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게임에 대한 유저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하고 매출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저마다의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대다수의 게임 기업은 일찌감치 자사의 대작 타이틀을 연이어 공개하며 그 어느해보다 많은 신작의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발비용 상승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인력을 해고하는 등 게임 산업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얼마나 해고됐을까
현재의 게임 산업을 관통하는 게임 산업 전반의 이른바 ‘보릿고개’는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던 코로나19 여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인건비 상승, AI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기술 흐름 등으로 인한 투자비용 증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 특징이 있다면 현재 진행되는 대다수 게임사의 구조조정이 비(非)게임 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 인력의 감소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음에도 오히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높은 제작 비용을 수반하는 과거의 게임 개발 방식이 어느 형태로나 한계에 달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 코타쿠(kotaku)가 자체조사 및 Game Industry Layoff 자료들을 통합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이 시작된지 약 89일만에 이미 8800명 이상의 개발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지난해 숏폼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게임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추가적으로 2021년 한화 약 5조 원을 들여 인수한 개발사 ‘문톤’의 매각을 포함한 게임 사업 부문 전체에 대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게임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연말 및 연초에 진행되는 게임사들의 보편적 인사이동이라고 보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시각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글로벌 게임사들의 구조조정은 매 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테이크투 및 EA,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전체 인력이나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게임 시장의 고용불안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세계 최대의 게임사로 발돋음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최근까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연이어 진행하며 전체 인력 2만 여 명의 약 10%가 넘는 2550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게임 사업을 담당하는 개별 기업 중 최대 규모인데 단순히 인력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진행중인 프로젝트까지 종료시키며 ‘체급조절’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러한 게임사들의 구조조정계획은 아쉽지만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포커스가 다수의 국내외 게임사 내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이미 올해 초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당수의 게임사들이 내부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 중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시장은 정말로 불황일까? 매출은 지속적인 우상향 기록세 이어나가…
게임 산업의 현황을 매출 중심의 숫자로만 판단한다면 현재의 게임산업이 불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M&A와 R&D 비용 증가 등 기업 내부의 이슈로 인해 일부 역성장을 기록한 회사들도 있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 대다수가 저마다의 크기의 차이가 있을 뿐 지속적으로 우상향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기업은 미국의 대표 게임 기업인 EA다. 캐시카우인 ‘피파’ 시리즈의 매출 상승과 더불어 이용자 1억 명 돌파를 가시권에 둔 ‘심즈4’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이용자 수 증가, 기존 IP 및 다양한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모바일게임 산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콘솔(59.9%), PC&기타(23.3%), 모바일(16.9%) 모든 부분의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차세대 기술의 핵심인 AI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핀테크와 비즈니스 매출의 큰 성장을 이뤄낸 텐센트도 2023년 전년대비 10% 증가한 6090억 위안(한화 약 113조 225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산업 부문의 성장은 신작 출시가 둔화되면서 타 사업 분야 대비 5% 성장에 머물렀는데 텐센트 마화텅 회장겸 CEO는 지난 2024년 연례회의를 통해 “지난해 게임 사업은 실망스럽다”며 혹평하며 "시장에서 성장하고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실제로 다양한 게임 산업 분야에 대한 전방위 적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게임 기입인 닌텐도 역시 소폭이지만 매출 상승을 이어나갔다. 주력 콘솔인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이 14% 감소하고 하드웨어 판매량 감소로 인한 소프트웨어 판매량도 11% 감소한 상황에서도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해외 매출액 비중이 80%로 높아지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게 됐다. 현재 닌텐도는 비공식적으로 차세대 제품인 ‘닌텐도 스위치2(가칭)’의 개발 및 ‘젤다’, ‘마리오’ 등 자사의 킬러 IP를 활용한 다양한 신작을 준비 준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 시장에 상장한 게임사들의 매출 현황은 글로벌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폭 감소와 증가를 기록한 회사도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떄 상승세를 기록했다.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크래프톤이다. 2023년 상반기 92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및 IP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들의 라이브 서비스를 견고하게 유지하며 전세계적인 게임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48% 증가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넷마블도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하며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검증된 IP인 ‘나 혼자 레벨업 : 어라이즈’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905.4% 상승한 1623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매출 실적이 도드라졌는데 해외 매출은 5906억 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의 76%를 기록하며 매출과 글로벌 유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되었다.
게임계 맏형 넥슨의 경우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 개발 및 라이브 게임들의 자연감소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상반기 매출은 소폭 하락한 모양새지만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흥행으로 인해 2분기 기준 매출 1조 762억 원, 영업이익 397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리니지’ 시리즈로 견고한 매출을 이어온 엔씨소프트는 내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신작의 부재, 라이브 중인 게임들의 자연감소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악재의 영향으로 엔씨소프트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영업비용을 줄이며 흑자 기조 유지에 성공했다.
이처럼 회사 전체적인 구조 개선 및 인력 감축 등 회사 전반적인 매칠 개선을 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개발사들이 매출 우상향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 역시 규모만 다를 뿐 지속적인 개발 인력 및 프로젝트의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특수’…준비없는 확장이 불러온 예고된 ‘재난’
기업의 구조조정 이유를 어느 한 가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게임 산업이 다분화되고 정교해지면서 기업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의 방향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유로 내부가 아닌 외부 요인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숙련된 개발자들을 필요로 IT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몇 년간 지속됐던 ‘코로나19’는 가장 대표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의 이유로 거론된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비접촉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관련 산업 역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됐다. 일반적인 콘텐츠기업이 평균적으로 생산하는 한계치 이상의 콘텐츠 수요가 일어났고 저마다의 기업들이 각자의 콘텐츠 생산을 이유로 웃돈을 주거나 전체적인 임금조절까지 감행하며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시간보다 코로나의 종식이 빠르게 진행됐고 여기에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은 메타버스가 여러 기술적인 문제와 현실의 실물 경제 및 인프라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사회적인 문제의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하며 기술 발전 및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됐다. 결국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 역시 관련 인력을 대폭 정리하며 본연의 콘텐츠 개발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실무적인 면에서도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급작스러운 비대면 업무환경은 결과물의 품질 저하 및 출시 일정 지연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줬다. 게임을 포함한 대다수의 창의성 기반 산업이 이러한 환경에서의 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자연스럽게 개발기간이 늘어나 인건비 소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의 자금 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
일부 전화위복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젝트나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비대면 개발 환경에 대한 어려움이 더 컸으며 소규모 프로젝트가 중심이 되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게임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엔데믹과 함께 다시 AA급, AAA급 게임으로 시장의 흐름이 옮겨가며 그 유행이 오래가지 않았다.
특히 엔데믹은 게임을 대표로 하는 비대면 콘텐츠에 집중되었던 소비 성향에서 벗어난 소비자들이 외적인 소비를 늘리게 되는 일종의 보복 소비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때마침 정부의 고강도 소비 부양책 및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게이머들의 소비 감소로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게임사들은 팬데믹 시기 때 확장한 다양한 사업을 유지하기보다는 침체된 시기를 극복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양새다.
‘코로나’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는 일시적… 진짜 이유는 ‘기술혁신’
코로나 사태는 기존의 기업의 생존 방식에 큰 변화를 준 변곡점을 준 사건이지만 전문가들은 게임기업 구조조정의 이유를 코로나 사태 하나만으로 설명하고 귀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분석한다.
게임포커스가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와 블리자드, EA, 라이엇 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 BIC 및 인디 게임 컨퍼런스 수상 업체 관계자들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의 이유와 현재의 개발 시장 상황에 대해 문의한 결과 기업에 따라 조금씩 관점은 다르지만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또한 기업들의 이러한 구조조정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I의 경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IT기업의 핵심과제다. 반복적인 학습능력을 무기로 하는 AI기술은 분명 연구가 필요한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이뤄나가며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학습이 어렵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필요한 콘텐츠 제조업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그 활용도면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제약이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술이 일상생활에도 영향력을 끼치기기 시작하면서 게임 업계에서도 AI를 적극 사용하자는 목소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인건비의 증가 및 생활 물가로 인한 개발비의 상승 리스크가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사업 리스크를 뛰어넘으면서 소위 말하는 AAA급 프로젝트의 성과에 회사가 휘청 일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조정 분위기는 게임 업계가 아닌 다목적 IT기업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지난해 설립 이래 최다 인원에 해당하는 12000명(전체의 약 6%)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구글과 IBM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CEO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AI가 수행할 수 있는 관련 직무에 대한 인력 채용을 늦출 것이며 고객 응대를 하지 않는 직무를 가진 직원 26000명 중 약 30%를 5년안에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AI로 게임 만들기? 지금 기술로도 가능합니다” A.I 개발의 현주소는
AI로 게임을 개발한다면 어느정도 수준까지 활용이 가능할까? 누군가 만약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현 시점에서 “모든 부분에서 사용 가능하다”로 결론지을 수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활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사례 역시 존재하기 때문.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중국 칭화대학 NLP연구소는 텐센트가 후원하고 쑨마오쑹 교수팀이 주도한 Chat GPT를 활용한 채팅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협업 프레임워크인 ‘ChatDev’다. ChatDev는 최고경영자, 최고제품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 프로그래머, 리뷰어, 테스터, 아트디자이너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지능형 에이전트(AI)들을 통해 운영되는 가상 소프트웨어 회사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학습을 하고 다중 에이전트 협업 네트워크(MacNet)를 통해 세분화된 작업을 BOT이 수행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ChatDev의 시연영상(출처 : 공식 깃허브 페이지)
쉽게말해 사용자가 Chat GPT를 이용하듯이 자연어와 약간의 코딩 첨언 만으로 AI들이 코딩에서 테스트, 출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수준이 보편적인 상용 게임에 비할바가 안되고 다중 에이전트 구조의 문제점인 토큰 수 증가로 인해 생겨나는 비용 및 응답시간 증가라는 해결해야 될 문제점이 있지만 ChatDev를 통해 평균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0.2967달러, 개발 시간 409.84초(소규모 소프트웨어 기준)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면서 AI 시장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빠르게 AI가 개발자들의 자리를 차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AI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올해 초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더 이상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폭탄 발언을 하여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발언은 곧장 비판론자들 및 동종 업계 관게자들에게 매서운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더 이상 코딩을 잘하는 개발자가 중요한 세상이 아니게 됐다는 AI 시대의 현주소를 이야기 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게임 개발에도 불어오는 AI 개발 열풍… AI 기술 적극 활용 vs AI 기술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이미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고 이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본격적인 AAA급 게임 개발에도 적극적인 AI활용이 시간문제라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AI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게임사 관계자들 마다 의견이 조금씩 나뉜다.
어떤 개발사는 소프트웨어 툴의 제작 비용과 보안에 대한 문제가 있기도 한 만큼 현 시점에서는 개발 리소스를 줄이는 것 보다는 이용자들의 게임 경험을 확장하는 UX적인 측면 확대에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놨으며 다른 개발사는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AI를 활용한 통합 개발 체제를 확립하고 AI를 다루는 개발자들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개발사는 내부적으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야 된다는 의견 등을 내놓는 등 방향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AI 활용을 제한적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결국 AI는 인간이 정해놓은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사 관계자는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합쳐지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 AI개발은 한계가 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스로 사고하는 AI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이 역시도 인간들이 많들어놓은 창작물을 학습해서 얻어지는 결과인 만큼 얻을 수 있는 결과값도 어느정도 명확하며 이를 벗어나는 창작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용 주체인 인간의 공감을 얻기 힘들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개발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결국 누가 만드냐가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창작물을 보다 좋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AI는 언젠가 나올 것이고 지금도 존재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끼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나 오페라, 스포츠 등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결국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시도하는 창작에 필요한 소요 시간을 줄여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변하고 있는 게임 시장, AI 시대로부터 노동자 보호에 나서고 있는 EU와 미국
결국 게임업계를 포함하는 IT산업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유례없는 구조조정 여파는 코로나라는 환경적인 이슈와 인공지능의 발전이라는 시대적인 이슈가 맞물리며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의 규모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마치 지금이 기회라도 되는 듯 ‘경영효율화’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과 함께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일부 기업의 행보는 AI 기술 그 자체를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활용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
IT산업 전반이 아닌 게임업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러한 구조조정을 감행한 기업들에 대한 게이머들과 업계 종사자들의 시선도 좋지 않다. 북미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관련 사례를 심심치 않게 살펴볼 수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Ubisoft, 소니, 라이엇 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인력을 과잉공급하고 오늘날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구조조정)시키는 한편 임원 인사(C레벨)를 강화시켜 이사회 및 대표들에 의한 ‘부의 통합’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직장을 잃어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전세계적으로 진행중에 있다. 올해 5월 세계최초로 인공지능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한 유럽연합(24년 4월 21일)은 올해 12월부터 법을 시행하고 단계적으로 법안을 실행해 법 발효 24개월 뒤인 2026년 중반부터 대부분의 규정을 시행한다.
해당 법안에서는 AI 시스템의 사용의 위험성을 4단계로 분류하는데 위협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어 의무적 요구 사항이 적용되지 않는 1단계, 개인이나 그룹의 권리나 이익에 중간 정도의 위협을 가하며 투명성 의무가 적용되는 2단계, 개인이나 집단의 건강,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며 엄격한 요구사항이 적용되는 3단계, EU의 가치와 기본권을 침해하며 모든 시스템과 사용 자체가 금지되는 4단계로 나뉜다.
이중 노동자의 승진, 해고, 성과평가등을 포함하는 모든 AI의 사용을 자동으로 3단계인 ‘고위험’ 사례로 놓고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규제하고 있다(반드시 인간이 관리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등). 다만 이미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직접적인 문구가 없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적이 되고 있는 만큼 남은 2년의 시행 기간 동안 위원회 차원에서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지침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연합은 이러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각종 토론회를 통해 노동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있으며 법안 도입 과정에서 AI 사용의 목적을 굉장히 광범위 하고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한다고 언급한 만큼 기업이 인간을 대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엄격한 규제 외에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규제안이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본격 시행되는 2026년 이후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3500만 유로(한화 약 520억 원) 또는 연간 전세계 매출액에 7%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 연합과 함께 사회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2021년 ‘2020 국가인공지능계획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행정명령들을 발령하며 AI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바이든 정부가 공개한 ‘안전하고 보안이 보장되며 신뢰할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행정명령(Safe, Secure, and Trustworthy Development and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제14110호)에서는 AI 사용 및 개발에서 지켜야할 8가지 원칙과 우선순위를 고지했으며 이중 ‘근로자에 대한 지원(Supporting Workers)’ 항목에서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고하고 직원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고용주가 채택할 수 있는 원칙과 모범 사례를 제시할 것을 명시해놨다.
“노동자 보호 미비, 사회적인 규제 및 보호정책 수반되야”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20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인공지능법, 제도, 규제 정비 로드맵’을 공개하고 AI시대를 대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선언하며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고 2019년 5월 채택된 OCED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AI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개인정보 보호에 그 역할이 집중되어 있고 AI 시스템의 고도화로 인한 근로자의 권리 침해, 일자리 질 악화 등에 대한 포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 역시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과도한 자동화 경쟁으로 인한 신규채용 축소, 그로인한 사회전반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역 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도입이 증가할 때 지역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이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다.
한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직종 외에 연령과 학력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남성 30~44세나 여성 15~29세 등 주로 청년층 및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중심으로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 효과가 있었고, 중장년층이나 고졸 이하 학력에서는 고용과 임금에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왔음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인공지능 기술 도입 확대와 함께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방향의 영향이 지속될 것임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 정책의 경우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활용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인공지능 문해력 배양과 함께 사회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국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및 지원과 함께, 기술 도입과 생산성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 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도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략) 인간 노동을 중시하는 사회안전망 전반의 재설계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필요들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제도적 조정이 요청된다”라고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AI 시대 속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기술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진흥 정책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 노동자의 AI 기술 활용을 유도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정례화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 역시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우선으로 규제를 만들고 있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인력이 AI 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하는 장기적인 기업 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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