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블리자드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에는 세 가지가 없다

등록일 2020년12월22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2018 블리즈컨'을 뒤흔들었던 "님폰없?(Do you guys not have phones?)" 사태로부터 만 2년이 지난 올해 12월, 블리자드가 드디어 '디아블로 이모탈'의 알파 테스트 버전을 선보였다. 어디까지나 기대하던 신작 대신 모바일 게임이 공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일 뿐, 기자는 개인적으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지향하는 게임성이 모바일 플랫폼에도 잘 어울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설렘 반, 조마조마한 마음 반을 가지고 '디아블로 이모탈'의 알파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했다. '디아블로'를 통해 '핵앤슬래시'라는 장르의 기초를 다졌던 블리자드답게 '디아블로 이모탈'은 기존 시리즈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모바일이라는 그릇에 잘 담아낸 게임이다. 알파 테스트라는 점을 감안해도 여러모로 정식 출시 버전이 기대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

 



 

누군가 '디아블로 이모탈'이 어떤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디아블로3의 자리에 서서 디아블로4를 바라보는 게임"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액트(Act)' 구분이 사라지고 모바일 게임이라면 으레 만나볼 수 있는 '자동 사냥'도 없다. 그럼에도 '디아블로 이모탈'은 여전히 '디아블로' 시리즈의 핵심 DNA를 유지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토리를 클리어해 나가는 초회차 플레이의 재미 역시 여느 시리즈 못지 않다.

 

'액트(Act)' 구분이 없다 – 더 넓어진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가 생겼다

 


 

그동안의 '디아블로' 시리즈는 일직선 진행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멀티 플레이 요소를 지원하긴 하지만 기본은 싱글 플레이 게임에 가깝기에 플레이어들은 정해진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면서 각 '장(액트)'의 보스들을 쓰러트리고 '디아블로'와 마주하게 된다. 액트를 클리어한 지역을 다시 방문할 일은 없다시피 하며 '디아블로'를 잡고 엔딩을 보면 다시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고, 하드코어 유저들은 균열로 향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알던 '디아블로'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결이 조금 다르다. 액트 구분을 없애고 MMO 요소를 더했다는 '디아블로4'와 조금 더 가까운 편으로, 필드의 규모가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여러 콘텐츠들도 추가되었다. 퀘스트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필드에서 보스를 마주할 때도 있지만, 각 퀘스트 라인의 중요한 보스들은 별도의 던전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 모바일 게임의 문법에 맞게 각 던전들은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에 한번 퀘스트를 클리어한 지역에 다시 방문하는 일들도 잦다.

 

넓은 필드를 일회용으로 소모하는 것은 아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메인 퀘스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브 퀘스트, 그리고 숨겨진 요소들을 배치해 마치 오픈월드 RPG를 즐기는 것처럼 맵 곳곳을 자연스럽게 탐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제공하는 정규 던전 이외에도 맵 곳곳에는 숨겨진 던전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때로는 맵에서 특정 오브젝트들을 찾아 상호작용해야 하는 퀘스트들도 배치되어 있다. 이에 앞만 보고 달리던 기존의 '디아블로'보다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셈.

 


 

MMO 요소를 섞었다고 이야기했던 만큼,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다른 이용자들과의 상호작용 기능들이 부각된다. 던전에 입장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솔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필드 내에 있는 다른 이용자들을 빠르게 초대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일부 필드 보스 중에서는 현재 같은 필드 내에 있는 이용자들과 협력하는 것 역시 가능해 '디아블로'의 세계관이 더욱 확장되었다는 느낌. 특정 시간마다 여러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필드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시간 관계상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아블로4'를 처음 공개했을 당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구현했다고 재차 강조했는데 이는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마찬가지다. '디아블로3'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색감이 어두워진 편. 성역을 구성하는 각 지역들 역시 저마다 다른 매력들로 무장하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로 확장된 세계관을 즐겨보는 것 역시 흥미롭겠다. 스토리는 2편과 3편, 그 중간 지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익숙할 얼굴들도 다수 등장하니 스토리에 집중하는 라이트 게이머들도 충분히 즐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자동 사냥'이 없다 – '핵앤슬래시' 장르 본연의 매력은 그대로

 


 

'디아블로' 시리즈는 '핵앤슬래시' 장르 게임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핵앤슬래시'는 그 이름처럼 적들을 "베고 써는 데에" 집중한 게임. 타락과 부활을 반복하는 것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통적인 스토리라인이지만 사실 게이머들이 진짜 기대하는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도 즐거운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전투 쾌감이다.

 

"님폰없" 사태 당시 많은 팬들이 우려했던 부분은 결국 모바일로 무대를 옮기면서 '디아블로' 특유의 매력이 희석되지 않을까였다. 복잡하고 정교한 조작이 어려운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자동 전투'를 도입하고 결국에는 전투 자체가 재미없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마냥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겠다. 블리자드 역시 '디아블로 이모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전투 자체의 재미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등 모바일에서도 그럴듯한 '핵앤슬래시'를 즐기기 위한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우선은 '자동 사냥'은 없다. 거점이 되는 마을에서 주요 NPC들을 찾아가거나 던전 입구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자동 이동' 기능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지만, 어디까지나 적들을 썰어버리는 것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작은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어야 해 눈이 피로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대부분의 균열이나 퀘스트 또는 던전의 플레이타임 자체가 그다지 긴 편이 아니라 한판 즐기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플레이하는 등의 루틴이 갖춰지더라. 정식 출시 버전에서 PC 에뮬레이터와의 호환성이 좋다면 편의성이 더욱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앤슬래시' 장르의 상징과도 같은 마우스를 통한 조작 대신,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스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물론 기본 공격 버튼을 제공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몰이사냥을 하는 도중에는 기본 공격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원하는 적을 공격하기도 쉽지 않고, PC 버전과 비교하면 타격감 역시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 대신 스킬의 연출과 타격감은 PC 버전 못지 않게 훌륭해 적재적소에 맞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쿨타임을 관리하는 것이 '디아블로 이모탈'의 핵심 시스템이 되었다. 생각없이 스킬을 난사하다가는 같은 상황이라도 DPS가 크게 달라졌다.

 

아직 알파 테스트 버전 임을 감안해야 할 부분은 모션이다. 기자는 알파 테스트 버전 동안 '악마사냥꾼'을 플레이했는데, 사격 모션이 조금은 엉성하다는 느낌. 일부 스킬의 경우에는 범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시인성 문제들도 있기에 향후 개발을 거듭하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모션과는 별개로 적과 플레이어 간의 피격 및 타격 판정은 상당히 정확했다. 이후 난이도가 더 높은 모드에 도전해봐야 알겠지만, 적의 공격은 피하고 몰아서 일격에 해치우는 '핵앤슬래시' 장르의 정체성은 여느 시리즈 못지 않다는 느낌이다.

 

'룬' 시스템이 없다 – 아이템이 곧 빌드, 엔드 콘텐츠의 성장 구조는 더 지켜봐야

 


 

'디아블로3' 플레이어들에게는 익숙한 '룬' 시스템은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이를 대신해 전설 등급의 장비을 통해 스킬의 효과를 변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획득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플레이 스타일과 빌드가 결정되기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45레벨 이전까지의 장비 시스템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불호'에 조금 가깝다.

 

'룬'의 효과들은 전부 전설 등급의 장비로 옮겨갔다. 이전처럼 각 스킬에 대해 룬을 선택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 나갔던 것과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반복 파밍을 통해 전설 장비를 획득하고 여기에 붙은 옵션 간의 효율성을 따져가며 스킬들을 구성하게 된다. 기자가 플레이한 '악마사냥꾼'의 경우 '난사'를 사용할 시 폭탄을 던지거나 '칼덫'에 추가적인 효과들이 붙는 방식으로 스킬이 강화된다. 물론 장비 강화에 따라 추가 효과들도 붙기에 이전 작품보다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설 등급 장비가 '룬'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인 걸까, 사실상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느낌이다. 결국 전설 등급 장비의 획득 확률이 중요한 셈인데, 게임을 오래 붙잡지 않는 이상은 퀘스트를 통해 제공하는 일부 전설 등급 장비를 겨우 갖출 수 있다. 사실상 여기에 붙은 옵션이 만렙 달성 이전까지의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짓는 셈. 레벨 단계에 따라 점차 플레이 스타일이 다양해지는 기존 작품과 비교하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번 알파 테스트 버전은 45레벨을 최대 레벨로 설정했다. 최대 레벨을 달성한 이후에는 여느 때처럼 더 높은 난이도의 스토리에 도전하고 '정복자' 레벨을 올리는 데에 주력하게 된다. 우선은 '디아블로 이모탈'의 따끈따끈한 초반부 플레이 소감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이어지는 체험기에서는 엔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감을 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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