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갑, 3선)과 오픈넷은 금일(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우리나라 망 중립성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 한성대학교 이내찬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재성 과장, 방송통신위원회 김종영 과장,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한국소비자원 이금노 연구위원,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총장 등 다수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망 중립성과 관련된 인터넷 서비스의 규범적 규제 필요성과 그 원칙의 방향성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망 중립성의 목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유승희 의원은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넘어 사회적 의사소통, 그리고 정치 영역에 있어서는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삶의 영역이며, 경제적 상호작용과 사회 혁신의 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해서는 망 중립성이 더욱 중요하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망 중립성에 대한 새로운 원칙이 정립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대학교 박경선 교수가 오늘(7일)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다. 박 교수는 "망 중립성을 통해 주창자들이 이루고자 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하고,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망 사업자들의 시장지배력이 위축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이란, 망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특수한 공정거래법의 일종이다. 일반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여 생산을 축소시키는 담합, 독점이윤, 경쟁자 배제 등 모든 행위를 규제한다. 단, 진입장벽이 낮거나 소비를 증대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반면 망 중립성은 일종의 거래거절 또는 사업방해를 금지하는 규범으로, 망 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장 지배력, 생산 축소, 진입장벽, 소비증대 등에 대한 입증 없이 선제적으로 적용되어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망 사업자에 대해 강력한 공정거래법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박 교수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첫째로 국내 대다수 지역에서의 인터넷망은 3개 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과점적 구조를 갖고 있어 시장 파워가 막강하다. 개별 라우터가 정보의 매개 역할을 하는 인터넷망의 구조상 망 사업자의 자의적 차별(패킷 차단 등)은 인터넷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고 생산성을 축소시킬 수 있으며 망 사업은 일반적으로 전봇대와 지하 파이프망 등을 이용해야 하는 허가제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특히 이동통신망의 경우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사용해야 하므로 그 진입장벽이 더 높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망의 구조상 망 사업자가 콘텐츠나 디바이스를 차별함으로써 특별히 발생되는 효율이 없다. 즉, 데이터 차별을 한다고 해서 소비가 증대될 요소는 전혀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반드시 특수한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일반론으로 따져보더라도 인터넷 망 사업자에 대해 망 중립성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통신비 인하, 음성 통화료 뿐만 아니라 데이터 이용료도 포함되어야"
이어 박 교수는 최근 통신요금 인하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로레이팅'에 대해 "통신비 인하는 단순히 음성 통화료 뿐만 아니라, 데이터 이용료도 포함해서 고려해야 한다. 이동통신사 3사가 전국의 이동통신시장을 가져가고 있는 이례적 상황을 감안한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제로레이팅'이란, 데이터 상한이 있는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 이용자에게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시 발생하는 데이터의 대가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ISP(인터넷 접속 제공 사업자)가 자사의 서비스 이용 확대 또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제공하거나, CP(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자사의 콘텐츠 이용 확대를 위해 이용자의 데이터 요금을 대신 ISP에게 납부하는 '스폰서드 데이터(Sponsored Data)'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SKT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이용할 때 발생되는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주거나, KT '지니뮤직'의 월 정액 요금제 '지니팩'에 가입할 경우 음악 스트리밍으로 발생되는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망 중립성 적용은 통신비 인하의 한 가지 수단이 될 수 있다. 망 중립성을 강화해 통신비 인하를 주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로레이팅'을 포함시키거나 플랫폼 중립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망 중립성 논의를 지연시키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도 맞지 않으며, 망 중립성의 본래 의도를 해친다는 것.
'제로레이팅'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김종영 과장은 "'제로레이팅'은 방통위에서 규제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다만, 어떤 것을 명확히 금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을 조금 더 지켜보고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문제가 법제화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소 손쉽게 고시가 제정된 측면이 있는데, 입법화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경쟁을 악화시키는 수단이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로레이팅'은 시장경쟁상 위협이 되며, 통신비 인하와는 전혀 무관하다. 일반적으로 통신비라고 하면 음성과 SMS, 데이터 비용과 단말기 할부금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이 중 최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데이터이며,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의 핵심은 통신 기술을 반영한 원가 대비 데이터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 '제로레이팅'은 데이터 비용은 그대로이며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다. 물론 특정 CP를 사용하는 사람은 혜택을 보겠지만, 그 외에는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망 중립성을 완화해달라는 것은 이동통신사의 자의적 차별을 허용하고, 타 시장으로의 시장 지배력 전이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말과 같다"라며 "이동통신사의 경제적 유인에 따라 데이터 이용처와 이용방식이 결정될 위험이 있다. 이용처와 이용 방식은 이용자 스스로의 선택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며, 데이터 이용처 또한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이금노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통신 서비스와 망 중립성 논의의 방향성이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의원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격과 다양성을 갖고 판단한다. 가격의 경우 직관적이지만 다양성은 소비자가 체감하기 쉽지 않다. 망 중립성의 논의 중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들은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 망 중립성 논의를 포함해 조금 더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이미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며, 여기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려면 '제로레이팅'이 장기적으로 독과점, 락인(Lock-In), 확장성 제한 등 소비자 편익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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