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면서 꼭 즐거워야 할까? 게임에서의 모든 행동이 유희로 직결되어야만 할까? 전쟁 속의 민간인들의 삶을 다룬 ‘디스 워 오브 마인’에는 이 같은 질문이 담겨 있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셋째 날인 지난 28일 11 bit studios S.A.의 디렉터 미할 드로즈도프스키는 ‘디스 워 오브 마인’ 제작 모토와 의도하는 바를 게임 안에 담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소개했다.
‘‘디스 워 오브 마인’을 통해 본 전쟁 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난관’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으나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개발팀은 게임의 아이디어가 대두되었을 시점부터 무거운 사명감을 지니게 되었다. 무력과 무력의 충돌로써 전쟁을 다루는 것이 아닌 그 주변에 존재하는 민간인을 비추고자 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일반적인 전쟁 게임에서 탈피하길 바랐고, 이러한 기획 의도는 게임의 큰 틀과 세밀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드로즈도프스키 디렉터는 기획의 방향과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항상 집중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었다. 특히 메시지가 강한 게임이라는 성격 때문에 ‘디스 워 오브 마인’의 방향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제작진은 근현대 전쟁에 대한 사료, 그 중 전쟁을 겪은 개인의 경험담이나 인터뷰를 중심으로 자료 조사를 해나갔고 전쟁과 그로 인해 피해 받은 개인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제법 괴로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당시 찾은 정보들은 게임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극심한 자원 및 식량 부족 상태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나가는 생생한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드로즈도프스키 디렉터는 “전쟁을 겪는 민간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지 않으며 지닐 수도 없다. 경험치 획득을 통한 레벨업 시스템조차 없는 이유는 전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디스 워 오브 마인’의 플레이어는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딜레마를 겪고 감정적으로 갈등을 느끼며 단 하나의 결정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또 그 선택과 행동들에 대한 결과를 플레이어 자신이 받아들이도록 설계했다. 게임이 끝나면 플레이어는 플레이 로그를 복습하며 그 동안 거쳐온 선택들을 회고할 수 있다. 제작진은 전쟁 당시 생존을 위해 행했던 플레이어의 선택을 타자가 비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겸허히 받아들이기를 바랐던 것.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이라는 제목이 나타내듯, 이 게임은 전쟁을 겪는 개인의 이야기다. 거대한 규모의 전쟁에 휘말린 개개인의 사소한 비극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때문에 전쟁 발발과 전시 상황, 종전, 전후의 상황이라는 큰 틀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부각되는 스토리 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겪는 상황과 스스로 내린 결정 그리고 전쟁 중에 만난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를 통해 플레이어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설계되었다.
사소한 경험 속에는 ‘죽음’ 역시 존재한다. 죽음을 피하거나 죽음에서 다시 생환하는 비현실적 요소, 혹은 추가적인 생명이 보상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이 게임에서의 죽음은 영구적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동과 선택을 했는지를 따라가는 것 역시 훌륭한 게임 플레이의 일부라는 것이 드로즈도프스키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는 “오랫동안 게임은 재밌고 흥미로운 자극을 주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해왔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보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소설, 연극, 영화, 음악 등을 순전히 즐겁기 위해 찾지 않는다. 기쁨 외에도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리 게임의 목표였다”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플레이어에게 전쟁에 대한 깨달음과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디스 워 오브 마인’을 제작한 것이 아니다. 드로즈도프스키 디렉터는 “비단 전쟁 만이 아니라 게임은 우리의 현실과 일상을 반영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일면, 극적인 감정,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은 보다 다양한 면을 담을 수 있는 매체이며 개발자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