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식 출시되는 '엘든링'의 DLC '황금 나무의 그림자'를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협력을 얻어 한발 먼저 플레이해 봤다.
결론부터 적자면 수면부족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액션게임이었던 본편 '엘든링' 못지않은 재미를 주는, 볼륨과 재미를 잘 담은 DLC였다. 다만 길찾기가 너무 어려워 아무 공략 없이 플레이해야 하는 사전 플레이에서는 꽤 애를 먹었다.
이런 부분이 공략없이 즐기는 재미의 일종이긴 할 테고, 정식 출시 후에는 지혜를 모아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 테니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 본다.
'엘든링' DLC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시작하기 전 상황, 본편을 엔딩 보고 바로 접었다면 낭패를 볼 수도...
리뷰어는 소울류 게임을 2년 전 '엘든링'으로 입문한 소울류 초심자이다. '엘든링'은 재미있게 즐겼지만 '다크소울' 시리즈는 플레이하지 않았다.
같은 장르로 분류되는 '인왕' 시리즈나 '와룡'과 같은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했지만 '소울라이크'에 조예가 깊은 편이 아니다. 그로 인해 일반적인 소울라이크 게이머의 관점과 조금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 두고 싶다.
DLC 플레이는 1.03 이전에 클리어한 본편 세팅 그대로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해상도 중시로 설정하고 플레이했고, '최근 획득한 아이템 탭'을 인벤토리에 추가하는 옵션을 켜고 시작했다.
아이템이 우르르 들어오는 상황이나 상자를 열었는데 내용물을 못 보고 습격을 받았다거나 했을 때 발생하는 혼란이 사라지는 훌륭한 옵션이다. 물론 인벤토리 메뉴를 열었을 때 처음 보이는 페이지가 이것으로 바뀌므로 성향에 따라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다.
리뷰어가 DLC를 설치하고 2년 만에 '엘든링'을 실행했을 때 리뷰어가 본 광경은 '멀기트를 잡고 원탁에 갓 도착한' 2회차 캐릭터였다.
10분 정도 멍하니 현실을 부정하고 -이럴리가 없다, 분명 흉조가 버려진 지하로 가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라고 되뇌이다가 깨어나서 20분 정도 '가장 빠르게 라단을 잡고 모그를 만날 수 있는 루트'를 고민했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이 우울한 상황은 트로피 컴플릿을 위해 자동 업로드를 꺼둔 PSN 백업에 '1회차에서 엔딩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로 올려둔 세이브 데이터를 발견하여 해결됐다. 트로피를 찬양하라...
모든 축복이 열린 준비된 캐릭터를 앞에 두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든 생각은 '많은 유저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라단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그는 과연? 몇명이나 클리어 했을 것인가... 이게 맞나...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야지 어쩔 수가 없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그리고 커뮤니티에 속속 '모그까지 가는 가장 빠른 루트' 가 올라오고 있으니 참고하여 뚫고 진행해 두도록 하자.
DLC에 진입해 초기 지역에서 받은 느낌
본편에서 '흉조가 버려진 지하'는 일반적인 진행 방향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하는데다 콘텐츠도 거의 없는 수준(물론 다른 의미로 매우 유명하지만)이다.
하지만 정작 스토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미켈라는 왜 갑자기 사라졌는가? 부터 해서 말레니아와 라단 스토리까지 쭉 모두 이어지는- 이 연계되고, 그럼에도 그냥 '저게 미켈라입니다'만 추측 가능할 뿐 더 이상 이어지는 설명이 없어서 '여기는 만들다가 일정이 안되었나?' 하고 추측이 무성했던 곳이다.
이번 DLC가 바로 '그' 부분이다.
미켈라가 과거에 그림자의 땅으로 넘어왔고, 미켈라 팬클럽(...)이 미켈라를 따라 넘어왔고, 빛바랜자도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 과연 미켈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일까...
본편이 제대로 시작될 때 림그레이브의 생명력(?) 넘치는 광대한 경관에 한번 감탄하고 넘어가게 된다면, DLC는 같은 포지션에 끝없이 펼쳐진 묘비를 마주할 수 있다. 저 멀리 지평선에 보이는 그림자 나무는 덤.
황금 나무와 그림자 나무, 틈새의 땅과 그림자의 땅의 대비를 설명 한줄 없이 이해시키는 멋진 시각적 경험이다.
당연히(?) 쉽지 않은 난이도, 새로운 시스템
개발진이 인터뷰에서 DLC의 난이도는 '본편 후반부' 정도라고 했던데, 레벨로 치면 대략 130~ 정도로 체감된다. 물론 시작부분 기준으로, DLC 보스가 주는 룬이 엄청나게 많고 필드에서도 정예들은 꽤 많은 룬을 주기 때문에 레벨이 금방금방 오른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하면 150레벨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레벨은 크게 상관이 없는데, 다른 기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편을 수집해서 그림자 땅의 가호 레벨을 올리면 공격력/방어력이 꽤 체감되게 상승한다. 다만 가호 0과 10(최대치는 아니다) 상태에서 각각 같은 적에게 맞아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인지 수치로 나타내긴 조금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
파편은 필드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가호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필드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다녀야 한다.
본편에서는 성배병 강화가 유인이 되어 필드를 탐사했다면, DLC에서는 이 가호가 그 유인이 된다. 돌아다닐수록 강해진다.(!)
반대로 말하면 '굳이 룬을 모으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이는 대로 다 잡는 것도 취향이지만 파편을 모으는 쪽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
가호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므로 스테이터스를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호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장비에 필요한 요구치를 만족했다면, 주력 스테이터스보다 생명력과 지구력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쪽이 도움이 된다.
제작진도 같은 마음인지 필드의 일반 몬스터 이외에는 모두 대미지가 엄청나게 강하다. 이게 맞나 싶은 수준이었다. 아니 방어력도 올려준다며?; 분명 1회차인데 다회차의 대미지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중갑을 입고 생명력 50인 캐릭터가 정예몹-머리위에 이름이 띄워진-의 강공 한번에 80%의 체력이 삭제된다... 농담이 아니다.
본편보다 밀도가 높아졌다, 상도의가 없는 프롬소프트...
지도 체감 크기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대략 림그레이브 정도인데, 밀도가 훨씬 높다.
대략 체감상으로는 림그레이브~흐느낌의 반도~케일리드 맵에 원래 있던 콘텐츠와 더불어 마술학원, 카리아성관, 로데일(!)과 화산관, 파름아즈라를 다 모아둔 느낌이었다.
그렇다 보니 길이 상하로 꼬여있고 복잡한 편이다. 그리고 레거시 던전의 규모도 상당하다.
볼륨만 본편과 비교하자면 대략 40% 정도일 텐데 지도 크기나 보스의 숫자와 별개로 '게임 후반용 컨텐츠'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강대한 보스를 마주하는 빈도는 훨씬 높다.
본편의 40%에 달하는 볼륨에 밀도높은 오픈월드, 거기에 강력한 보스들이 기다리는 DLC. 다른 게임사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상도의없이 DLC를 고 퀄리티로 만드는 것인지... 모두 본받아야 할 것이다.
가혹한 난이도, 그리고 '그분'
리뷰어는 언급했듯 1.03 이전에 밤불검과 화신의 물방울 조합으로 본편을 클리어했다. 겁쟁이라고? 맞다. 리뷰어는 소울류 경험이 처음이었고 피지컬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번에 DLC를 맞이하면서 사전 조사를 조금 했는데 주력 트리가 둘다 완전히 너프되었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접했다. 아니 그럼 나는 어떻게 공략하라는 말인가. 이게 대체 무슨...
다만 DLC도 초반부터 몰아치는 것은 아니고 튜토리얼급의 보스가 몇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래도 화신의 물방울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진행할 수 있었으나... 결국 '그분'을 만나게 된다.
DLC의 얼굴마담인 메스메르가 게임의 분수령이다. 간단하게 말해 메스메르 이전은 튜토리얼, 이후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신수 사자무나 쌍월의 기사 렐라나 같은 초반 보스는 조력자를 소환할 수 있으니 사실상 3vs1. '전쟁은 수라고, 형!'이라는 도즐의 명대사를 떠올리며 인해전술로 상대했다.
본편 중반 보스 정도의 체력에 공격력이 조금 강할 뿐이라 금방 적응하고 쉽게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아 DLC 별 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메스메르부터 조력자가 없어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보스의 스테이터스가 확 상승하면서 화신의 물방울도 칼퇴근을 시작한다. 어???
리뷰어는 밤과 불꽃의 검을 들고 메스메르에게 대략 50트 정도를 쏟아부었다. 관련하여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아무튼 결국 이겨냈다.
그리고 '그분'을 영접하게 되는데...
그분에 대해 밝힐 순 없으니 리뷰어가 그분을 극복하기 위해 3일간 레벨업(155에서 174까지 올렸다)과 세팅(장비를 싹 새로 맞췄다) 을 했다는 점만 언급해 두도록 하겠다.
게임에서 보스에게 두려움을 느껴본 적 있는가? 없다면 이번에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기대하자. 세기말 황야를 걷다가 권왕 라오우를 마주친 느낌이 이러하지 않을까...
리뷰어는 300트 정도에서 겨우 극복했다. 짧다고? 174렙에 본편 엔딩 콘텐츠까지 다 파밍된 완전 오버스펙임에도 앞이 보이지 않아 포기할뻔 했다. ...건투를 빈다. 발컨 중의 발컨인 리뷰어도 (300트를 하긴 했지만) 통과했으니 절망적이진 않다.(??)
그리고... 싸움은 계속된다.
'그분'은 딱 게임의 중간보스일 뿐, 남은 강적이 우글우글하다.
소울 장인인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다면 딱 맞는 적이 있다. 용 사원(그렇다 DLC에도 존재한다)의 NPC가 강대한 적을 소개해 줄 테니 찾아가 보자. 리뷰어는 말렸다는 점은 기억해 주기 바란다.
점수를 깍게 만드는 길찾기
일단, 어디까지나 일단은 본편보다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작 직후 큰 갈림길을 바로 발견할 수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레거시 던전이 나오고 여차저차 여정의 끝에 보스가 있는 식이라, 길만 따라가면 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맵이 수직으로 규모가 있어 굉장히 밀도가 높고 복잡하다. 필드도 그러하고 특히 레거시 던전은 '본편에서 다 학습하셨죠?' 라고 확신 한 것처럼 구조가 복잡하다. 공략을 작성하는 집단 지성의 힘이 절실한 부분이다.
축복의 빛의 인도가 작동하기는 하는데 불친절하다. 본편도 불친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멜리나가 옆에서 이것저것 알려주기에 루트를 따라 가는 -멀기트 > 모르고트 > 말리케스 > 고드프리로 이어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면, DLC는 중간중간 유저가 어떻게든 자력으로 찾아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
빛의 인도가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인벤토리에 들어오는 편지를 잘 살펴보자.
총평, 수면부족을 유발하는 마스터피스
리뷰어는 2년 전 본편에 95점의 점수를 줬다. 100점 만점인데 봉헌된 설원에서 게이트 봉인 풀다가 활 맞고 12번 죽어서 95점을 줬... 아, 또 생각이 나서 화가 난다...
그리고 DLC에도 똑같이 95점을 주겠다. 마스터피스라고 평할만한 게임이었지만 불친절한 길찾기에 5점 감점했다.
엘든링 본편도 다 클리어해 놓고 길찾기로 왜 불만인가 할 수도 있을 텐데, 원래 이런 게임이고 DLC를 살 정도면 기존 게임의 '형식'에 동의 한 것이니까 그런 의문에도 일부 공감한다.
하지만 이 신기하고 무섭고 흥미진진한 그림자 세상을 탐험하는 여정이 '아무런 힌트 없음'으로 템포가 끊기는 것은 꽤 불쾌한 경험이었기에 꼭 언급하고 싶었다.
물론 발매일 이후에는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검색하면 다음으로 갈 곳이 바로 나오니까. 선행 리뷰어의 배부른 소리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그냥 멜리나가 없어 적적해서 나온 투정이라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어떤 절대적인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엘든링'은 본편도 그러했고 DLC도 '본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단연 '재미있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뷰어는 꽤 규칙적인 -8시간을 자고 1시간씩 운동하고 집안일도 1시간씩 하는- 삶을 몇년째 살고 있는데, 이 루틴을 깨면서 새벽 2시, 3시까지 잠을 아껴가며 한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서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 게임은 더 손에 꼽는데, '엘든링' 본편과 이 DLC가 그 극소수 사례에 포함되는 게임이었다.
지금 몇날 며칠을 5시간도 못 자고 게임을 하고 있는 수면부족 상태이다. 여러분도 그림자의 땅으로 어서 달려가 함께 수면부족에 시달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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