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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중국은 ‘아편', 한국은 '마약', 21세기 게임 규제 경쟁

등록일 2021년08월11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또 다시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비판을 받게 됐다
 

중국정부가 최근 발표한 교육 정책 개편안 중 학생의 의무 교육 및 교외 학습 부담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터넷 중독 예방을 언급한 가운데 3일, 중국 관영 신문인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 등 일부 공식 매체들이 텐센트의 인기 모바일게임 ‘왕자영요’를 예로 들며 직접적으로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중국은 물론 국내 게임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2020년 어린이,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근시이며 학업에 영향을 끼치고 인격소외를 유발하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드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정신 아편' 또는 '전자 아편'이라고 게임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 새로운 유형의 ‘약물’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기사 말미에는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과 함께 단순히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닌 미성년자 중독 방지 시스템을 개선하고 게임 중독이 되지 않도록 하는 콘텐츠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게임산업의 규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해당 기사는 이후 곧바로 수정되기는 했으나 중국은 물론 국내 게임관련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중국은 물론 국내 게임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를 진행했다. 인민들의 보호라는 명목아래 이용, 제작,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를 이어나갔다. 실명인증, 시간통제, 콘텐츠 사전 검열 등 절차와 방법 역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중국 게임 시장의 매출액은 약 2,786억 8,700만 위안(한화 약 49조 6,000억)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으며 중국 시장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텐센트 게임즈의 2020년 매출 약 1561억 위안(한화 약 27조 7,8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도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중국 게임산업의 상반기 매출은 1,505억 위안(한화 약 26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약 7.9% 증가했으며 1월에서 6월까지 중국의 게임 이용자수는 전년 대비 1.4%증가한 약 6억 6,700만 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약 14억 인구인 중국의 2명 중 한 명은 게임을 즐기고 있거나 최소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약 3,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게임인구와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수준인 것.

 

중국 언론의 이번 게임산업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을 둘러싸고 중국 네티즌들도 갑론을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녀들이 게임만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찬성론자들과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개입은 막아야 된다는 반대론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격렬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 그들의 주류 문화중 하나가 되어버린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다양한 글을 보면서 한 가지 원초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중국시장의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일까 아니면 ‘중국의 규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게임사업을 진행한 기업과 정부가 만들어낸 윈-윈 사례’일까. 

 

궁금증에 대한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힌트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3연임 제한 규정을 풀며 사실상 시진핑 3기를 준비 중인 중국의 현 시진핑 2기 체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을 꼽아본다면 바로 민영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꼽을 수 있을 듯 싶다. 중국 최고의 거대기업인 BAT(Baidu, Alibaba, Tencent)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자본과 이용자가 집중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와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높고 이용자가 많은 것이 바로 게임 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미성년자의 보호라는 명목 아래 신분인증 등 가장 높은 수준의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신문이 온라인게임에 대해 ‘정신 아편’, ‘전자 아편’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 역시 중국 정부가 게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 산업 초기, 그 어느나라보다도 적극적인 진흥정책을 펼쳤고 지금은 e스포츠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이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사실상 통제 단계의 정책을 꺼내들며 기업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아편’ 발언은 젊은 세대들로부터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임을 마약인 아편으로 취급을 하면서 e스포츠를 공식 스포츠로 지정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게임을 하는 사람은 마약 소지죄로 유죄가 되는 것이냐”는 격양된 반응이 대부분이다. 거센 항의가 잇다르자 경제참고보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해버리는 웃지 못 할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중국의 현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셧다운제 폐지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게임을 질병의 영역으로 끌어들일려는 시도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다. 물론, 게임은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이라는 게임에 대한 일부의 무지와 비판도 여전하다.

 

정부의 '아편' 발언을 비판하고 나선 중국의 젊은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산업의 처지를 알게 되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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