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개막해 29일까지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국제경쟁 장편 부문 수상작이 결정됐다.
아담 엘리엇(Adam Elliot) 감독의 '달팽이의 회고록'(Memoir of a Snail)이 장편 대상을 수상했는데, 이미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BIAF에서의 수상도 예상되었던 작품이다.
대상은 예상대로 흘러간 느낌이지만, 두번째 상인 '심사위원상'과 '우수상' 수상작은 놀라움을 줬다. 먼저 세계 거장들의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해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 한국 김용환 감독의 '연의 편지'라는 것에 기자도 놀랐다. BIAF에서 감상하고 너무 잘 만든 작품이라 놀랐지만, 서구권 아트 영화들에 일본에서도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품되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기에 심사위원들이 어떤 평을 하며 수상작으로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우수상은 장 프랑수아 라귀오니(Jean-François Laguionie) 감독 '정원의 보트'(A Boat in the Garden)와 시노하라 마사히로(Masahiro Shinohara) 감독 '트라페지움'(Trapezium)이 공동 수상했는데, 아이돌을 소재로 한 트라페지움이 진지한 소재를 뛰어난 영상미로 표현한 '후레루' 등을 제치고 우수상을 수상한 점도 놀라웠다.
2024년 BIAF 장편 심사위원으로는 캐나다의 거장 앤 마리 플레밍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일한 코믹스웨이브필름 츠나미 카즈키 이사와 함께 한국 장르문학의 전설적 대가 이우혁 작가가 발탁되어 심사를 진행했다.
이우혁 작가는 '퇴마록' 시리즈로만 누적 1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한국 장르문학의 대표 작가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젊은 시절부터 즐긴 0세대 오타쿠로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다수 참여해 TV애니메이션 '부루와 숲속 친구들', '로보텍스'의 기획, 각본을 담당했으며, 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 미드나잇 스페셜 선정작 애니메이션 '퇴마록'(2024) 각본도 맡았다.
한국의 많은 청장년층이 그랬듯 기자 역시 학창 시절부터 그의 책을 보며 성장한 팬으로 이번 기회에 심사평을 듣고, 그의 작품활동, 작법론 등을 두루 들어볼 기회라는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우혁 작가가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해 주어 '퇴마록'을 처음 접하고 30년만에 작가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심사평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게이머로서의 이우혁에게 게임을 어떤 마음으로 즐기는가, 어떤 게임을 즐기는가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옮겨 봤다.
멀티버스는 논리적 오류 있는 설정, 세계관 공유는 자연스러운 일로 특별히 의식해서 결정한 것 아니야
선생님 작품들은 모두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는지,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하자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이우혁 작가: 세계관은 지구입니다. 그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멀티버스 같은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되지만 멀티버스도 우주적 가설입니다. 차원이라는 말은 뚫을 수 없으니 차원이라고 구분하는 것인데, 너무 편의적으로 오고 가는 식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대로 오고갈 수 있다면 그냥 같은 세계이지 차원이 다른 것이 아니겠죠. 그런 논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멀티버스 같은 설정은 못 쓸 것입니다.
은 사람이 두명, 같은 질량을 가진 존재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핵폭발이 발생할 것입니다. 논리적 패러독스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됩니다'로 넘어갑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마법으로, 초능력으로 되네요? 라는 것은 진지한 작품이 아니라면 같이 웃고 즐길 수 있지만, 진지한 세계에 넣는다면 세상 이야기가 장난처럼 되어버릴 겁니다.
이번 BIAF에서 보면 '그리드맨 유니버스'가 멀티버스 설정입니다. 하지만 '그리드맨 유니버스'의 멀티버스는 소위 '가오'를 잡기 위한 설정이니까 아무 문제 없죠. 있는대로 폼을 잡아보고 싶고, 변신 패턴을 보여주고 싶고. 싸우는 와중에 변신하고 합체하는 작품입니다. 변신할 때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같은 약속을 지키는 작품에서 사용한 설정, 보디빌딩 대회나 패션쇼의 무대 디자인 같은 느낌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뻔뻔하게 쓰면 문제가 없는데 괜히 변명하다 보면 이상해집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솔직하고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설명하고 의미를 담으려고 무리하다 넘어지지 않았죠. 저는 그래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그런 생각이었고, 근본적으로 세계관이라는 것은 '내가 세계관을 정한다'는 것보다는 그저 우주 질서에 위배되지 않게 세상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입니다.
요즘 쓰고 있는 '온'을 보면 초월적인 존재가 나오지만 광속은 돌파하지 못합니다. 빠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추구하지만 이게 최고 속도라는 한계를 갖습니다. 작중에서는 웜홀처럼 공간을 접어서 이동하지만 속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신'이라고 하는데 신이 만들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제약이 있는 것이 싫고 제약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입장이 됩니다.
사실 긴 템포로 쓰고있는 '온'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작품은 아닐 겁니다. 요즘은 빠르게 보고 빠르게 끝내고 싶어하니까요. 카카오 측에 사람들이 많이 안 볼 것이고, 엄청 긴 작품이 될 거라고 했는데도 받아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고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한 20권 정도 쓴 것 같은데 아직 반도 못 왔죠.
'온' 말씀을 하셔서 말입니다만, 예전에 30권 정도 분량으로 마무리하실 것이라 말씀하신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우혁: 그럴 생각이었는데... 쓰다보니 힘들더군요. 항상 초반에 계획을 잡을 때에는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다 아니까요. 그런데 써 나가다 보면 설명이 부족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사건과 인물을 늘려야 합니다. 조역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만 이해하기 힘들 테니 보조자를 넣어서 설명해 주고요.
나레이션으로 설명하면 촌스러우니 캐릭터나 악역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사실 악역이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죠. 그러다 보니 길어지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큰 골격을 옳게 세워 두고 나머지는 내가 정한 룰을 지키면서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0세대 게이머로 시작해 지금도 현역 게이머
게이머이자, 한때 게임 개발에도 관여하신 것으로 압니다. 요즘도 게임은 즐기시나요
이우혁 작가: 예전에는 RPG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휴식의 의미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게임을 많이 하고요. 게임으로 나오는 전략 장르는 너무 쉬워서 눈감고 조작해도, 가령 '삼국지' 시리즈라면 천하통일 너무 쉽게 되니까요. 플레이하는데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머리로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손으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입니다. '엑스컴' 시리즈도 전에 많이 즐겼고,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게임으로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편해서 많이 하는 편입니다.
'빅토리아' 같은 게임은 조금 어려워서 머리를 써야 해 휴식 차원에서는 못 하고요. 그래도 두세번 플레이하니 대한제국으로 세계정복이 되긴 하던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유로파', '빅토리아' 같은 게임은 휴식으로 플레이하기보다는 제대로 플레이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대개 휴식 차원에서 플레이합니다.
전략게임을 주로 즐기시는 건가요
이우혁 작가: 저같은 경우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처음 나올 때부터 즐긴 0세대 게이머입니다. 마이너한 게임도 많이 해서 잘 모르실 텐데... 아니 게임기자시니 아시겠군요.
기본적으로 전략, 전술게임을 많이 즐겨서 '크루세이더 킹스', '림월드' 등은 오래 즐겼고, '프로젝트 좀보이드'도 아주 많이 했습니다. 요즘 유튜버들이 '좀보이드'를 플레이하는 것도 가끔 보는데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좀보이드'는 하도 많이 플레이해서 이제 죽지를 않습니다. 마치 '삼국지'에서 천하통일을 하는 것처럼 게임이 너무 편해져서 망한 월드가 너무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평화로운 세계가 100개쯤 쌓였는데, 처음 한 순간의 힘든 부분만 지나면 그 뒤에는 너무 쉬워집니다. 그래서 모드를 깔아서 어렵게, 더 어렵게 하며 10년 동안 해 왔네요.
'재기드 얼라이언스'는 1부터 쭉 즐긴 시리즈인데 어려운 게임이라 좋아합니다. 그런데 3편은 쉬워서 아쉬웠어요. 쉬우니 흥미가 떨어져 1주일 정도 플레이하고 봉인했습니다. 아예 너무 쉬워서 휴식하며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어려워서 집중할 수 있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하는데... '삼국지'는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벤트 툴이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늘에서 쌀이 100만석 떨어지고 상대국에 명장들이 우르르 몰려가 강국이 되는 정도의 이벤트를 넣어야 재미있죠. 최근 '삼국지8 리메이크'가 나온 것도 알고 있는데, 심사위원으로 부천에 와 있느라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이벤트 툴이 없는 것 같아서 아직 플레이할지 하지 말지는 못 정한 상태입니다.
'발더스 게이트3'은 사놓은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못 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 1, 2편은 매우 좋아하는 작품으로, '발더스 게이트3'은 몰입해서 플레이하고 싶어서 참고 있고 일이 없을 때 하려 합니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도 해 보셨나요
이우혁 작가: 온라인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했죠. 사실 가챠 게임도 해 봤습니다. 게임 중독인 캐릭터를 만들어 보기 위해 직접 경험해 보려고 돈을 좀 써서 세계 탑에도 서 봤습니다. 과금을 좀 많이 했는데, 메이저한 게임에서 하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우리나라에는 서비스되지 않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했습니다.
직접 해 보니 그 안에서 얽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더군요. 혼자 하고 싶었지만 길드가 필수여서 길드를 만들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그렇게 인연이 엮이니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됩니다. 1, 2위 자리를 놓고 엄청 경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대만 사람이기에 친구가 되어서 같은 편이 됐고 서버 1, 2위가 몰려다니니 적수가 없었습니다.
길드에서 이간질하는 사람도 있었고 싫어서 탈퇴하니 우르르 따라 나와 같이 하자고 해서 도망도 못 나오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오래 게임을 하게 됐죠. 게임사에서 그렇게 설계해 둔 것이죠. 돈이 문제가 아니고 관계를 형성시켜서 못 빠져나가게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만 친구도 나이고 좀 든 사람이었는데 다른 게임을 할 거라면 따라와서 같이 하겠다고 해 건강 핑게를 대고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죠.
실제로 겪어보니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중독의 해악이나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사용하기 위해 경험해 본 것으로, '파이로 매니악' 최신 내용에서 주인공 해커가 게임에 70억을 사용했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해커 세계에서는 세계 1등이 되지 못하고 9, 10등에 그쳤지만 게임에서는 1등을 했다, 인생에 이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을 하죠.
게임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라 꼭 다루고 싶었고, 경험해 본 것을 담아 적은 것입니다. 가챠 게임을 열심히 할 때 주변에서 제정신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결국 빠져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쉽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디자인이 심리학적으로 굉장히 발전한 것을 느꼈고, 흔히 이야기하는 사행성, 도박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도박은 기본 전제가 '내가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인데, 게임을 해서는 돈을 딸 수 없고 쓰기만 하는데 왜 빠져드는가, 도박과 자주 비교되는데 잘못된 비교입니다. 무언가에 중독된 다음에 나타나는 양상은 비슷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동기가 도박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인데 게임은 돈을 무조건 쓰기만 하는 것이니까요. 직접 들어가서 해 보니 배울 점이 많긴 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뤘지만요.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반영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플레이하는 도중에 경쟁자가 나왔다 돈을 쓰게 하고는 사라지곤 했는데, 역시 그것은 운영자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 나타나 돈만 쓰고 관계는 맺지 않고 사라지는 계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투자(?)를 했으니 그 경험은 꼭 한번 살려서 쓰고 싶습니다. 제가 가챠 게임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챠 게임이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작해서 많은 돈을 쓰고 가챠 게임에서 빠져나오기까지 4~5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2달 정도 플레이하니 구조가 파악은 다 됐는데 사람들과의 인연이 생기니 못 나오겠더군요. 그 점이 진짜 함정이었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쟁은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들으니 밤새 거기 매달려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과금을 많이 해서 자원이 필요치 않지만 길드원들이 저기를 먹어야 한다고 하면 같이 가서 계속 싸워야 하고... 짜릿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경험은 드물 텐데... 그렇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야기로 진짜 있는 대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게임을 다룬다고 하면 대개 판타지로 흐를 텐데 저는 리얼하게 쓸 겁니다. 거짓말쟁이, 사기꾼, 먹튀하려는 놈, 거짓말이 생활인 놈...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다뤄야 진짜겠죠. 라이트노벨, 웹툰에서 온라인게임 세계를 다루는 것을 보면 너무 작위적이고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고 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진짜 해 보면 훨씬 리얼하고 현실세계 그대로인 것을 느낄 텐데. 저는 어떤 분야건 모르는 것은 쓰고 싶지 않아서 경험해 보고 쓰려 하고, 경험이 들어가야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퇴마록 2부 잘 진행되고 있어, 2025년 기대해 주기를
오래 전 인기를 모았던 머드게임 '퇴마요새'를 기억하시는지요
이우혁 작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퇴마요새'는 정말 애써서 만든 것이고 그 당시 시대를 앞서간 개념이 많이 담긴 게임이었습니다. 그때 퇴마요새를 함께 만든 개발자들이 게임사로 많이 이적했고, 비주얼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같은 당시 제가 기획했지만 반대로 실현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는 것도 봤습니다.
그렇다고 원망스러운 것은 아니고 제 아이디어가 실제 구현된 걸 봤으니 그것으로 된 거죠. 아바타 커스터마이징을 텍스트로 진행되는 머드게임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처음 아바타 커스터마이징을 생각한 것은 일본의 전통 놀이, 눈을 감고 머리에 눈, 코, 입을 붙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모델을 생성해서 구현해 보자고 했지만 안 될 거라고 해 포기했지만, 그 뒤 게임회사들에서 일반적인 콘셉트가 됐죠. 직접 구현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은 있습니다.
'퇴마요새'를 직접 운영할 때는 적자는 보지 않았고 흑자를 보는 게임이었는데... 게임을 넘기고 나서 망해버려 아쉬웠습니다. 게임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려니 육체적으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게임을 넘겼던 것입니다. 게임의 이벤트도 직접 만들고 코딩도 반 정도는 제가 했던 게임입니다.
당시 텍스트로 상자를 까서 랜덤으로 아이템이 나오는 것도 만들었었고 텍스트로 총싸움을 구현하기도 했고. 너무 이른 시기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의욕만 앞섰던 시기였습니다. 지금도 게임에 비전을 갖고 있고 과거 기획했던 것 중 아직도 구현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요즘도 게임을 많이 즐기다 보니 느끼는데 모드가 참 많은 역할을 합니다. 모드에서는 개발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구현되는데, 물론 만개 정도의 모드가 나오면 5개 정도가 정말 좋은 모드입니다만, 제가 모드가 있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개발사들도 게임을 만든다면 모드 친화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말이죠. 직접 만든 엔진으로 만들고 상용 엔진을 개량, 개조해서 하기보다 유니티 베이스로 모드를 붙이기 쉽게 만든다면 어떨까...
요즘 스팀에는 한국 게임 중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학생들이 만든 인디게임이 자주 보여 보이는 대로 사 주고 있습니다. '래토피아'나 '산나비'도 구입했습니다. 재미나 퀄리티가 조금 모자라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 많이 보입니다. 아이디어 베이스로 도전하는 것은 응원하고 싶고, 모두가 엔씨처럼 대규모 게임을 만들어선 안 될 테니까요.
앞서 언급한 '좀보이드'는 10명도 안 되는 규모로 개발해 12년째 만들고 있는데 여전히 잘 팔립니다. '림월드'는 거의 혼자 만든 게임이잖아요? '스타듀밸리' 같은 명작도 그렇고. '언더테일'도 훌륭했죠. 시리즈나 스케일이 다가 아니라 아이디어에 집중해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큰 회사들도 '콩코드'가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개발을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 '퇴마록'의 미래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우혁 작가: 보여드리려고 준비한 것이 많고 재미있을 내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퇴마록' 2부는 잘 준비하고 있는데, '퇴마록'을 처음 보는 분도 재미있도록 끌어갈 것이고 스케일도 크게 가져갈 것입니다. 기존 시리즈를 보신 분들도 즐거우실 것입니다. 퇴마사들의 다음 세대가 주역으로, 퇴마사들도 물론 나옵니다.
1, 2부라고 해도 끊기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삼국지'가 유비에서 시작하고 제갈량이 죽으면 끝나는 식인 것은 싫고 앞뒤가 이어져야 하듯이요. 앞 세대가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보여줘야죠. 황보숭, 노식과 같은 전 세대와 강유로 대표되는 다음 세대 사람들까지요.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다룬다면 그런 식으로 다루고 싶습니다.
항상 성장하는 캐릭터는 있어야 하고, 그 캐릭터가 완성되고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 아직 더 생각해 봐야 하지만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인공 하나 죽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죠. 말세편이 끝났을 때 사람들의 반응, 저는 분명하게 묘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죽였다고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는지... 그렇다고 명확하게 살아있다고 하면 원래의 내 의도와 다른 것 같고, 반대로 죽었다고 하면 고집 부리는 것 같고. 결국 해답은 죽기도 했고, 안 죽기도 했다는 것인데... 제대로 보여드릴테니 2025년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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