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내 정식 출시된 '소녀전선'의 흥행 돌풍이 매우 거세다.
'소녀전선'은 지난해 7월 양대 앱 마켓을 통해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SRPG로, 이름만 들어도 모습이 떠오르는 유명한 총기부터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총기까지 다수의 총기를 미소녀로 의인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함대 콜렉션(칸코레)'을 비롯해 전투기와 함선, 탱크 등 각종 밀리터리 무기 및 탈것을 의인화한 게임은 기존에도 다수 존재했고, 특히나 국내에서도 비슷한 장르의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되며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된 미소녀 의인화 게임들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미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국내 게임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리니지2 레볼루션'의 뒤를 이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소녀전선'의 놀라운 흥행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포커스가 살펴봤다.
거부감과 진입장벽을 낮춘 과감한 비즈니스 모델
'소녀전선'에서는 인력, 탄약, 식량, 부품 등 총 4종류의 기본적인 인게임 자원이 존재하고, 이 네가지 자원의 양을 적절히 조합해 전술인형(캐릭터)을 제조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만들 때 캐쉬는 일절 필요하지 않다. 게임 내 콘텐츠인 '군수 지원'이나 일간 및 주간 퀘스트를 깨고 얻을 수 있는 인게임 자원만으로도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국내 모바일게임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유료재화로 캐릭터를 뽑는 형태의 과금 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물론 국내 모바일게임들 또한 이벤트나 각종 보상을 통해 캐쉬를 다량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또 캐릭터를 그대로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녀전선'에서는 더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다. 인게임 자원으로 충분히 캐릭터를 뽑을 수 있고, 만약 이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다소 비효율적이지만 과금을 통해 더 뽑아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녀전선'은 인게임 자원만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때까지 부담 없이 뽑기를 할 수 있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느끼는 진입장벽과 거부감을 확 낮췄다. 물론 '소녀전선'의 캐릭터 뽑기 또한 확률이 존재하지만, 기약 없이 캐릭터를 얻을 때까지 현금을 소모하는 것 보다는 훨씬 그 거부감이 덜하다.
그렇다면 '소녀전선'은 과연 캐릭터 뽑기가 아닌,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이토록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바로 캐릭터들의 스킨 뽑기를 통해서다. 스킨은 할로윈과 여름 시즌, 아동절(어린이날), 결혼식 등 다양한 콘셉트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의상으로, 게임 내 캐릭터들의 외형(일러스트)을 바꿔줄 뿐 캐릭터의 능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킨은 뽑기 형태와 패키지 형태로 분리되어 판매되고, 교환권 등 최소한의 완충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 내 밸런스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만족감을 위한 결제를 유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의 스킨 판매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수월한 진행을 원한다면 소액의 결제가 필요하지만 그 금액이 과하지 않다. 즉, 과금이 필수적이지 않기에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유저들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잘 키운 3성 하나, 5성도 부럽지 않다
또 '소녀전선'이 가진 독특한 점이라면 거의 무의미한 등급 구분이다. 일반적으로 타 모바일게임의 경우 등급이 낮은 2성과 3성 캐릭터들은 4성과 5성 캐릭터들에 비해 성능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심지어 같은 등급일지라도 유저들이 그 안에서 또다시 등급을 나누어 성능을 저울질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각 단계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만약 유저가 보유한 캐릭터보다 더 좋은 성능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면 이를 과금을 통해 획득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소녀전선'에서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2성, 3성 캐릭터들도 끝까지 육성한다면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4성, 5성과 유사한 성능을 보유하게 되고, 때문에 반드시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써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오히려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유저에게 2성과 3성 캐릭터 육성을 추천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특징은 PVP 콘텐츠가 없는 '소녀전선'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해석된다. 2성, 3성 캐릭터들을 완전히 육성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고, 계속해서 과금하며 다른 유저와 지속적으로 출혈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서 언급했듯이 캐릭터를 뽑는 것은 인게임 자원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결정적으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넘을 수 없는 등급 차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애정'으로 육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유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들을 과금 부담 없이 획득할 수 있고 또 등급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대로 육성하고 콘텐츠를 즐기는 것 또한 가능해 진입장벽과 거부감을 낮춘 것이 '소녀전선'의 세일즈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쿠기밍'과 'Anmi'를 한자리에, '덕심' 자극하는 성우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기용
'소녀전선'과 같은 수집형 S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다. 때문에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국내 최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인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와 그의 부인 채지윤(닉네임 꾸엠)의 일러스트에 Live 2D 작업을 더해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소녀전선' 또한 서브컬쳐에 익숙한 유저들을 포섭하기 위해 중국과 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드걸스'와 '괴리성 밀리언 아서', '확산성 밀리언 아서' 등의 게임 일러스트와 다양한 라이트노벨 커버 일러스트를 통해 국내에서도 유명한 'Anmi 작가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성우진 또한 화려하다. '츤데레' 캐릭터 연기의 대표주자 쿠기미야 리에부터 '소드아트 온라인'의 여주인공 '아스나'로 이름을 널리 알린 토마츠 하루카, 1998년부터 현재까지 '러브히나', 'RE: 큐티하니', '제로의 사역마'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력을 뽐낸 호리에 유이 등이 게임 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높은 수준의 현직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낸 빼어난 일러스터는 물론이고, 여기에 서브컬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성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소녀전선'의 이유 있는 흥행 돌풍, 언제까지 이어질까
'소녀전선'은 캐릭터를 인게임 자원만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해 유저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저간 출혈 경쟁을 지속하게 하는 PVP 콘텐츠를 배제하는 등 과감한 선택을 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일러스트 및 화려한 성우진과 강제가 아닌 유저의 선택에 맡긴 BM까지 더해져 사전예약자 20만 명이라는 숫자가 무색할 정도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대만 현지 및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롱청 측은 게임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저 분들과 최대한 소통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여러분의 게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소홀히 하지 않고 듣겠다"라고 밝힌 만큼, 이후 '소녀전선'의 행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혜성처럼 등장해 '리니지M' 12세 버전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순위 3위를 차지한 '소녀전선'. 과연 반짝 흥행으로 끝날 것인지, 꾸준히 인기를 끌며 순항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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