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적 게임 개발사 버추어스가 서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버추어스는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스튜디오를 두고 4000여명의 개발자로 게임 개발 전 분야 협력이 가능한 파트너 개발사이다.
포팅(이식) 작업에 강점을 가져 '다크소울' 등 유명 타이틀과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던 '니어 오토마타' 스위치 버전을 개발해 주목받았으며, 국내 게임사들과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해 '크로스파이어X', '데이브 더 다이버', 'PUBG: 배틀그라운드', '스텔라 블레이드' 등 국산 인기 게임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작 파트너로 개발에 참가해 왔다.
버추어스는 2023년 일본 스튜디오를 설립해 일본 게임 개발사들과의 협력 강화를 꾀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서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콘솔, PC 스탠드얼론 게임 개발에 강점을 가진 버추어스가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PC 플랫폼 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확대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 지사장은 웹젠, 카밤 등을 거치며 20년 동안 국내외 게임업계에서 활약해 온 윤승환 지사장으로, 2024년 버추어스에 합류하고 1년 만에 서울 스튜디오를 책임지게 됐다.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지만 일반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버추어스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그리고 서울 스튜디오를 세운 이유와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 윤승환 지사장을 만났다.
"버추어스는 최근 북미,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의 니즈를 맞추고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앞으로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게임사들의 성장을 위해 힘을 쏟고 있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서울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다.
그 동안 한국 게임사들과의 협력은 주로 아트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면, 이제 서울 스튜디오를 설립한 만큼 프로젝트 기획부터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로 고객사와 공동 개발, IP 개발에 힘을 쏟고자 한다"
윤 지사장이 밝힌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 설립 목적이다.
스위치 포팅 세계 최고 자부, 한국에서 기회 크다 판단
그의 말처럼 버추어스는 그 동안 주로 국내 게임사들과 아트, 그래픽 분야에서 주로 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버추어스가 세계적으로 보유한 4000여명의 개발 인력 중에는 게임 기획, 특히 국내에선 구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레벨 디자인, 밸런스 디자인에 특화된 개발자도 많다.
자체적으로 프로트타입을 개발해 프로젝트 제안을 하는 시스템도 갖춰 신규 개발 기획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사들에게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 개발사이기도 하다.
윤승환 지사장은 "그 동안 한국에서는 주로 아트에서 대부분 매출이 나왔다. 하지만 버추어스가 가진 강점은 아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포팅 작업도 많이 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콘솔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매우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서 "'P의 거짓'부터 시작된 흐름으로, 콘솔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한국에서 포팅에 다한 수요,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버추어스는 PC, 콘솔 플랫폼 AAA 타이틀 개발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라 한국에서 그런 기회를 더 많이 창출하고 사업을 확장시킬 기회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사들 중 상당수는 바로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에 AAA 타이틀로 도전하기보다는 폭넓은 유저풀을 갖춘 스위치 플랫폼을 시야에 두고 있지만 생소한 스위치 플랫폼 도전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버추어스가 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실제 버추어스는 스위치 플랫폼 이식 개발 경험이 풍부한 개발사이다. 닌텐도가 준비중인 '스위치2'가 출시될 경우 포팅 작업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텐데, 그런 상황도 버추어스의 사업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지사장은 "스위치 포팅, 그리고 맥 OS로의 포팅 작업에 대해 한국 게임사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스텔라 블레이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게임사 시프트업과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레벨 디자인, 기획, 아트 작업 등에서 협력했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차기작에도 협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스위치2의 경우 실제 나와있지 않다 보니 스위치2로 우리 게임을 포팅하자는 생각은 아직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스위치2가 많이 팔리긴 하겠지만 예상하기 힘드니 현재는 스위치로 맞춰달라는 요청이 많다. 1에서 잘 돌아가면 2에서도 잘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것 같다"며 "스위치의 스펙은 스마트폰으로 치면 아이폰7 정도이다. 그만큼 사양이 낮다는 것인데, 거기 맞춰 최적화하는 것이 버추어스가 잘 하는 분야이고, 현재 세계에서 스위치 포팅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 중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서 레벨 디자인 면에서 협력했다는 점에 눈길이 가는 개발자가 많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것을 넘어 씨가 말랐다는 평까지 나오는 분야가 '레벨 기획'이기 때문이다.
윤승환 지사장은 "한국은 레벨 디자인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한 뒤 "시스템 기획 등 다른 부분 기획은 강한데 레벨 기획은 약하고 그런 면에서 버추어스가 세계적으로 사내에 100명 이상의 레벨 기획자를 보유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그들을 활용해서 레벨 디자인을 해외 스튜디오와 협업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게임에 대한 관심 커진 상황, GOTY 받는 한국 게임들 나올 것
윤 지사장은 포화 상태가 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다양한 플랫폼, 분야를 시도중인 한국 게임업계의 콘솔 도전이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와 같은 성공적인 타이틀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임사가 많을 것이라는 것.
윤승환 지사장은 "AAA, AA 이상의 타이틀이 더 나오며 콘솔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많이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IP화에 대한 관심도 커져 '카잔'과 같은 IP 다각화 시도도 더 많아질 것"이라며 "글로벌에서는 콘솔게임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게임들을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러 주목할 만한 게임이 나오고 중국의 '오공' 같은 게임도 나오며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소니에서는 꾸준히 아시아 시장을 신경썼지만 엑박 진영에서도 이제는 아시아 게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AAA 타이틀은 더 많이 나올 것이라 본다. 성공 사례를 직접 보고 우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있는 것 같다. 이미 나와 있는 'P의 거짓'과 '스텔라 블레이드' 외에도 좋은 게임이 계속 나올 것이고 GOTY를 받는 한국 게임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울 스튜디오의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 예측을 내 놨다.
"한국에서 사업이 잘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로벌에서는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가 100명이 필요하다면 사내에 100명을 모두 두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100명을 다 유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트렌드가 외부와의 협력을 단순 아트 외주만이 아니라 전반적 개발, 특히 기획 부문에 눈을 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그런 부분에서 한국에서 기회가 있다 생각하고, 한국의 개발사 입장에서도 100이 필요하다면 처음에는 20명이 필요하다 150명이 필요해졌다가 다시 50명으로 줄기도 하는데, 버추어스는 글로벌 25개 오피스에 4200명의 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인력, 스케쥴, 비용의 장기적 효율성 면에서 협업하기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사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서구권, 일본에서도 일반적인 기획 디렉터, 프로듀서, 아트 디렉터 등 내부 인력이 외부 개발인력을 활용해 개발하는 방식이 한국에서도 점차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 지사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성장은 공동 개발과 IP 개발 분야에서 크게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며 "한국 개발사와 단순 에셋 외부 개발을 넘어 개발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고, 한국 고객사가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에서 더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올려 성장하도록 도우려 하니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는 러브콜을 보냈다.
그 동안 국내에서 콘솔 이식은 인디 게임의 포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버추어스의 본격 사업 확대로 대형 게임사 타이틀의 이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버추어스 서울 스튜디오 설립이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진출 확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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