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임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린세스메이커 for Kakao'가 4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프린세스메이커 for Kakao는 지난 2010년 정식 온라인게임 개발 권리를 획득한 엠게임이 긴 시간 준비해 선보인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 정통 후계자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의 아버지 아카이 타카미는 지난 2011년 게임포커스와 만나 "엠게임의 개발력을 믿는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출시가 임박한 2013년 말 다시 아카이씨를 만났을 때에도 "엠게임이 마침내 프린세스메이커 네트워크게임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냈다"며 "10년의 기다림이 마침내 이뤄졌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프린세스메이커 for Kakao(이하 프린세스메이커)의 일러스트 및 3D 모델링은 모두 아카이씨의 감수를 받아 OK 사인 후에 실제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프린세스메이커 원화 및 아트를 총괄하는 박정우 컨셉디자이너를 만나 프린세스메이커의 아트 및 일러스트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자 상당한 '덕력'(마니아로서의 역량, 상당히 마니악하다는 의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박정우 컨셉디자이너는 긴 세월 동안 개발이 진행되며 부침을 겪은 프린세스메이커 개발팀에서 원작에 대한 애정으로 끝까지 남아 완성까지 지켜본 개발자로, 프린세스메이커의 캐릭터, 몬스터, 아이템 컨셉 디자인, 일러스트, 외주관리 등을 도맡아했다.
게임포커스: 원작의 열렬한 팬으로 안다. 원작 시리즈 중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사춘기 시절 마음에 불을 지폈던 게임이 바로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다.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2편과 3편이 좋았다. 딸 캐릭터의 비주얼도 정말 좋은 작품들이다. 다른 시리즈도 해봤지만 2, 3편만큼 가슴에 불이 지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게임포커스: 아카이씨가 프린세스메이커의 그래픽에 대해 칭찬을 하시더라. 검수를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작업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나?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게임에 들어가는 캐릭터, 일러스트 등은 다 검수를 받아 들어간 것이다. 초기 일러스트들에 대해 좋다는 평가를 해주셨고, 이후에도 들어가는 NPC, 엔딩, 이벤트 일러스트에 대해 별다른 클레임 없이 OK 사인을 주셨다.
그런 부분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뿌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카이 타카미씨의 그림은 어릴 때부터 좋아햇고 특히 아카이씨가 캐릭터를 맡은 '성계의 전기' 시리즈는 정말 좋아한다.
게임포커스: 성계 시리즈 팬을 만나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나 역시 라피르님의 팬이다. DVD에 아카이씨의 사인도 받아뒀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정말 부럽다.
게임포커스: 본론으로 돌아가자. 기본적으로 프린세스메이커는 원작 2편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으로 안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맞다. 세계관과 등장인물을 2편에서 따 왔고, 전반적으로 2편과 3편을 많이 참고했다. 시리즈 전체의 내용을 참고하는 한편 현재 흐름에 맞는 '모에' 노선을 추구해 디자인이 좋은 작품, 캐릭터가 예쁘게 잘 나온 작품들을 많이 참고했다.
게임포커스: 덕력이 상당하신 것 같다. 위에 언급한 원작 시리즈 외에 참고한 작품의 예를 든다면?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아무래도 20년 전의 작품이기도 하고 아카이씨의 그림체가 확고해 그대로 따라 만들기는 힘들다고 봤다. 요즘 분위기의 그림에 맞추려 노력을 좀 했다.
국내 게임 중에는 '마비노기', '팡야', '라임오디세이'를 연구했고, 일본에서는 키시다 메루 선생님의 그림, 특히 키시다 선생님이 참여한 '아틀리에' 시리즈의 디자인을 많이 연구했다. 게임 외에는 '엠마', '늑대의 향신료' 같은 작품을 공부했다. 특히 늑대와 향신료는 일본의 판타지 세계관에서 우리 게임과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아기자기한 면에서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느껴 공부를 많이 했다.
게임포커스: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다 모바일 프로젝트로 바뀌었다.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처음 PC 플랫폼으로 개발하던 것이 모바일 프로젝트로 바뀌었지만 원화 입장에서는 플랫폼 변화로 인한 작업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실사풍으로 극한의 디테일을 추구하거나 다양한 효과를 넣는 거라면 달랐을 수도 있지만 카툰풍의 그래픽과 원화를 그대로 갖고 가는 거라 작업에 차이가 크게 없었다.
기본적으로 원작이 있고 육성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 상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는 달랐던 탓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을 쭉 진행했다. 무엇보다 '그' 프린세스메이커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에서 모티베이션이 생기기도 했고, 프로젝트에 애착이 생겼다.
특히 아카이 타카미씨가 검수를 해주시니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분의 뒤를 내가 잇는다는 느낌도 받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만으로도 열정이 타올랐던 게 사실이다. 긴 시간 동안 어려움도 겪었지만 작업을 무사히,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건 아니다. 작업 과정에서 그래픽 실장님이 여러가지 어드바이스를 해 주셨고 개발방향도 잘 잡아주셨다. 그 외에도 도와준 분들이 많다.
무엇보다 설정이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인데다 원작에 없던 새로운 등장인물도 잔뜩 들어가는데, 팀의 시나리오 기획자가 성우오타쿠이자 설정오타쿠라 협의를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요소들을 잘 디자인할 수 있었다.
게임을 해 보시면 원작에 나왔던 캐릭터도 나오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다. 새로 나오는 캐릭터도 모두 아카이씨의 검수를 받아서 제작한 것이다. 개발팀이 모두 원작 시리즈의 팬이고 현대 모에문화를 향유하는 오타쿠들이다. 사실 저의 덕력은 낮은 편으로 개발팀 내에는 저를 넘어서는 상당한 수준의 오타쿠들이 잔뜩 있다.
사실 개발팀이 전원 오타쿠였던 건 아닌데 역시 들어올 땐 마음대로라도 나갈 땐 아니더라. 영향을 받아서 오타쿠가 아니던 사람들도 오타쿠가 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
게임포커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아시다시피 엠게임 전에도 한국에서 프린세스메이커 온라인 게임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었지 않나. 엠게임에서 만드는 이번 작품은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서 부담이 커서 기획팀도 힘들었고, 원화팀에서도 원작에 있는 것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재구성해서 표현할지 하는 부분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개발팀 모두가 프로젝트에 애정을 갖고 한 덕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중간에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픽 실장님이 아트쪽의 퀄리티를 믿고 맡겨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임포커스: 긴 시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 마침내 4월 중 나오게 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고생한 결과물이 마침내 빛을 볼 수 있구나~하는 심정이 크다. 그 동안 개발기간이 꽤 길기도 했고 고생한 것도 있다 보니 답답하고 불안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지스타에서 선보인 후 평가가 좋게 나온 것 같아서 불안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홀가분한 느낌은 전혀 없다. 게임이 공개되기 직전이라 부담도 크다. 딸을 세상에 내보내는 느낌으로 부디 애정으로 키운 딸이 사랑받고 잘 살아가기만을 바라는 심정이다.
게임포커스: 일러스트는 얼마나 들어간 건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엔딩 일러스트의 수량이 많다 보니 직접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연락을 취해서 작업물을 러프 스케치 단계부터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퀄리티를 맞추고 수량을 맞췄다. 200여장 정도의 엔딩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
게임포커스: 3D 모델링에 대해 걱정하는 팬이 많은 것 같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정지된 화면만 보시는 것과 실제 움직여 보시는 건 느낌이 크게 다르실 것이다. 화면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고 더빙된 음성까지 같이 들으시면 느낌이 완전히 다를 거라 보증한다.
특히 더빙이 정말 잘 되었으니 기대해주셔도 좋다. 녹음 현장을 지켜본 결과 참여한 성우들의 팬이라면 심장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빙이 잘 됐다. 팀에서 일러스트와 3D 모델링, 캐릭터의 스탠딩부터 만화적인 모션까지 다양한 R&D를 거치고 커스터마이징을 개발하는 부분까지 쭉 지켜봤지만 걱정할 만한 부분은 없다. 배경 부분도 마찬가지다.
믿고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게임포커스: 다시 원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원작 시리즈 2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엔딩은 무엇인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역시 딸이 마왕이 되는 엔딩이었다. 2편에서 가장 임팩트있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마왕이기도 하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도 재미있었다. 용사의 딸이 마왕이 된다는 일종의 설정 파괴적인 결말이 좋았다.
프린세스메이커를 개발하면서도 그게 생각나 마왕 캐릭터를 살리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마왕 역을 맡은 성우분이 연기를 정말 찰지게 잘 하셨으니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게임포커스: 2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딸의 결혼 상대는 누군가? 역시 '아빠가 좋아' 엔딩이었나?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물론 그 쪽도 좋았다. 누가 그 엔딩을 싫어했겠나? 하지만 그 엔딩 못지않게 결혼하지 않는 엔딩도 좋았고, 큐브와 결혼시키는 것도 좋았다. 평범하게 인간과 결혼하는 건 좀 별로였다.
게임포커스: 이번 작품에서 공들인, 기대할 만한 결말을 살짝 공개해주면 좋겠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다 괜찮아서 꼽기가 힘들지만 마왕 부분은 꼭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 엔딩 일러스트들은 정말 하나같이 훌륭하다.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사실 팀원 중에는 일러스트에 반해 출력해서 파일을 만들어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자체적으로 스티커를 만들어 붙여둔 사람도 있다. 바탕화면도 다들 마음에 든 일러스트로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유저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게임포커스: 캐릭터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반년 넘게 캐릭터 R&D를 했다. 표정을 어떻게 묘사하고 동작은 어떻게 만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게임은 유저들이 캐릭터에서 매력을 느껴야 하는(하악거려야 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그럴 수 있게 만들었다. 모션, 표정 등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게임포커스: 모든 캐릭터를 공들여 제작했겠지만 특히 이 캐릭터에는 신경을 썼다거나 눈여겨 봐주길 바라는 캐릭터가 있다면?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기존 캐릭터를 살린 것 중에서는 꼬마 용 캐릭터 작업이 재미있었다. 쇼타 캐릭터로 여성 유저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꼬마 용 캐릭터도 배우자 후보 중 하나다. 그리고 누차 언급했듯 마왕에는 공을 많이 들였다.
* '쇼타'란 미소녀 취향인 '로리콘'과 대비되는 미소년 취향을 가리키는 말, '철인 28호'의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의 이름에서 유래.
새롭게 추가되는 캐릭터 중에서는 국왕과 왕비에 공을 좀 들였다. 원작에서의 국왕 부부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등장 빈도도 낮았지만 이번에는 디자인을 새로 하고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왕성 쪽 인맥이 여러가지 이벤트에 관련되다 보니 비중이 커졌다. 등장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하나 더 꼽자면 큐브도 재미있어졌다.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프린세스메이커는 다양한 인물 사이의 이벤트 감상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 될 것이다. 기획팀이 그 쪽에 힘을 많이 썼고 거기에 들어가는 이벤트 일러스트에도 공을 들였다. 이벤트에서 흘러나오는 성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에 다 목소리를 넣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특히 마왕과 친구들을 연기한 성우분이 약을 좀 많이 빨고 연기를 해 주셨다.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게임포커스: 프린세스메이커 출시 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연시키고 싶은 작품, 캐릭터가 있다면?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 캐릭터는 출연시키고 싶다는 캐릭터가 있을 것 같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당연히 미쿠(하츠네 미쿠)와 루카(메구리네 루카)를 가장 먼저 넣고 싶다. 보컬로이드 외에는 늑대와 향신료의 호로를 꼭 출연시키고 싶다. 호로는 세계관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그 외에도 많고, 성사되는 날이 정말 왔으면 좋겠다.
게임포커스: 보컬로이드 쪽도 좋아하나?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미쿠와 루카 넨드로이드라면 다 모았다. 보컬로이드 중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피규어만 구입하고 카이토는 취급하지 않는다.
게임포커스: 린 렌은 어떻게 되는 건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아. 린 렌은 취급하지 않다가 이젠 사들이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다 모으진 않았다.
* 넨드로이드: 점토를 뜻하는 일본어인 넨도(ねんど)와 안드로이드의 합성어. 일본의 굿 스마일 컴퍼니에서 출시하는 특정 규격의 피규어의 총칭이다.
게임포커스: 요즘 모에 흐름을 따라간다고 했지만 언급된 늑대와 향신료는 물론 엠마도 요즘 작품은 아니다. 키시다 메루 선생의 아틀리에 시리즈도 이미 지나갔는데...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킬라킬', '서번트 서비스' 같은 작품도 재미있게 봤다. 요즘 작품과 과거의 작품들을 고루 감상하는 편이다. 늑대와 향신료가 시작은 오래됐지만 완결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같은 작품도 재미있게 봤다.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알바뛰는 마왕님'도 근래 감상한 것 중 빼어난 작품들이다. 개발팀 내의 오타쿠들이 서로의 덕을 쌓을 수 있도록 좋은 작품들을 알려주고 권해 팀 전체의 덕을 높여가고 있다.
게임포커스: 프린세스메이커 일이 끝나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게임개발자 일을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게임을 만드는 건 아니다. 다음 프로젝트에 맞는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게임포커스: 모두가 거쳐가는, 프린세스메이커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말씀 할 시간이 왔다.
박정우 컨셉디자이너: 열심히 키운 딸이니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아니, 제발 예쁘게 봐주세요. 오랫동안 키워온 딸입니다. 제발 재미있고 즐겁고 예쁘게 봐주시고, 키워주세요.
진짜 딸을 시집보내는 느낌입니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