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신나간 MBC, 막장 방송의 끝을 보여줬다

등록일 2011년02월14일 18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쵸?"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한 개그 프로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MBC의 도 넘은 저질방송이 그 끝을 모르고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MBC는 주말 뉴스데스크 뉴스플러스 코너를 통해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에 물든 우리 청소년들의 실태를 취재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물론, 취재의 자료로 내보낸 게임이 우리나라 전체 PC방의 0.1%에서도 플레이 안되는 GTA(게다가 이 게임은 미성년자 불가 게임)였지만 게임에 물든 우리 아이들의 폭력성을 걱정(?)한 기본적인 취지는 아주 좋았다. 

또한, 취재 방송 대부분이 억지 설정으로 뒤덮혔지만 그 마저도 MBC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향한 놀라운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이해할 만 했다.

그러나 취재 방송 말미쯤 두 눈으로 보고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송 취재 기자가 아이들의 과도한 폭력성을 확인한다며, 수 십여명이 게임을 하고 있던 PC방의 모든 전원을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내려버린 것이다.

당황한 아이들과 PC방 이용객들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당연히 PC방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취재 기자는 "게임의 폭력성에 물든 아이들은 급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욕설을 내뱉는다."며,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과도하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결론을 냈다.

누가 봐도 비상적이고 비정상적인 실험과 말도 안되는 억지 결론 도출. 이것이 바로 자칭 공정방송이자 50년 역사에 빛나는 MBC의 놀라운 취재 수준이었다.

취재를 담당한 기자와 PD 그리고 제작진 본인들도 자신들의 방송이 비이성적이고 억지였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적어도 MBC의 제작진들이 그런 수준의 못배워먹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모두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교육 받고(일부는 유학도 다녀 온), 그리고 밖에서 공정한 언론인이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그런 훌륭한 사람들일텐데 말이다.)

물론, 거대 방송사들이 지금까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게임산업에 뒤늦게라도 많은 관심을 갖고 걱정해 주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 이면에 어떤 추악한 속셈이 숨어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는 곤란하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취재 내용을 짜맞추는건 민주 공정방송 MBC가 그토록 경멸하는 군사정권 때나 있던 일이기 때문이다.

MBC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MBC가 제대로 된 언론 정신과 기자 정신을 갖고 게임산업을 취재해 줬으면 한다. 

MBC가 더욱 공정하게 객관성을 가지고 앞으로 게임산업을 취재한다면, 수 많은 게임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지금보다는 훨씬 더 양질의 정보와 수준 높은 취재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참. 들리는 후문에는 해당 실험을 했던 MBC 기자는 상황만 설명한 채 당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실험에 참가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해당 PC방을 떠났다고 한다.

물론, 절대 아니길 바란다. MBC 기자들의 수준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약 정말 그런식으로 그냥 자리를 떠났다면 MBC는 정말 정신나간 막장 방송의 끝을 보여준 셈이다.

실험을 위해 PC방 전원을 내리는 MBC 유충환 기자 (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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