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IP '문명'으로 만든 '문명온라인'은 왜 실패했을까

등록일 2016년12월16일 14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시드 마이어를 대표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온라인게임으로 재탄생시켜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이 지난 12월 7일 아쉽게도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문명온라인은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문명 시리즈의 IP를 이용해 개발한 PC MMORPG로 원작처럼 자신이 속한 문명을 발전시켜 정해진 승리로 이끄는 게임이다. 온라인게임 최초로 세션제를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세션제'라는 신선한 게임 시스템을 도입한데다 세계적인 IP를 활용한 게임인만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대작이었지만 문명온라인은 결국 OBT 1년만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맞이하게 됐다. 새로운 게임성으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도전했던 문명온라인은 왜 1년 만에 야심찬 도전을 접어야 했을까.


콘텐츠 문제
문명온라인은 앞서 언급했던것 처럼 온라인게임에 세션제를 더한 게임이다. 문명온라인의 세션이란 하나의 맵에서 고대시대부터 하나의 문명이 승리 조건을 채워 우승할 때까지의 플레이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각 세션 종료 시 우승과 패배가 결정되고 세션이 종료되면 문명의 세션 승패와 개인적으로 문명에 기여한 기여도(명성)과 플레이타임에 따라 개별로 세션 전체 성적이 결정된다.

서비스 초기에는 1주 세션, 2주 세션 등이 존재했으며 게임 서비스 중간 시대가 빠르게 바뀌는 2일 세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유저 개별로 하는 일이 매 시대, 매 세션 반복적이다 보니 당장 네 세션만 해도 게임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게임에 금방 질리게 되는데 게임 내부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2주 세션의 경우 저녁 8시부터 11시 이후 진행되는 승리 결정 공방전(이후 접경전 콘텐츠가 생겨 점심 12시, 저녁 5시에도 공방전이 생기게 됐다)의 승리를 위해 유저들은 남는 시간 동안 매일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 단 두 시간(8시~9시, 10시~11시)을 위해 유저들은 매일 각 시대에 맞는 광을 캐고, 동물을 잡아 가죽을 모으고 그 것들을 이용해 무기와 건축망치 등과 같은 생산도구를 만들어 도시를 짓고 전쟁을 준비한다.


사실 말로 들으면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실제로 하나의 도시를 최대 그리드(21그리드)를 다 펼쳐서 짓는데에는 다섯 명 이상의 유저가 함께해도 4시간이 걸리는 작업으로 그것도 도면을 어떤 식으로 까느냐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길드가 이 작업을 마지막 공방이 끝난 11시부터 진행하므로 실제적으로 도시 하나를 완성하려면 새벽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며, 유저의 장비 수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그 중간 틈틈이 기본적인 전투 무기와 방어구 구비를 위해 3시간 이상의 채광과 동물 사냥을 진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런 활동을 2주 세션은 2일에 한 번 1주 세션은 매일 해야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을 끝내고 왔는데 게임에서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농담 같은 푸념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런 비전쟁 콘텐츠를 처음 즐겨 본 입장에서는 내가 도시를 짓고 광을 캐서 직접 무기를 만든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그 무기를 이용해서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대규모 전투(일명 떼쟁)을 즐기는 것이 재미있지만 문제는 이게 세 번, 네 번, 열 번 반복된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계속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더 고민해봤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세션이 초기화되고 새로운 맵에 참가하거나 다른 문명에 옮기더라도 유저들이 하는 일은 같다. 동물을 잡고 시대에 맞는 광을 캐고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고 전쟁을 하는 것의 반복인 것이다. 다른 MMORPG의 경우 유저들이 콘텐츠 소모를 다 했을 경우 새로운 맵이나 새로운 캐릭터를 출시해 유저들의 이탈을 최소화 하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 자체가 반복적이고 이 순환을 바꾸는 방법은 없는데 반해 업데이트는 느리게 진행되면서 유저들이 게임 내 콘텐츠에 대해 더 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유저들의 문제


높은 자유도를 내세운 만큼 유저들간의 분쟁이나 사건 사고도 유저 이탈에 큰 원인이 됐다.

유저간의 문제로 유저들이 가장 많이 이탈한 시기는 현대시대 오픈과 함께 과학 승리가 공개되고 얼마 안되서였다. 현대시대와 함께 공개된 과학 승리는 각 도시에서 우주선 부품을 조립하고 우주선 발사대에서 모아 발사하는 승리 방식으로 유저들은 부품의 이동 시간도 단축하기 위해 우주선 부품 건축 그리드를 발사대와 최대한 가깝게 짓는 것이 일반적인 플레이 방법이었다. 하지만 일부 악성 유저가 이미 다른 유저들이 지은 과학 승리용 도시가 아닌 발사대와 먼 도시에 부품 도면을 내려 유력한 우승 후보 문명이 우승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당연 승리 문명이 결정되고 해당 문명의 유저들은 자신들이 그 세션 동안 해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다른 문명의 사람들도 자신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세션 이후 악성 유저에게 당한 문명의 사람들은 큰 허탈감을 느끼며 게임을 떠났고 그 중에 남은 사람들도 문명온라인의 양대 악성 유저 중 한 사람의 등장으로 얼마 안돼 게임을 떠나게 됐다.

이런 악성 유저의 행위들은 자연스레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도시는 최소 5명 이상의 유저들이 모인 2렙 길드 이상만 지을 수 있게 돼 결국은 모든 유저들이 게임을 이끈다는 애초의 컨셉에서 벗어나 결국은 길드가 문명을 이끄는 식으로 게임의 플레이 양상이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떠난 만큼 남은 사람들의 건축 노동량이 증가하는 등의 피해가 생겨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피로감은 배 이상으로 커지게 됐다.

이 외에도 게임 서비스 초반부터 문제가 된 여러 길드가 뭉쳐서 한 문명에 정착해 게임의 밸런스를 망치는 행위, 맹목적인 적국에 대한 비난, 다른 문명의 공격 목표 도시를 알기 위해 다른 계정으로 첩자를 상대 문명에 보낸다거나 승리를 위한 어뷰징 등은 사람이 떠나가고 세션이 진행될수록 심해져 유저들의 감정 소모 및 유저끼리의 갈등도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미숙한 게임 운영


엑스엘게임즈의 미숙한 운영도 한 몫을 했다. 당초 유저들이 게임을 대거 떠난 계기가 된 악성 유저 등장 때 많은 유저들은 바로 게임을 떠나는 대신 엑스엘게임즈에 악성 유저에 대한 강력한 제제를 바라고 다음 세션까지 버텨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엑스엘게임즈는 유저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방치했고 결국 제 2, 제 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해 이로 인해 실망한 유저들의 이탈이 가속화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엑스엘게임즈의 가장 큰 실수는 역시 느린 콘텐츠 업데이트였다.

이 게임의 약 1년 간의 정식 서비스 동안 유저들이 체감한 대규모 업데이트라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지난 해 12월 업데이트 된 현대 시대 추가였을 것이다. 엑스엘게임즈가 서비스 전 말했던 신규 문명의 존재도 또한, 2016년 여름에 선보일꺼라 장담했던 '고지전'도 유저들은 만나볼 수 없었고 매번 같은 게임은 반복되는데 달라지는게 없으니 유저들이 콘텐츠에 싫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엑스엘게임즈도 느린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을 줄이고자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등록된 유저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나섰고 실제로 약소국을 위한 '불굴의 의지' 버프, 공방전 외에도 대규모 전쟁을 즐기고 싶다는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 접경전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밸런스 테스트를 했는지 의심스러운 버프 수치와 접경전에서 도시를 뺏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유저가 많은 강대국에게 더욱 유리한 시스템이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업데이트가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름부터는 없어졌고 유저들은 반복되는 기본 콘텐츠와 변화 없이 기다리고 있는 마치 일상 업무와도 같은 게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게 된 것이다.

어쩌면 엑스엘게임즈는 게임의 업데이트가 멈춘 이유에 대해서 유저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이기 전 문명온라인의 한 유저로서 겪어본 바로는 많은 유저들이 악성 유저의 첫 과학승리 테러 때만해도 많이 떠나긴 했지만 개발사의 태도에 따라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의견을 많이 내보였었기 때문에 만약 그 때 수습만 제대로 했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전히 기자를 포함해 문명온라인을 끝까지 즐긴 많은 유저들은 이 게임이 분명한 매력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서비스 종료에 대해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문명온라인 서비스 종료 공지 당시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문명온라인이 새로 태어날 것임을 예고하며 지금의 서비스 종료가 끝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이 공지는 국내 서비스가 아닌 해외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지만 게임을 1년 가까이 즐긴 한 명의 유저 입장에서 엑스엘게임즈가 이번 실패를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서비스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혹시라도 다시 한국으로 금의환향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