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게임을 질병으로 만드는가? 문화부-한콘진-게임문화재단, 게임문화 토론회 개최

등록일 2018년03월09일 18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이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원장 김영준)이 주최, (재)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게임문화 토론회가 9일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철 부원장. (사)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이경민 센터장,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국내 게임 문화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살펴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게임질병코드 적용 이슈에 대한 의학계, 게임학계, 인문사회학계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어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 참석한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철 부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게임의 역할에 대해 모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보건지구가 과몰입 코드를 신설하는 등 부정적 시선과  우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계각층의 서로의 생각을 논할 자리가 절실했으며, 이번 토론회가 이러한 논의를 펼칠 디딤돌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갑론을박 벌어지는 게임 장애 진단기준, 명확하지 않고 역치 평가 포함되지 않아
이번 토론회의 1부 발제 시간에는 먼저 중앙대 한덕현 교수가 '게임이용 장애,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게임이용 장애의 국제적 인식 현황'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라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996년 킴벌리 영에 의해 첫 사례가 보고되면서부터다. 한 43세 가정주부가 6개월 동안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채팅방에 머물러 있는 등 인터넷을 과하게 이용했고, 결국 그녀는 직업을 잃고 별거하게 되었다는 사례를 기점으로 차츰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은 새로운 차세대 기술이었기 때문에 연구 탬플릿을 알코올, 마약 중독의 진단 기준에 맞추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됐다. 더불어 이후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각기 다른 질환에 대한 정의, 그리고 구분되지 않는 인터넷 내 활동(쇼핑, 단순 웹서핑, SNS 등) 때문에 지지부진한 결과만을 낳았다.

 

또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논문이 연구되던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넘어던 과도기였으며, 게임의 장르 또한 빠르게 융합되고 변화해 연구된 사례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덕현 교수는 "이제는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라는 단어도 구식이 됐다. 심지어 전자기기의 병적 사용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유럽에서 나오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DSM-5(Internet Gamng Disorder)'는 정식 진단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구분인 '섹션3(Section 3)'에 포함되어 있으며, 자체적으로 다양한 진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나의 질병이나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 한덕현 교수의 주장이다. 아직 역치 평가가 해당 진단 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덕현 교수의 말에 따르면, DSM-5가 '섹션 3'에 머물면서 정식 질환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결국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들의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진단 기준이 부재하며 명확하지 않으며, 담배와 술처럼 물질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것을 사용하는 행동과 경험의 문제인지도 파악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6~7개 그룹을 오랜 시간 살펴봐야 하는 종적 연구가 필요하지만, 게임 장애와 관련된 연구는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단순 횡적 연구만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며 "더불어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등 공존 질환이 너무 많이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질환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태진 교수 "게임 장애 이슈와 '게임포비아' 조성은 올드 미디어의 저항"
이어 연세대 윤태진 교수는 '누가 아직도 게임을 두려워하는가?: 게임포비아의 역사 돌아보기'라는 주제를 통해 '게임포비아'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발제 앞서 윤태진 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는 기사들이 많이 보도되어 왔다. 하지만 20년이 지났음에도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서운' 게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게임포비아'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운을 뗐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늘 올드 미디어는 비판적인 시각, 즉 '뉴 미디어 포비아'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로 1800년대 유럽에서 대중 소설의 인기가 상승하자 모방범죄가 급증한다고 비판했으며, TV가 등장하자 신문 등의 올드 미디어들은 TV를 '바보상자'로 폄하하면서 학업부진, 정서장애, 사건사고를 야기하는 원흉으로 지목했다. 또한 2000년대 초 빠르게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TV와 신문은 힘을 합쳐 인터넷의 윤리적, 병리적 문제를 부각시키고 부작용을 부각시켰다.

 


 

윤태진 교수는 "문화라는 것은 새로운 시도를 늘 해야 한다. 저급하고 몹쓸 문화로 여겨졌던 것이불과 몇 년 만에 주류로 올라서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겁을 내고 욕을 하고 비판하기만 한다"고 일갈했다.

 

윤태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게임에 대한 일종의 공포감 조성(게임포비아)은 뉴 미디어에 대한 올드 미디어의 저항이다. 특히 국내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키워드 중 하나가 '사행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과 사행성을 늘 묶어서 설명해 왔다.

 

그는 "이러한 사행성에 대한 거부감은 게임에 대한 거부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뽑기와 확률형 아이템 같은 문제들이 게임을 중심으로 한 담론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윤태진 교수는 2010부터 2012년까지의 국내 4개 신문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부분 흉악 범죄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되어 왔으며, 해당 연구 결과가 이미 약 8년 전의 연구 결과임에도 현재와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태진 교수는 현재 올드 미디어(기성세대 또는 기존 질서)가 게임을 의미화하는 방식과 그 안에 내재된 공포를 크게 네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게임과 게이머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모자란 사회성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고 주장하는 '주변화의 공포'가 첫 번째다. 정상성과 게임을 대립시키며,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걱정하게 만들어 공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게이머를 청소년 또는 중고생으로 단정하고, 게임이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정의하는 '미성숙의 공포'다. 특히 국내에서는 교육열이 높은 만큼 이러한 공포감 조성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미성숙의 공포'는 게임이 지능 계발과 지식 축적, 이상 추구의 장애물로 간주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건강과의 대립, 즉 '신체훼손의 공포'다. 이러한 건강을 빌미로 한 공포감 조성은 가장 빈도가 높다. 게임이 성장을 방해한다면 부모들이 공포에 빠지고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을 게임으로 몰아가며, 무병장수를 위협하는 존재로 설정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게임이 건강에 도움이 되고 좋은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짓고 가상을 허위, 또는 무의미한 것으로 단정하는 '백일몽의 공포'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책이나 영화 또한 상상의 영역에 포함되지만, 게임을 할 때는 상상에서 그만 놀고 현실로 돌아오라고 조언하며, 게임을 마땅히 빠져 나와야 하는 부정적 세계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한편 윤태진 교수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게임에 집착하고, 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 중독자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그 수가 최근 10년 동안 증가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수사적으로 게임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과학적 개념으로 중독을 사용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주 소장 "게임 장애는 명칭은 '실행성(Practice)'을 지닌 정치적 용어"
마지막 발제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맡았다. 그는 '게임장애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제들, 현 사회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게임장애의 문화심리학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이 소장은 "게임이 장애라는 주장에 대해 왜 우리는 공포를 느끼지 않고, 포비아를 느끼지 않고, 경계심을 느끼지 않는지 의문이다"라며 "이름 짓기의 심리학과 관련이 있다. '게임 장애'라는 단어는 '달', '해'와 같이 무엇으로 부르든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일종의 '실행성'을 지닌 정치적인 용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새로운 현상, 이슈의 명칭을 붙일 때 명백히 따져보고 고민해 정해야 한다.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는 '노시보 효과'처럼 게임 장애라는 단어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이장주 소장은 게임 장애라는 진단 기준이 확립되었을 때 나타나게 될 새로운 사회 문제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병으로 인해 얻어지는 동기적, 환경적 이득을 통해 사회적 책임, 처벌, 의무를 면제받거나 경감 받을 수도 있으며, 게임 장애는 완치라는 개념을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도한 의료비가 지출되거나 직업 및 사회적 활동이 제약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게임 장애가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을 때 어떤 비용을 발생시키고 어떤 역효과를 발생시킬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사회 문화적 파급 효과와 경제성,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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