식으로는 오타쿠에 해당한다"며 "장르에 대해, 미소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꾸준한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있는 장르에 도전하려는 것"이라 자신있게 말했다.
게임포커스: 19금 성인게임으로 내려다가 모바일로 플랫폼을 바꾸며 수위를 낮추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환민 대표: 작년에 게임위에 문의해 성기 묘출만 안 되면 H신 묘사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PC 플랫폼으로 내려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성기묘사 외에도 몇몇 걸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봤다. 하지만 도중에 아청법 파동이 터지며 잠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됐다.
해를 넘기며 모바일 게임으로 넘거가자는 결정을 하게 됐다. 당초 스토리와 일러스트로 승부하며 가벼운 성적 표현을 넣은 타이틀이었기에 크게 무리는 없었지만 역시 새로운 플랫폼으로 내는 만큼 일러스트도 새로 그리고 스토리에도 H신이 빠지는 것이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면서 개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게임포커스: 출시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나?
김환민 대표: 빠르면 5월 4일에 열리는 케이크스퀘어에서 게임을 공개한 후 6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 케이크스퀘어: 만화, 게임, 음악 등 아마추어 창작물을 망라해 전시, 판매하는 행사 및 그 주체
게임포커스: 안드로이드와 iOS로 동시에 출시되나?
김환민 대표: 동시에 내려고 준비 중이지만 iOS 출시는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포커스: 출시 형태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일본에서는 기본플레이 무료에 사운드, 세이브 슬롯, 피로도 등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김환민 대표: 안 그래도 몇몇 게임에서 세이브 슬롯을 따로 팔아 과금을 하지 않고는 엔딩도 볼 수 없는 경우를 봤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이머이기도 하다. 게이머로서 게임을 조각조각내서 파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고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한 유저들에게만 게임을 제공하고 싶기에 복고적으로 한 번에 게임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을 취할 생각이다.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모바일게임 한정판 패키지 발매도 준비 중이다.
게임포커스: 모바일 게임인데 패키지를 낸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환민 대표: 다운로드 판매시 비싼 가격의 한정판 패키지를 구입하면 등록 코드를 주고 홈페이지에서 코드를 등록하면 한정판 패키지를 주는 방식을 생각 중이다. 오프라인 게임매장 사보텐하우스 등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도 고려 중이다.
한정판에는 시드사운드가 담당한 OST 등이 포함될 예정이며 사보텐하우스 구매자에게는 캐릭터 담요 등 매장 특전을 제공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게임포커스: 비주얼노벨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필패라는 인식이 있다. 판매량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나?
김환민 대표: 사실 돈을 그렇게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고 있다. 회사가 개발팀을 두 개 꾸리고 있는데 1팀은 섬마을 이야기를, 2팀은 다른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협업해 다른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중이며 실제 돈을 버는 건 다른 장르가 될 지고 모르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섬마을 이야기의 경우 손익분기는 8000카피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속편 시나리오도 구상해둔 상태로 5000카피만 팔리면 바로 속편 제작에 돌입할 생각이다. 목표 다운로드 수는 1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
게임포커스: 분량은 어느 정도 되나?
김환민 대표: 공략 가능 캐릭터 2명에 배드엔딩 등이 포함된 시나리오가 300페이지 정도 제공될 예정이다. 올클리어에 최소 10시간 정도는 걸릴 거라 본다. 속편 스토리와 추가 캐릭터도 구상은 되어 있지만 CG가 추가되면 리소스가 너무 커질 것 같아 다음 작품으로 미뤄둔 상태이다.
게임포커스: 제목만으로 보면 일상을 그린 일상물이 연상된다. 실제 내용은 어떤가?
김환민 대표: 행복해보이는 캐릭터들에게 하나씩 균열이 있고 갈등이 심해지다 폭발하고 풀리는 장르의 왕도를 따라간 내용을 그릴 것이다. 개그 요소를 잃지 않으면서 클라이막스는 진지한 전개를 보이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치유가 될 것이다.
게임포커스: 19금 게임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김환민 대표: 국내에선 힘들다. 성기만 가리면 법망은 통과할 수 있지만 이왕 한다면 해외에서 19금으로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다.
게임포커스: 입사 면접에서 불법 다운로드 이용여부를 꼭 물어보는 걸로 알려졌는데
김환민 대표: 우리는 면접 시 불법 다운로드로 게임을 즐겼는지, 게임기가 있다면 커펌 등을 이용했는지, 해봤다고 하는 게임을 실제 구입해서 소장하고 있는지를 꼭 물어본다. 게임회사, 아니 콘텐츠로 먹고 사는 회사라면 인성검사에서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 한다.
게임포커스: 마지막으로 출시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환민 대표: 플랫폼이 바뀌며 출시가 늦어져 죄송하다. 섬마을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테니 계속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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