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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서 '나'로, 게임 속 콘텐츠도 '개인주의'로 바뀐다

등록일 2020년10월08일 09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 최고의 유행어를 꼽으라면 역시 "OO은 개인주의야"다. 게임업계의 트렌드에도 "개인주의야"라는 말이 잘 어울리겠다. 협력과 경쟁이 양립하던 게임 내 콘텐츠는 최근 경쟁, 그 중에서도 '팀'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폴가이즈(Fall Guys: Ultimate KnockOut)'가 인기다. 여러 미니게임을 거쳐 최대 60명 중 한 명만이 살아남는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종류의 배틀로얄 규칙을 적용한 이 게임은 올해 8월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세 게임 대열에 합류했다. 이 밖에도 닌텐도가 '슈퍼마리오'에 배틀로얄 규칙을 더한 '슈퍼마리오 35'를 선보이는 등 최근 게임 시장에서는 최후 또는 최고의 1인을 가리는 방식의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으로 팀 단위의 경쟁을 다룬 게임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러 플레이어가 협력해서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다른 팀과 대결하는 것을 골자로 했던 게임 속 콘텐츠는 이제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1위를 달성하는 것을 주된 재미로 내세우고 있다. 게이머들 역시 팀 단위의 협력 또는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싱글 플레이, 또는 '라스트 맨 스탠딩' 규칙의 게임들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게임 속 경쟁, '우리'의 승리에서 '나'의 승리를 목표로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 이전에도 여러 플레이어가 협력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형태의 게임이 있었다. 그러나 협력형 콘텐츠와 경쟁형 콘텐츠가 양립하던 게임 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등장 이후로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게이머들은 팀을 구성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팀 단위 대전 규칙에 익숙해졌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C방 점유율 50%를 유지하는 등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팀 단위 경쟁 게임의 흥행이 장기화되면서 게이머들의 불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인 단위로 경쟁하던 게임들과 달리 팀 단위의 게임에서는 '팀원'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것. 플레이어 개인의 실력이 월등하게 높더라도 팀원의 실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게임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 것. 특히 평균 30분 정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짧은 편이기에 하루에도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실시간으로 협력해야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에 대한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에 'H1Z1' 또는 '배틀그라운드'로 대표되는 '라스트 맨 스탠딩' 방식의 배틀로얄 게임이 팀 단위 경쟁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책으로 부각되었다. 팀원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팀 단위 경쟁 게임에 비해 배틀로얄에서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자신의 승리를 위해 싸우게 된다. 물론 그만큼 플레이어의 실력에 대한 의존도와 부담도 커지지만, 승리를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 역시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초반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치고 PC방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한 이유다.

 

협력하는 동안에도 '우리'보다 중요한 것은 '나'

 



 

기존의 대전 중심 게임뿐만 아니라 MMORPG 등의 협력형 콘텐츠에서도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성취감을 강조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협력하는 가운데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기획이 엿보이는 것.

 

특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대세 장르로 통용되는 모바일 MMORPG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넥슨의 'V4'나 웹젠의 '뮤 아크엔젤'은 여러 플레이어들이 협력해 보스를 물리치는 '토벌'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플레이어가 입힌 피해량에 따라 차등 보상을 제공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PC MMORPG에서 '레이드' 콘텐츠를 통해 얻은 보상을 무작위, 또는 경매를 통해 나눠 가지는 것과 비교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자들의 성향 역시 차등 보상을 당연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MMORPG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레이드 및 보스 토벌 관련 콘텐츠에서 기여도에 따라 차등보상을 제공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혔음에도 레이드에 대충 참여한 이용자가 더 좋은 보상을 얻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적이 많다"라며 "사냥 중 입힌 피해나 기여도에 따라 차등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협력에 부담 느끼는 게이머 증가... 게임 속 '개인주의' 더 강해진다

 



 

'우리'보다는 '나'를 우선시하는 게이머들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게임 속 세계에서 인정받고 최고가 되고 싶다"라는 게이머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그대로지만, 게임을 즐기는 환경 자체가 달라진 것. 생업을 병행하는 게이머들은 이제 예전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기에 지금처럼 '우리'를 위해 협력하기보다는 '나'의 성공과 승리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도 협력형 콘텐츠, 또는 팀 단위 경쟁 콘텐츠를 기피하는 게이머들이 이야기하는 주된 이유는 '피로감'과 '부족한 시간' 때문이다. 개인의 성과가 팀의 성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혼자 게임을 즐기거나 경쟁할 때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게임에 대해 공부해야한다는 것. 한 게이머는 "내가 실수하거나 실력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최근에는 팀 단위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게임에 손을 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협력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게이머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경쟁이나 협력 콘텐츠를 최소화한 게임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호요가 9월 글로벌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 '원신'은 멀티 플레이 요소가 있지만 필수적이지 않아 이용자들의 부담을 줄였으며, 최근 흥행하고 있는 '폴가이즈' 역시 팀 단위의 협력이나 경쟁 요소를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안에 최후의 1인을 가리는 직관적이고 간단한 룰을 적용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앞으로도 '개인주의적'인 게임의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포커스가 이동건 게임연구소와 진행한 '대한민국 청소년 게임 인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게이머 중 약 57%가 '경쟁형 게임'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기성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성적에 따른 차등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팀 단위의 협력 및 경쟁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게임사에서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할 때에도 이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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