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버스M' 글로벌 70개국 서비스 캐럿게임즈, 중소 개발사가 말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등록일 2020년01월15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게임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시장의 총 매출액은 14조 29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 성장했다. 여기에 2019년에는 전년대비 5% 성장한 1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업계의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2020년부터는 성장률이 2%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게임을 이용하는 인구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 2019년 전체 게임 이용률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65.7%로 나타났으며, 앞으로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고 대규모 마케팅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중소 개발사들의 입장에서 국내 게임 시장은 기회의 땅 보다는 닫힌 문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중소 개발사들은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선언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이용 습관이 자리잡은 동남아 국가를 공략하는 것은 물론, 서구권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한 국내 게임사의 소식들도 들려온다.

 


 

2015년 설립된 중소 개발사 캐럿게임즈(공동대표 손호용, 김미선) 역시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캐럿게임즈는 2017년 자사의 첫 모바일 MMORPG '리버스M'의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대만과 유럽 지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70개 국가에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에서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는 등 중소 개발사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상황.

 

글로벌 70여개국에 게임을 서비스해보면서 그들이 느낀 글로벌 시장의 성격과 정착 비결은 무엇일까. 게임포커스가 캐럿게임즈의 손호용 대표와 김현일 이사와 만났다. 캐럿게임즈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이유는 '매출'. 손 대표는 “국내는 마케팅 비용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시장”이라며 “중소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률 낮은 호주, 게임 캐릭터에도 히잡 씌워야 하는 중동 시장

 



 

'리버스M'은 작년 12월, 필리핀에서 모바일 RPG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대만에서도 양대 앱 마켓 무료 게임 인기 순위 TOP30에 진입하는데 성공하는 등 해외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캐럿게임즈의 도전이 순탄했던 것 만은 아니었다.

 

캐럿게임즈 김현일 이사는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시행착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호주 등 오세아니아 시장을 꼽았다. 브라질로 글로벌 게임시장 데뷔를 마친 캐럿게임즈는 다음 목표로 호주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게임시장을 포착했지만, 직접 마주한 호주 게임시장의 현실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고.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오세아니아 지역은 인구가 많다 보니 당연히 게임을 즐기는 인구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 진입해보니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디어 같은 마케팅 채널도 부족하더라. 특히 호주는 땅이 넓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모바일 디바이스로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현일 이사의 설명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과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잘 알려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양.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은 물론, 게임 인구 대부분이 두 개의 기기를 함께 사용할 정도로 시장이 큰 편이지만 현지의 고사양 기기 보급률이나 통신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이 동남아 게임시장의 장벽이다.

 



 

손호용 대표는 “갤럭시 S5 정도로 최소사양을 맞춰 나름대로 저사양 기기에 대한 대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동남아 지역 퍼블리셔들과 접촉했을 때는 이보다 더 낮은 사양을 기준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더라”라며 “여기에 게임의 다운로드 용량이 1기가만 넘어가더라도 여러 애로사항들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특히 갤럭시 시리즈나 LG의 모바일 기기로 사용 기기가 표준화된 국내와 달리, 동남아 지역의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은 파편화가 심하다는 점도 최적화 작업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 밖에도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들도 글로벌 출시를 고려하는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할 부분. 손호용 대표는 얼마전 두바이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현지 관계자와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두바이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양이 양호한 것은 물론, 게임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지만 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것.

 

손호용 대표는 “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중동 국가에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게임 내 여성 캐릭터들의 손과 얼굴을 제외한 피부를 가려야 하더라”라며 “여기에 글자 자체의 가독성이 좋지 않다는 점도 셀프 퍼블리싱으로 진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쪽에서는 이미 두바이 게임시장에 진입을 성공한 만큼, 향후 국내 게임사들도 두바이 시장을 주목할 것이라는 게 손호용 대표의 설명이다.

 

RPG 장르에 대한 수요는 서구권에도 존재, 문제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한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타 게임 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유럽이나 북미 등 서구권 국가에서 모바일 게임은 '하이퍼캐주얼'로 대표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한국과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는 MMORPG를 비롯해 장기간 꾸준히 즐겨야 하는 '무거운' 게임들이 사랑을 받기 때문. 이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바일 MMORPG가 국내를 비롯한 소수 국가에서만 통한다는 의견들도 많다.

 

손호용 대표 역시 모바일 MMORPG에 대한 선호도가 문화권, 또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이는 MMORPG라는 장르 자체의 문제가 아닌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구권 국가에서도 이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인기 게임을 통해 MMORPG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이를 PC가 아닌 모바일로 즐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 이에 캐럿게임즈가 서구권 국가에서 내세우는 공략법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PC클라이언트 버전이다.

 

손호용 대표는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이 여유로운 편이다 보니 핸드폰을 들고 짧게는 한 두시간 혹은 하루 종일 게임을 즐기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여전히 서구권 국가에서 모바일 게임은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PC 클라이언트를 통해 크로스 플레이를 제공해야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캐럿게임즈는 빠른 시일 내로 '리버스M'의 PC 클라이언트 버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쟁 일변도의 한국형 모바일 MMORPG로는 서구권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이머의 성향이 호전적인 편인 국내나 동남아, 아랍 지역 국가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더 강력한 장비를 갖추는 시스템이 통하지만, 서구권에서 받아들이는 RPG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호전적인 게이머들이 많은 국가에서는 '페이 투 윈(Pay to Win)'의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결과를 내지만 서구권에서는 '플레이 투 윈(Play to Win)' 요소를 더 넣을 필요가 있다.


손호용 대표는 “단순히 하나의 재료를 채집하는 과정에서도 서구권 게이머들은 개성과 감성을 요구하는데, 국내에서 유행하는 MMORPG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상대와 더 많이 싸우고 이길 수 있는가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문화적인 특성이 다른 지역에서 한국형 MMORPG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MMORPG가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해답, GDP보다는 PPP에 집중하라

 



 

최근에는 캐럿게임즈처럼 국내 게임시장에서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 게임사들도 많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신생 개발사의 입장에서 시장 조사부터 게임의 현지화까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은 힘든 일. 캐럿게임즈 손호용 대표는 무엇보다도 “직접 현지에 나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럿게임즈는 현지 시장 조사를 위해 짧게는 1~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해외에 나가 현지의 게이머들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현지의 게이머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기는 어떤 것인지, 또 현지의 매장에서는 어떤 기프트카드를 판매하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해야 해당 시장의 가능성과 공략 방법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

 

특히 현지의 구매력에 맞춰 게임 내 상품의 가격을 정하는 것 역시 현지 공략에 있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많은 게임사들이 GDP(국내총생산, 한 나라의 영역 내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것)를 주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지만, 김현일 이사는 GDP 보다는 PPP(구매력평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이사는 “GDP나 빅맥 지수 등의 수치로 현지의 물가 수준을 파악하면 단편적인 지표만 얻을 수 있지만, PPP를 지표로 세우면 보다 현지의 상황에 맞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라며 “과거에 한국에서 100개를 팔 때 필리핀에서 10개 정도를 판매했다면, PPP를 지표로 가격을 조정한 뒤에는 한국의 반절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번역 역시 현지시장을 공략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중국의 모바일 게임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부족한 품질의 번역으로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작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 내의 번역 품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마켓 상에서 노출되는 게임의 소개 문구. 같은 서구권이라도 영어로 언어를 통일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직접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마켓의 소개 문구는 현지의 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해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밖에도 현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루에 2만원 또는 3만원 정도의 광고비용을 책정하고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캐럿게임즈가 글로벌 시장으로 도전하고자하는 중소 개발사들을 위해 건네는 조언이다.

 

손호용 대표는 “우선 개발 중인 게임이 잘 통하는 지역이 어느 곳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현지의 문화나 정서에 맞는 현지화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유연한 서버 구조가 중요한데, AWS 이외에도 서버를 관리해주는 대행업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도 서버 구조를 유연하게 갖춘 덕분에 호주 지역에서의 실패 이후 빠르게 서버를 축소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리버스M'의 성인 버전, '아크로스 연대기' 등 신작 대기… 캐럿게임즈의 활약은 2020년부터

 


 

한편, 캐럿게임즈는 2020년 1분기 중 '리버스M'의 성인 버전인 '리버스R'과 PC 크로스 플레이를 위한 클라이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프로젝트 '보라(BORA)'와의 협업을 통해 '리버스M'에 암호화폐를 탑재한 '리버스M for BORA(가칭)' 버전 역시 1분기 내로 선보일 계획.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드문 만큼, 캐럿게임즈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손호용 대표는 '리버스M for BORA'에서 기존 유저들과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유저들 사이의 경제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손호용 대표는 “일반 유저와 코인을 보유한 유저들 사이에서 시세를 연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라며 “암호화폐가 게임 내의 경제 시스템을 흔드는 형태가 되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캐럿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작 MMORPG '아크로스 연대기' 역시 2020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아크로스 연대기'는 중세풍의 리얼한 3D 그래픽을 지향했던 '리버스M'과 달리,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 '아크로스 연대기'는 지난 '지스타 2019'를 통해 공개된 바 있으며, 미려한 비주얼을 통해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손호용 대표는 “아크로스 연대기는 현재 폴리싱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원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지만, 일정에 조금 변화가 생기면서 올 하반기 중 다른 형태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호용 대표는 2020년에는 캐럿게임즈가 본격적인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올해 첫 꿈이 굉장히 좋았다”라며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등 중소 개발사로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올해에는 그동안의 고민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게임사들이 활발하게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미지의 공간 같은 중동, 유럽 게임 시장에서도 국내 게임사가 좋은 소식을 알려오면서 해외 시장의 미래는 긍정적인 상황.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해외 게임 시장을 공략하면서 자신들만의 성공 노하우를 쌓고 있는 캐럿게임즈가 2020년 국내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캐럿게임즈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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