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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미디어협회 신년 공동기획 10부작 - '게임질병 코드, 어떻게 볼 것인가?'

등록일 2020년01월03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사회에서 게임을 대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다. 수출 효자산업으로 각광받는 동시에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중독물질로 낙인찍혔다. 정부의 게임육성 이면에는 서슬 퍼런 규제의 칼날이 숨겨져 있다. 성공한 게임회사 경영자는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 되지만, 정작 그들이 만든 게임은 마약 취급 받는다.

 

정부는 육성이라는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을 써가며 게임을 '산업'의 울타리로 가두어 놓았다. 사건만 터지면 사회의 책임을 게임에 덮어씌우기 일쑤다. 외화 벌어 오는 '게임 산업'은 환영하지만, 게임이 일상과 어울리는 '게임문화'는 배척한다. 게임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순은 한치의 접점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어왔다.

 

급기야, 올해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또 다른 탄압의 명분이 제공됐다. 총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를 맞아 그간 한국게임이 받아온 게임 규제의 역사, 그리고 게임 질병 코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보았다.

 

목차

1부: 왜 게임은 탄압받는가?
1)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게임은 탄압받았다! 게임규제 50년사
2) 문제는 미디어! 게임을 향한 비틀린 프레임
3) 거짓과 증오를 이용하라.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게임 죽이기

 

2부: 게임 질병 코드, 또 다른 탄압의 명분
1) WHO의 헛발질, 논란과 엇갈린 반응 
2) 문화부, 복지부, 여성부의 서로 다른 셈법
3) 무의미한 민관협의체, 기울어진 운동장 인사 구성 논란

 

3부: 진짜 의도는 이것! 게임 질병코드 본질은?
1) 질병코드의 본질은 게임이 아니다.
2) '마약 중독자 만드는 도파민 괴담?' 게임 마약론의 함정
3) 과잉 약물치료. 게임장애 근본적 대안 'NO'
4) 결론은 돈!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1부: 왜 게임은 탄압받는가? -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게임은 규제받았다... 게임규제 50년사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는 곧 규제의 역사다. 한국에서 게임은 항상 탄압과 견제의 대상이었다. '전자오락'으로 칭해지며 오락실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던 1970년대부터,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 한가운데에서도 게임을 접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 부각되고 있는 2020년을 앞둔 지금까지 말이다.

 

최초의 규제는 에너지 절약 때문
최초의 게임규제는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73년에 아케이드 사업장에 해당하는 전자유기장업종이 당시 보건사회부령으로 입법화된 후 이듬해인 1974년에 전자유기장업법에 의거해 전자유기장에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게임규제의 시작이다.

 

당시 정부는 에너지 절약과 낭비 방지 차원에서 신규 전자유기장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산업 태동기라는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게임이 지닌 생산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고찰을 갖고 있지 않은 시기였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게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시작됐는지 모른다. 생산적이지 못한 게임은 필요 없는 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이후 정권이 바뀌고, 세대가 변한 지금도 변함없다. 그땐 영화, 만화, 음악 등 모든 문화 매체가 비슷한 대우를 받았던 시절이었다.

 

에너지절약: 1979년 대한석탄공사와 대한연탄공업협회의 에너지절약 포스터. 출처: 정부정책공감 블로그(1979년 경향신문 사진)
 

1990년대 당근과 채찍의 시대
본격적인 게임규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1년 2월 학교보건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오락실은 정화구역대상 업종으로 분류됐다. 이 개정안의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학교 경계선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PC방이 자리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게임 관련 시설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시설로 구분되어 규제되는 셈이다.

 

이후 정책적인 게임규제 시도는 당분간 잠잠한 국면에 접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새로운 정책 제안이나 입법 시도를 통한 게임규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때부터 국회 밖 시민단체나 민간단체들의 게임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의 시민단체가 캡콤의 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파이터2'가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심한 경우 광과민성증후군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오락실: 1990년대 당시 학교 앞 오락실은 정화구역대상 업종으로 분류됐다

스트리트파이터: 90년대 폭력성 이슈 중심에 섰던 '스트리트파이터2'
 

한편, 이 시기는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이 활발했던 시기기도 하다. 1995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컴퓨터게임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아케이드 사업장을 오락 및 교육 기능을 갖춘 테마파크화하기 위해 종전 56평으로 제한됐던 사업장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콘솔에 잠정세율을 적용해 특별소비세를 실질적으로 인하하고 게임관련 심의제도를 통합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도 했다. 이렇듯 1990년대 후반은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져가던 시기였지만, 오히려 정책적으로는 지금보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했던 시절이었다.

 

악몽의 시작,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한국게임 탄압의 역사는 2005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게임탄압 정책으로 꼽히는 셧다운제가 처음으로 발의된 해가 2005년이다.

 

당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심야시간에 청소년에 대한 게임 제공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당시 게임업계와 문화관광부의 큰 반발에 부딪혔으며 상정된 후 전문위원 검토보고 단계에서 부적절 평가를 받고 폐기됐다.

 

셧다운제 도입 시도는 시간이 조금 더 흐른 2008년에 다시 한번 거론됐다. 2008년 5월 열린 18대 국회에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게임산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 두 법안은 국내 게임 탄압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법안이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는 개념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설정하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기본 개념은 게임 산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셧다운제는 세부 시행안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2011년 11월 2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게임산업근조: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現한국게임산업협회)가 2013년 내건 근조 배너
 

2013년, 강력한 게임 규제 법안의 등장

2013년은 국내 게임 탄압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시기다.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된 해가 바로 이 시기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모든 산업의 규제 완화를 강력히 내세웠다. 하지만 게임 산업은 예외였다. 오히려 셧다운이라는 강한 족쇄가 채워졌다.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인터넷게임 중독유발지수의 측정을 거쳐 이를 만족하지 못한 게임의 경우 제작 및 배급을 금지하는 동시에 인터넷게임 아이템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해당 거래를 무효로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셧다운제 적용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로 확대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과 게임사 매출의 1%를 추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자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위원회 의견을 참고해 중독 원인 규명과 예방, 치료하는 등 중독 방지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이런 중독 관리 대상에 게임이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당시 게임 업계에는 '게임 개발자는 마약 생산자'라는 자조적인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매출 5%를 징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 시기에 논란이 됐던 법안이다.

 

게임 탄압은 현재진행형, 절망 속 희망 불씨
이들 법안은 모두 19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최종적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20년 전에 비해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여전히 게임 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에는 아마추어 개발자의 비영리 목적의 게임물에도 상업용 게임과 동일한 심의 기준을 적용해,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플래시게임 사이트가 문을 닫는 사건도 있었다.

 

'ICD-11'은 게임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새로운 이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규제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지난 6월 게임결제한도 제한이 폐지되고 셧다운제의 단계적 완화가 예고됐다. 지난 11월 13일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현장에서 공격적인 지원을 예고하며 게임업계에는 지난 몇 년 사이 없었던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게임규제 철폐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김한준 지디넷코리아 기자)

 

이번 공동기획은 한국게임미디어협회(KGMA)와 한국게임기자클럽(KGRC)이 2020년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는 KGMA 소속 15개 매체 편집장과 기자들이 참여했습니다.

 

* 대표편집자 이덕규 게임어바웃 국장, 김미희 게임메카 기자, 김성렬 게임포커스 기자, 김한준 지디넷뉴스 기자, 길용찬 게임인사이트 기자, 박상범 게임뷰 기자, 이원희 데일리게임 기자, 임영택 매경게임진 기자, 허새롬 PN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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