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생각하면 터미네이터나, 아이로봇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최근 화제가 된 알파고처럼 한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MMORPG 개발사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재준 상무, 이경종 팀장, 이준수 차장이 게임기자연구모임을 통해 게임전문기자들과 만났다.
엔씨소프트 AI센터는 지난 2012년, 게임의 새로운 경험과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회사 내부에 신설된 연구 팀으로 현재 50여명의 전문가들이 AI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날 연구모임을 통해 엔씨소프트는 AI에 대한 소개 및 엔씨소프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AI연구 결과 등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 AI센터 이재준 상무는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냉장고나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등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AI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어떤 문제가 생겼을 시 사람처럼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영화 속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을 'Strong AI'라고 부르며 사람처럼 사고하지는 않지만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 지능적인 행동을 하는 인공지능을 'Weak AI'로 부른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알파고는 바로 'Weak AI'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Strong AI'는 과연 존재할까? 이 상무는 "알파고가 인간의 뇌의 구조를 흉내내는 신경망 구조와 딥러닝 방식을 도입해 보다 정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입장에서 'Strong AI'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사고(思考)'를 가진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구현은 아직까지는 매우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흉내 내는 수준인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게임은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산업 중 하나다. 이 상무는 인용구를 통해 "지금까지 게임 AI는 실제로 AI를 개발한다기 보다는 지능에 대한 환상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게임 AI가 필요성에 비해 발전이 더디게 진행됐다는 의미이다."고 밝혔다.
현재 학자들은 게임을 통해 AI방법론을 실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trong AI'에 가까워지기 위해 일상생활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게임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게임 AI는 크게 5가지의 목표점이 존재한다. ▲얼마나 똑똑하게 만들어야 될지 ▲반복 행동을 하지 않는지 ▲이성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지 ▲유저 개개인에 맞춰 철저히 개인적이어야 되는지 ▲변화는 게임 환경에 대응해야 되는지 등이다.
인공지능이 너무 똑똑하면 즐기는 유저들이 금세 질려버린다. 알파고와 바둑 초보자가 대국을 하면 느낄 수 있는 무력함과 허탈함 같은 것이다. 반복행동의 경우 대부분의 MMORPG가 가지고 있는 보스의 패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변수를 주기위해 모든 패턴에 무작위 요소를 반영하면 인공지능이 똑똑해지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행동의 경우 '사고(思考)'하는 인공지능을 설계해야 된다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환경의 경우 어떻게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유저들의 행동 패턴에 NPC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오히려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없게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재 게임의 인공지능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거나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패턴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게임 AI는 NPC의 행동을 얼마나 유저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연출하는지에 집중돼 있다. AIIDE, CIG 등의 Game AI 국제 학회에서 진행하는 'Video Game AI Competition' 대회나 스타크래프트의 BWAPI(Brood War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이용한 AI모듈로 대전승부를 진행하는 스타크래프트 AI경진대회 등을 통해 게임 AI에 대한 전세계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AI 경진대회는 게임 AI기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대회다. 대회에 참여하는 AI는 상대방의 지형을 유닛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는 볼 수 없으며 빌드, 테크트리, 병력 구성 배치, 유닛컨트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된다. 대회 초창기 고급 유닛이 중심이었던 프로토스 종족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AI 연구가 세분화되면서 테란, 저그 등 보다 컨트롤이 필요한 종족의 우승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상무는 게임 AI에 대해 "유저를 이길 수 있도록 설계된 AI는 '굿 AI'고 유저를 재미있게 해주는 AI는 '펀 AI'다. '펀 AI'는 흔히 접대 골프와 비슷하다. 상대방의 실력을 빠르게 파악해 아슬아슬하게 져주고 이길 때는 어떻게 해서 이겼는지를 상대에게 명확하게 알게 해야 된다. 게임에 필요한 AI는 바로 '펀AI'다"고 설명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펀 AI'에 대한 첫 걸음으로 자사가 개발한 '블레이드&소울'의 '무한의 탑'을 공개했다. 유저와 유저가 서로의 실력을 겨우는 '비무'를 바탕으로 제작된 '무한의 탑'은 NPC와 유저가 대결을 할 수 있는 콘텐츠로 NPC는 강화 성장 방식과 딥러닝 방식을 도입해 단계별로 강력해진다.
<데이터를 쌓기 위해 10배속으로 반복 전투를 하고 있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블레이드&소울'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을 상대로 데이터를 축적해나갔다. 데이터는 전투 상황에 따라 공격과 방어, 이동을 선택적으로 하게 된다. 찬스 상황에서 효과적인 기술사용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유저가 일방적인 후퇴나 공격을 하지 않는 다양한 변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확보를 위한 반복 테스트가 이어졌다. 밸런스 조절을 위해 강제로 패턴을 집어넣어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 단계에 따라 확률적 실수 확률을 높여 유저로 하여금 AI가 져준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현재의 AI의 PvP실력은 상급 유저 수준으로 엔씨소프트는 여기에서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AI를 더욱 다듬어나가는 한편 자사가 개발중인 다른 게임으로 점차 확대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상무는 "연구팀의 목적은 AI를 가지고 게임 내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이제 화려한 그래픽은 더 이상 큰 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엔씨소프트 AI센터에서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저가 게임을 정말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펀 AI' 개발을 통해 또 하나의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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