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게임사 '슈퍼셀(SuperCell)'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슈퍼셀'은 2010년 설립된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로, 다수의 히트작을 배출해내며 '믿고 즐기는 게임사'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이들의 첫 히트작 '클래시 오브 클랜'은 모바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기틀을 마련하며 2010년대 전세계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게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후 출시한 '클래시 로얄'이나 '브롤스타즈' 역시 장르의 기반을 다지면서 상업성과 게임성 양 측면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글로벌 히트작을 연속으로 배출해낸 '슈퍼셀' 만의 남다른 비결이다. 게임 시장의 역사와 함께 걸출한 히트작들을 배출해낸 게임사는 많지만, 특별한 굴곡 없이 전세계에서 흥행하는 모바일 게임들을 연이어 선보인 게임사는 '슈퍼셀'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부터 '브롤스타즈'까지 글로벌 대표 모바일 게임을 계속해서 배출해낸 그들 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게임포커스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슈퍼셀'의 일카(Ilkka Paananen) 대표가 게재한 포스트를 기반으로, 그들 만의 독특한 개발 DNA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위해서라면 베타 버전도, 상용화 게임도 예외는 없다
'클래시 오브 클랜'부터 '브롤스타즈'까지, 슈퍼셀의 대표작 대부분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지만, 사실 '슈퍼셀'의 모든 게임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가장 잘 팔린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은 슈퍼셀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였으며, 다음 흥행작 '클래시 로얄' 사이에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Infinite Game)" 만을 선보인다는 슈퍼셀의 핵심 기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더라도 이용자들로부터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폐기한다는 것.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물론 서비스 중이던 게임 역시 이용자 '리텐션(잔존율)'이 나쁘다면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이 일카 대표의 설명이다.
2015년 출시된 뒤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스매쉬 랜드(Smash Land)'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은 출시 초반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지만, 슈퍼셀 측은 '스매쉬 랜드'가 기존의 다른 게임처럼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지만, 슈퍼셀 측은 게임의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이 '슈퍼셀스러운 방식(Supercell way)'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이라는 확신이 들면 아무리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게임을 선보이는 것 역시 슈퍼셀 만의 독특한 개발 철학이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흥행 중인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는 정식 출시 이전 1년 6개월 간의 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장시간 테스트가 이어지면서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도 낮아졌지만 슈퍼셀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마침내 게임을 선보여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일카 대표는 "내부에서 게임을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들이 우리 게임을 얼마나 오래 즐기는가다"라며 "스매시 랜드와 러쉬 워즈는 모두 좋은 게임이었지만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즐길 수 있을 만한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에 내부에서도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작은 조직이 모여 하나로, 팀 독립성 보장하는 '슈퍼셀' 만의 근무환경
'슈퍼셀' 만의 독특한 개발 DNA는 조직 구조에도 숨어있다.
'슈퍼셀(SuperCell)'은 회사의 이름처럼 여러 개의 작은 '조직(Cell)'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뜻이 맞는 인력들이 모여 함께 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점차 많은 사람들이 더해져 게임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각 조직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별 조직에게 독립성을 보장해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슈퍼셀'이 지닌 진짜 강점이다.
'슈퍼셀'에서는 팀 외부의 인원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간섭할 수 없으며,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팀에게 주어진다. 단기적인 성과가 좋지 않거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에도 질책보다는 실패에서 배우도록 하는 사내 문화도 '슈퍼셀'이 창의적인 게임들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서비스 6년차를 맞이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붐비치' 역시 '슈퍼셀'의 자유로운 팀 단위 업무 문화로부터 탄생할 수 있었다. '붐비치'를 처음 기획할 당시, '슈퍼셀' 내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담당 팀의 꾸준한 노력으로 마침내 '붐비치'가 빛을 볼 수 있었다.
자유로운 업무 환경에 조직 구성원들의 주인 의식 역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카 대표에 따르면, '슈퍼셀' 내부에서는 팀장의 역할을 적임자에게 기꺼이 양도하거나 진행 중이던 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다른 팀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이처럼 '슈퍼셀'을 구성하는 작은 조직들은 저마다의 생명력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행동한다.
일카 대표는 이처럼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위해 가능한 작은 조직을 유지하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작은 조직일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방향전환 역시 쉽다는 것이 일카 대표의 생각이다. 구성원의 행동 및 사고방식을 제한하는 조직 공통의 목표나 무의미한 내부 관행, 보고 작업도 '슈퍼셀'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일카 대표는 "농담식으로 전 세계의 모든 기업 대표 중에서 내가 가장 영향력이 적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이다"라며 "개인의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뛰어난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에게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들을 믿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특한 개발 DNA로 이끌어온 지난 시간, 다음 10년에는 어떤 모습 보여줄까
"오래 사랑받는 게임"을 위한 과감한 선택, 구성원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실패를 장려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통해 '슈퍼셀'은 불과 10년 사이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게임사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일카 대표는 "설립 초기 우리는 블리자드나 닌텐도처럼 기억에 오래 남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가 되고 싶었다"라며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의 창립 비전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슈퍼셀은 다음 10년을 위해 더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내부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슈퍼셀는 2019년 글로벌 각 지역에서 유망한 개발사 3곳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슈퍼셀의 게임을 즐기는 인플루언서를 공식 선정하고 지원하는 '슈퍼셀 크리에이터(SuperCell Creators)' 프로그램을 선보여 개발사와 커뮤니티 간의 소통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e스포츠화와 라이선스 사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가 조금 낮아졌지만, 슈퍼셀은 2019년 11월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브롤스타즈'의 첫 글로벌 대회를 진행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러스에서 열린 '클래시 로얄 리그 월드 파이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자사 대표 게임들의 e스포츠 리그 규모를 점차 키워나갈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라인 프렌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캐릭터 IP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기대가 모아진다.
일카 대표는 "미래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슈퍼셀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되기 위해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창립 10주년까지 올 수 있도록 해준 내부의 구성원들과 파트너, 슈퍼셀의 게임을 즐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슈퍼셀은 2020년 말 자사의 신규 프로젝트 2종을 테스트 형태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이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 나가고 있는 슈퍼셀이 다음에는 어떤 게임으로 전세계 게이머들을 놀라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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