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3년 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2018'에서 처음 접했던 국산 인디게임 '페포(PEPO)'가 게임의 정식 출시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돌입했다는 것. 게임에 대한 기억은 잠시 묻어뒀지만, 그사이 '페포'는 꾸준히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페포'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당시) 재학생들이 모인 '팀 BUD'가 개발하고 출시할 예정인 2D 플랫포머 슈팅 게임이다. 흑과 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돌연변이 세포 '페포'가 세상에 색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귀여운 이야기, 그리고 감각적인 아트 스타일과 달리 게임의 난이도는 만만치 않아 데모 버전을 플레이했던 많은 관람객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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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페포'는 상업용 게임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졸업작품을 목적으로 개발된 게임이라는 사실이다. 그간 수 많은 졸업작품들을 보아왔지만 이중에서 실제 출시까지 이어지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졸업 이후에는 팀원들이 각자 사회에 진출해야 하고, 또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과정이 생각만큼 녹록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반가운 마음, 그간 게임을 잊고 있었던 미안한 마음 반을 안고 팀 BUD 김준호 개발자로부터 '페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준호 개발자는 "페포를 출시하기 위해 퇴사까지 결심했다"라며 "후회는 하지 않고, 남들이 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게임 출시 위해 퇴사까지 결심, 게임에 대한 확신이 원동력이었다
기자가 팀 BUD의 구성원과 만나 청강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2018년 12월, 그 이후 2019년에 팀 BUD의 모든 구성원들은 학교를 졸업했다. 물론 졸업 프로젝트 역시 종료되었지만 '페포'를 개발하면서 느낀 경험, 그리고 게임에 대한 애정과 반드시 게임을 완성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치해 팀원 모두 '페포'를 계속해서 개발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졸업작품으로 시작한 '페포'의 실제 출시를 결정하게 된 것은 수익 보다는 게임의 완성 자체가 목표였다는 것이 김준호 개발자의 이야기다. 팀원 중 절반은 이미 취업해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게임을 단순히 완성하겠다는 목표 정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김준호 개발자는 "졸업 작품을 진행할 때에는 한 달에 한 가지 스테이지 정도만 개발했지만, 이는 초기 단계라 시간이 걸릴 뿐,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활동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준호 개발자는 "비대면으로 개발하는 것과 회사를 다니면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다"라며 "학교에서 모여서 개발할 때에는 의사소통도 빨랐는데,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개발하니 회의조차 쉽지 않더라. 졸업 작품 개발 당시를 생각하며 짠 일정과 분량으로는 2019년 내에 결코 완성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선택한 해결책은 개발 분량 축소가 아닌 다니고 있던 회사를 퇴사하는 것이었다. 김준호 개발자는 독립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값진 경험이고, 팀장으로서 프로젝트를 좀더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개발 분량을 대폭 축소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는 게임을 출시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라며 "퇴사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지만, 오히려 남들이 겪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졸업 작품으로 시작했던 '페포'를 위해 큰 결심까지 하고, 또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준호 개발자는 이에 대해 "페포에 대한 확신"이라고 답했다. '페포'는 'BIC 2018' 이후에도 '글로벌 인디게임 경진대회', 'Made With Unity Korea 2019' 등 게임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당시 게임을 플레이했던 관람객들로부터 게임 개발 소식을 묻는 질문들도 받았다고.
그는 "게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개발을 지속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라며 "전시 및 각종 대외 활동이 확신을 가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 2019년 이후 별다른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했음에도 메일로 '페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이머 분들의 연락이 올 때도 있다. 기다려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답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6월 얼리액세스, 9월 정식 출시 목표… 어려운 난이도가 게임의 아이덴티티
한편, 팀 BUD는 텀블벅을 통해 '페포'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500만원 규모의 펀딩을 통해 모금한 금액은 게임 개발, 다국어 번역, 심의,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개발 키트 구매, 굿즈 제작 등에 활용될 예정. 펀딩 종료를 27일 앞둔 2월 25일 기준 목표 금액의 56%를 달성하는 등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팀 BUD 측은 '페포'에서 총 10개 스테이지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중 현재 5개의 스테이지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다. 개발은 60% 정도 진행된 상황으로, 6월까지 나머지 스테이지를 개발해 얼리 액세스 버전으로 게임을 선보이고 9월 중 정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스팀을 통해 3개의 스테이지와 튜토리얼을 즐길 수 있는 데모 버전을 배포하고 있으니, 독특한 아트 스타일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한번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겠다.
'BIC 2018'에서도 악명이 높았던 난이도는 여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페포'는 색을 테마로 한 슈팅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보스가 공격하는 탄막과 동일한 색상으로 공격해야만 적을 공략할 수 있다. 보스의 패턴도 만만치 않고 전투의 속도가 꽤나 빠른 편이기도 하니 공략하는 재미도 충분하다. '병원', '놀이공원', '하수도' 세 개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던 지난 데모와 달리 '공장', '식물원' 등 새로운 스테이지가 수록되었고 월드 맵 및 옵션 UI도 편의성을 가다듬었다.
마지막으로 김준호 개발자는 '페포'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을 위한 인사를 전했다. 그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분들에게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보 개발자이지만, 페포를 통해 유저 분들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멈추지 않고 개발해서 재미있는 게임으로 찾아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페포'의 크라우드 펀딩은 '텀블벅'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금액에 따라 머그컵, 마우스패드, 그립 톡 등 다양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데모 버전은 스팀(Steam)과 스토브(Stove)를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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