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 크리에이츠'(INTI CREATES) 하면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게이머가 많을 것 같다. 개발한 게임 대부분이 한국어화 출시되어 한글판 타이틀이 많이 나오는 개발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이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인티 크리에이츠는 캡콤에서 '브레스 오브 파이어2', '바이오하자드' 등의 개발에 참여했던 아이즈 타쿠야 대표가 '록맨 시리즈' 등에 참여한 동료들과 1996년 설립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 개발사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멤버들이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참신한 게임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개발사라는 점에 더 눈길이 간다.
캡콤의 의뢰로 '록맨' 시리즈를 개발하는 한편 자체 IP 개발에도 힘써 '푸른 뇌정 건볼트' 시리즈와 '블래스터 마스터 제로' 시리즈, '그림 가디언즈' 시리즈 등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다수 선보여 왔다.
횡스크롤 액션게임에 강점을 가진 개발사이지만 다른 장르 작품도 만들었는데, 사실 기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인티 크리에이츠 타이틀은 횡스크롤 액션게임이 아닌 '걸☆건' 시리즈와 카드 RPG '카드 앙 시엘'이었다.
특히 '걸☆건' 첫 타이틀을 보고 받은 충격이 여전히 생생한데, '걸☆건' 이식이나 신작 소식이 오랫동안 들리지 않아 아쉽던 차에 인티 크리에이츠 아이즈 타쿠야 대표와 올해 나온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 개발을 지휘한 고바야시 쿄 디렉터가 한국을 찾았기에 두 사람을 만나러 달려갔다.
인티 크리에이츠 아이즈 타쿠야 대표(왼쪽)와 고바야시 쿄 디렉터
두 사람에게 궁금했던 '걸☆건' 소식은 물론, 인티 크리에이츠의 개발 스타일, 개발철학, 향후 계획 등을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기는 시간 동안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두 사람과 나눈 긴 대화를 옮겨 봤다.
'걸☆건' 더 만들고 싶지만, 출시 가능한 플랫폼이 없어
이혁진 기자: 인티 크리에이츠 하면 횡스크롤 액션게임이 장기라는 인상이 강한데, 기자는 '걸☆건'으로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게임사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다양한 게임을 선보여 왔는데, 아이즈 대표가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이즈 대표: 역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렉터만은 자기 게임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디렉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게 하고 싶습니다.
인티 크리에이츠에는 80명 정도의 개발자가 일하고 있는데 각각의 팀 규모는 작고, 사내 인디 같은 느낌으로 디렉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도록 합니다. 디렉터가 '내 게임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팀 내에 메인 프로그래머가 있고 아트 디렉터가 있고, 다양한 게임을 사내에서 개발하고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자기 게임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팀으로서나 조직, 회사로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해 나가는 느낌입니다.
인티 크리에이츠에서는 대부분 게임을 자체 엔진으로 개발중인데 게임 엔진에 대한 고집이 있는 것일까요
아이즈 대표: 단순히 2D 횡스크롤에 특화된 엔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결국 인하우스 엔진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엔진이라고 하면 게임 안에 들어간 혁신적인 프로그램 같은 것을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결국 도구일 뿐입니다. 엔진 상에서 움직이는 툴을 2D 횡스크롤에 특화해서 만드는 편이 저희의 개발 속도도 오르고 편하니까 인하우스 엔진과 그것을 보조하기 위한 툴을 횡스크롤 액션에 맞게 만들어 써 온 셈입니다.
'걸☆건'은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만들었었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사내에 2D 엔진 노하우는 있지만 3D 엔진은 없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 발매한 리듬게임 'GUNVOLT RECORDS 사이크로니클'은 유니티로 개발했습니다. 결국 게임 안에 3D 요소가 있다면 사내 엔진이 아니라 기존 미들웨어를 사용해 만드는 느낌이네요.
그러다 보니 게임 별로, 팀 별로 퀄리티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능한 한 게이머 여러분이 납득할 퀄리티로 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걸☆건'을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색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지, 앞으로 이런 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장르적 희망이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즈 대표: '걸☆건'의 경우 새로운 기획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한 사내 대회에 '걸☆건' 기획을 낸 팀이 있었고, 엄청 재미있어 보이는 기획이었지만 횡스크롤 게임 기획을 모집하는 대회 규정 위반이라 통과시킬 수 없다고 거부되었던 기획안입니다. 그런데 츠다 부사장이 '이런 재미있는 기획을 버려선 안 된다'고 주장해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사연이 있습니다.
사내에서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만들게 하자'는 방침이 생긴 계기가 '걸☆건'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미소녀들에게 인기를 얻는 학원생활을 그린 게임은 많고, 좀비를 쏘는 건슈팅 게임도 많지만 그 둘을 합치고 승화되는 점이 재미있는 점 아닐까 합니다. 사내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면 해 보자는 것인데, 그런 아이디어는 발명같은 것이라 '참신한 것을 할 것이니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기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걸☆건' 레벨을 다시 하라고 하는 것은 역시 조금... 쉽지 않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걸☆건' 소식이 뜸한 것 같습니다만 '걸☆건' 시리즈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현세대기에서 '걸☆건'을 즐기고 싶은데요
아이즈 대표: '걸☆건'을 더 만들어 출시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홀더들이 받아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걸☆건'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닌텐도 뿐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스팀도 문제 없었는데, 이제는 스팀도 섹슈얼 이슈에 엄격해졌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받아들여지는 감이 있습니다만, 서구권에서는 배경이 학교인 학원물이 되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런 표현이 괜찮냐는 식이 되어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다루기 어려워졌습니다.
공들여 게임을 만들었는데 어느 플랫폼에 낼 수 있는 건가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들어 출시 가능한 플랫폼에만 내자고 하면 기껏 '걸☆건' 신작을 만들었는데, 전작을 즐겼던 플랫폼들, PC, 플레이스테이션, Xbox 유저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되니 화를 내겠죠.
그런 부분에서 현재 인디 성향으로 게임을 만들던 분들에게 제한이 커진 상황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고, 내고 싶지만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줄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사업적으로 우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따지지 말고 아무튼 만들 수 있다고 하면 솔직히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만, 완성한 게임을 내가 가진 하드웨어에서 즐길 수 없다면 역시 좀 실망스럽겠지요.
'걸☆건'이라는 제목에서 중간에 ☆은 왜 들어간 것인가요, 10년 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아이즈 대표: '걸☆건'을 제안해 개발을 주도한 이토 디렉터가 처음 기획부터 사이에 ☆를 넣어놨습니다. 제목을 제대로 읽자면 '갸루 호시 간'(걸 스타 건)이 될 텐데, ☆의 경우에도 속이 까맣게 채워진 문자와 실제 사용된 하얗게 비어있는 문자가 있죠. 그 중에서도 하얗게 비어있는 ☆가 들어가야 한다고 해 그러냐고 넘어갔는데, 왜 ☆가 들어갔는지는 이토만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자연스럽게 있던 것이라 왜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네요.
패키지 버전을 내면 업데이트 필요성이 더 생겨, 최장 1년 무료 업데이트 이어간 이유
최근 인티 크리에이츠의 '카드 앙 시엘'을 플레이했는데 무료 업데이트를 꽤 오래 진행해서 놀랐습니다. '그림 가디언즈' 시리즈도 그렇고, 무료 업데이트를 오래 진행하는 타이틀이 꽤 되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이즈 대표: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인티 크리에이츠 게임은 대부분 패키지 버전을 냅니다. 출하한 패키지가 시중에 풀려 있는 상황으로 게임 매장에 진열되어 있을 수도 있고 창고에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출하한 패키지가 전부 팔려야 합니다. 인티 크레에이츠에 관련된 매장, 가게들이 손해를 보는 건 싫으니까요.
패키지가 다 팔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근래 추이를 보면 신작 게임이 발매일에는 팔리지만 신작이 계속 나오니 바로 다음주에는 잊혀지게 됩니다.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전혀 팔려나가지 않는 상황도 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게임을 새로 내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좋아지니 주목해 주세요, 관심이 생기면 아직 매장에 패키지가 있으니 달려가 구입해 주세요' 하고 어필하는 의미로 업데이트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면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패키지 버전이 없다면 업데이트를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애초에 어떤 게임이라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것은 마스터업 시점에 다 넣어서 내놓는 거니까요. 작품으로 완성이 됐는데 갑자기 제가 '재고를 없애야 하니 업데이트를 몇달 해야 할 것 같다. 해줘' 라고 하면 개발진에서는 '넣고 싶은 것은 다 넣었는데 뭘 해야 하는 거죠' 같은 상황이 되니 모두 곤란해합니다.
개발 쪽에서 '이번에는 업데이트 캠페인 없죠?' 하는 질문을 반대로 해 오기도 하고요. 그런 업데이트 캠페인이 없는 게임도 있지만 있는 것은 또 있고... 패키지 버전은 먼저 만들어 출하해 매장에서 매입하는 것이다 보니 출하 수량이 많을수록 업데이트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출하 수량이 많아지면 '이거 다 팔려면 업데이트를 얼마나 해야 하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출하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패키지가 충분히 다 팔릴 테니 업데이트는 크게 필요하지 않겠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DL 버전만 낸다면 구입한 유저들만 게임을 그대로 즐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에 더해 게임을 완성해 출시해 팔아봤는데, 유저들의 평가를 듣고 '좀 더 이렇게 하면 좋았겠다', '이야기가 어중간하게 끝났다는 평이 많으니 이어지는 이야기를 제공해야 하지 않나' 같은 이유로 업데이트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 시선으로 충분할 만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유저 입장에서 보니 이 부분은 좀 설명이 부족했구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과거에는 게임을 출시하면 끝이었지만 지금은 업데이트가 가능하니, 그런 유저들의 요망을 받아줘도 좋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게임을 완성해 출시했지만 부정적 시선이 많아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드래곤 마스크 포 데스'의 경우 출시 후 반응이 부정적이라 업데이트를 1년 정도 진행했습니다. 가장 오래 업데이트를 진행한 타이틀이 됐네요. 앞서 설명한 포지티브 업데이트와는 다른, 유저들의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와 '긍정적으로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업데이트를 1년 가량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포지티브를 더 포지티브로 만들기 위한 업데이트와 네거티브를 포지티브로 바꿔 보자는 업데이트로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최신작인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도 4개월 연속 업데이트를 발표하셨던데요
아이즈 대표: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의 경우 4, 5월에 업데이트를 이미 했고 6~7월에도 업데이트를 준비중입니다. 앞서 이야기가 나온 업데이트의 이유 중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모두 해당하는 사례일 것 같은데요.
신규 콘텐츠를 추가해 긍정 의견 자체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메트로바니아 장르 타이틀로 장르적으로 조금 약한 것 같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아서 그 부분을 개선하고 싶어 업데이트를 결정했습니다.
일단 하자고 결정은 했는데 고바야시 디렉터가 할만한 소재가 없다고 곤란해하더군요. 그래도 해야 합니다. 과거라면 크리에이터의 에고대로 '난 할 것을 다 했으니 그대로 즐겨라'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강해서 크리에이터가 '이대로 즐겨주세요' 해도 유저들이 단결해 '안 된다'고 하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이니 긍정, 부정 양면을 고려해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에는 온라인 협동 플레이를 지원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는데, 아직 실현되지 않았죠. 사실 메트로배니아 장르도 수백개 정도 플레이핸 제 입장에서는 협동 플레이가 메트로바니아 장르에 어울리나? 구현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업데이트 구간 중에 적용할 수 있게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해 보니 '아 이래서 다들 안 했던 거구나' 라고 실감이 되더군요.
협동 플레이는 게임의 모든 부분에서 가능한 형태로 준비중인가요
고바야시 디렉터: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이 즐길 수도 있고,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준비중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로비 형식으로 다른 유저가 참여해 함께 출발하는 형태가 됩니다.
협동 플레이가 게임 난이도를 낮춰주는 것인지, 아니면 협동 플레이에서 적들이 더 강해지는지 신경쓰입니다. 트로피 획득 난이도에 영향이 생길 것 같고, 협동 플레이 관련 트로피가 추가될지도 궁금합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적이 더 강해지진 않습니다. 멀티플레이로 즐기면 더 어려워지기보다는 유저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로 개발한 것입니다. 협동 플레이로 진행하면 플레이어의 스테이터스가 더 강화되는 등 장점이 있어서 플레이가 쉬워지고 조금 사기 수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간단해져 버리는 것이 싫은 유저도 있을 텐데, 게임에 난이도가 있어 더 어려운 난이도도 고를 수 있으니 원하는 난이도로 조정해서 플레이하면 될 것입니다.
아이즈 대표: 7월에 멀티플레이가 적용될 때 기존 난이도보다 더 높은 최고 난이도, 얼티메이드 난이도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온라인 협동 플레이가 추가되어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것 아닌가 할 유저들에게는 새로 추가될 최고 난이도를 추천합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얼티메이드는 초심자용은 아닌데, 한번 게임을 클리어해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베테랑, 챌린저 난이도는 열려 있으니 어려운 플레이를 원한다면 그 쪽으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트로피가 추가될 예정은 없나요
고바야시 디렉터: 트로피를 추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얼티메이드 플레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멀티플레이도 강제가 아니라 하고 싶다면 즐기세요 쪽이고요.
아이즈 대표: 기본적으로 업데이트는 그런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더 편하게 즐기고, 즐길거리를 늘리는 것인데 트로피를 추가하면 강요하는 느낌이 되니까요.
RPG나 3D 액션게임 만들고 싶지만... 원하는 디렉터가 안 나와
아이즈 대표가 직접 기획을 제안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게임을 한번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중인 것이 있다면 들려주기 바랍니다
아이즈 대표: 록맨 에그제를 3D와 결합한 2.5D 버전으로 리메이크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인티 크리에이츠의 입장에서 예를 들어 '블러드 스테인드'(Bloodstained: Ritual of the Night)를 개발할 때 이가라시씨와 알파 버전까지 같이 만들어본 적은 있습니다만 사내 IP로 2.5D 작품을 만든 적은 없으니까요. 사내 IP로 2.5D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 실현하고 싶네요.
거기 더해 우리 개발자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3인칭 액션게임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가 기획을 좀 안 내 주려나?
고바야시 디렉터: 3D를 테마로 한 사내 기획 대회도 있었습니다만, 아무도 3인칭 액션은 제안하지 않았죠. 누군가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아이즈 대표: 3D 표현, 폴리곤을 사용한 표현으로 일부러 횡스크롤 게임을 만든다면 그냥 하던 대로 2D로 만들어도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폴리곤으로 재밌는 것을 해 보자는 기획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3D 액션을 하자는 기획은 안 나왔네요.
횡스크롤 액션 외에 아이즈 대표님이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도 있을까요
아이즈 대표: RPG를 하고 싶네요. 먼 과거의 일입니다만, 제가 캡콤에서 '브레스 오브 파이어'팀에서 일한 적도 있고 해서 RPG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RPG 기획을 내질 않아요.
생각해 보면 인티 크리에이츠에 입사하는 개발자라면 기본적으로 액션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고바야시 디렉터: 그렇죠. 액션게임을 만들고 싶어 들어오는 사람이 많죠, 아무래도...
아이즈: RPG를 꼭 하고 싶은데... '카드 앙 시엘'을 만든 요시오카 디렉터가 인티 크리에이츠에서 액션게임만 만드니 여기 들어와 액션 말고 다른 것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카드 앙 시엘'을 만들게 됐는데, 요시오카 디렉터가 RPG를 하고 싶다고 하면 딱 맡기면 좋을 것 같네요.
'건볼트' 시리즈도 캐릭터들의 매력이 강하니 RPG로 구성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즈: 그러게요. '건볼트'도 RPG로 가능할 것 같은데 아무도 제안을 안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거 만들어라'라고 시키는 것은 인티 크리에이츠답지 않으니까... 언젠가 누군가 기획을 올려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시키면 개발은 되겠지만, 디렉터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절대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가디언즈' 첫 작품인 '데몬 퍼지'에는 '걸☆건 더블 피스'의 두 히로인, 시노부와 마야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후에도 시노부와 마야의 활약을 다른 게임에서 더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요
아이즈 대표: 시노부와 마야를 더 활약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데몬 퍼지'를 개발할 때 제가 시노부와 마야를 좋아해서 캐릭터로 쓰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이토와도 상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액션이 아니더라도... '걸☆건 더블 피스2'를 해도 될 것이고요. 앞으로도 시노부와 마야가 등장하는 게임은 더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둘만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더 활약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오타쿠적 사고입니다만, 캐릭터와 목소리는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목소리를 낸 성우가 은퇴를 하면 그 캐릭터는 더 활약시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건볼트'에서는 새 버전을 만들며 성우를 교체해 조정했습니다. '건볼트'에서는 아큐라와 RoRo의 성우인 우치다 유우마씨와 미네다 마유씨가 그야말로 딱 맞는 역이라 잘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리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도 목소리가 바뀌면 인상이 바뀌게 되므로 쓰게 어려워집니다.
성우가 건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장르를 바꾸고 작품을 옮겨도 좋으니 그 캐릭터가 활약할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카드 앙 시엘에는 잔뜩 사용하셨지요
아이즈 대표: '카드 앙 시엘'에서는 조금 지나치게 사용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사실 '카드 앙 시엘'은 인티 크리에이츠 30주년 기념작으로 생각하고 개발한 작품이라 그렇게 된 것이거든요. 생각했던 것보다 개발이 너무 스무즈하게 잘 되어서 30주년이 되기 전에 게임이 나와 버렸습니다.
30주년 기념작으로 생각하고 만든 작품을 그냥 출시해 버린 것인데, 그렇다면 30주년 기념작은 뭐가 되는 것인가요
아이즈 대표: 지금 밝히기는 곤란하네요. 30주년이 대략 지금이 29주년이 지나 2026년 5월 30주년을 딱 맞이하는 것인데, 내년 5월까지 나오는 작품은 모두 30주년 기념작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고요. 3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낼까 하는 후보작은 몇개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을 못 맞추면 안되니 어느 것이 30주년 기념작이라고 미리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림 가디언즈' 시리즈는 매번 주인공, 장르까지 바뀔 수 있는 시리즈로 설정
고바야시 디렉터가 말할 기회가 적었으니 최신작인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 합니다. 전작은 시노부와 마야라는 '걸☆건 더블 피스'의 히로인 자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속편에서 오리지널 주인공들로 가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노부와 마야가 보스로 출연하게 된 이유도 같이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처음에는 시노부와 마야가 주인공으로 이어가는 안도 검토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즈 대표가 '서번트 오브 더 다크'에서는 주인공을 교체해 달라는 오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역시 시노부와 마야도 다시 출연시켜 달라고 해서 최종적으로 플레이어블이 아닌 보스 캐릭터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아이즈 대표: '그림 가디언즈'라는 시리즈 자체가 속편에서 '그림 가디언즈2'가 아닌 다른 서브 타이틀이 붙는 식이 됐죠. '그림 가디언즈'는 신작이 나올 때 매번 캐릭터를 바꾸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먼저 있었고, 장르적으로도 전작은 횡스크롤 액션의 스테이지 클리어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보다 정톡 메트로바니아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매번 캐릭터는 물론 장르도 바뀌는 형태로 가도 괜찮지 않나 했습니다.
장르와 캐릭터를 안 바꾸고 비슷한 스타일의 속편을 만든다면 해당 '그림 가디언즈'의 2, 3으로 넘버링하면 될 일이고요. 사실 두 작품 모두 고바야시가 디렉터를 맡았는데, 세번째, 혹은 네번째 작품을 다른 디렉터가 맡게 된다면 남이 만들어둔 캐릭터와 스타일을 끌고가야 할 텐데 그런 형태로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인티 크리에이츠의 시리즈 작품들을 보면 스토리가 반드시 이어집니다. '건볼트' 시리즈도 그렇고 '블래스터 마스터 제로' 시리즈도 속편에서 '전작을 안 했다면 이해하기 힘들어요'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그래서 '그림 가디언즈'에서는 새로 나온 작품을 바로 해도 문제없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작의 캐릭터를 이어가지 말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진행하는 와중에 출시하고 1년쯤 지나니 출시 초기에 비해 시노부와 마야가 활약한 첫 작품의 평가가 좋아졌습니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시노부와 마야를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노부와 마야가 인기가 있는데 바꾸지 말고 그냥 이어갔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고바야시를 불러 다시 시노부와 마야를 주인공으로 되돌리면 안 되냐고 하니 검토해 보겠다고 했는데, 함께 개발한 이토 디렉터가 싫다고 거부해서 보스로라도 출연시키게 됐습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사실 새로운 주인공의 디자인이 잔행된 상태라 그 시점에서 되돌리기는 조금 어려웠죠.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주인공 교체는 안 된다고 거부하게 됐습니다. 대신 라이벌, 보스로는 낼 수 있겠다고 해서 이런 형태가 됐습니다.
아이즈 대표: 솔직히 라이벌로 등장시켜서 도트만 찍어두면 최종적으로는 플레이어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탁했지만 그렇게는 안 됐네요.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결국 안 됐습니다. 매번 주인공이 달라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먼저 있었으므로, 그런 결과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작 평가가 좋아졌다면 '그림 가디언즈: 데몬 퍼지2'도 가능한 것 아닌가요
고바야시 디렉터: '데몬 퍼지2'를 만들라고 하면 그건 빠르게 가능하겠죠.
아이즈 대표: 거듭 말하지만 만들고 싶다고 하면 만들라고 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가 2를 만들라고 지시해서 긍정적으로 '네 만들게요' 할지는 모르겠네요. 본인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들면 분명 긍정적일 테니까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고바야시가 '그림 가디언즈'를 2작품 했으니 이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고 다른 사람이 제가 '그림 가디언즈'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 사람에게 맡기면 되겠죠.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신작에서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저도 동감입니다. '그림 가디언즈'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액션 디렉터를 언제나 제가 할 것은 아니고, 2작품 했으니 3번째 작품의 구상이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이 하면 되는 것이죠.
또 다른 부제의 작품이라도 좋고 '데몬 퍼지2'나 '서번트 오브 더 다크2'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제가 적임이라면 직접 하고 싶고 2D 액션게임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메이드 악마'라는 설정인데요, 대체 '메이드 악마'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잡은 것인가요
고바야시 디렉터: 이토 디렉터가 어느날 '메이드로 하죠' 해서 좋네요 하니 '이왕 한다면 악마 메이드로 하고 싶네요' 해서 그건 더 좋지요 하고 그대로 결정이 됐습니다. 갑자기 왜 메이드인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좋지요 하고 했어. 정말 모르겠어. '걸☆건'처럼 이토 디렉터의 취미 아닐까....
고바야시 디렉터는 횡스크롤 액션 외에 다른 장르에는 관심이 없나요
고바야시 디렉터: 그렇지는 않고 연속해서 횡스크롤 액션 2작품을 했으니 다른 장르에도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드네요.
아이즈 대표: 제 경험 상 대개 디렉터나 메인 프로그래머, 아트 디렉터도 그렇습니다만, 첫 작품에서는 무아무중으로 달려가게 되고 두번째 작품에서는 이미 한번 해봤으니 다 안다는 식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대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기 힘들죠. 그리고 세번째 작품을 했을 때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오래 전, 캡콤 시절부터 경험해 온 부분으로 크리에이터의 세번째 작품이 평생의 대표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다음 작품이 세번째 작품인데 프레셔를 너무 주시는 것 아닌가요...
아이즈 대표: 프레셔를 느끼라는 것은 아닌데... 좀 느껴도 괜찮습니다. 본인이 의식을 하건 하지 않건 세번째 작품에서 아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세번째 작품이 대개 너무 좋게 나오니, 아 이제 그만할까 하게 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네번째 작품 하자고 하면 이제 후배에게 맡겨 주세요, 저는 뒤에서 지켜 보겠습니다 스탠스가 되는 것이 네번째 작품이 되더군요.
'그림 가디언즈: 데몬 퍼지'를 보고 시리즈화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속편이 나온 이상 시리즈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도 되겠죠
아이즈 대표: 네. 시리즈는 계속 이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캐릭터도 장르도 디렉터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바야시가 계속 맡는데 액션게임이 아니게 될 수도 있죠. 어떤 형태로 가게 되건 계속 만들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티 크리에이츠의 시리즈는 다 그렇습니다만, 미래가 완전히 닫힌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내에서 하고싶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때 만들자는 느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훌륭한 선배가 있으면 제가 속편을 하겠다고 나서기 쉽지는 않죠. 고바야시가 '그림 가디언즈' 두 작품을 만들었는데 젊은 개발자가 세번째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해도 '고바야시가 있는데 내가 해도 되나?'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손을 못 들게 됩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저도 젊은 개발자 아닌가요...
아이즈: 언제나 젊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인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웃음)
준비중인 라인업 중 소개해 주실 수 있는 것이 있나요
아이즈 대표: 연내 나올 타이틀이 하나 있습니다. 7월에 '건볼트 트라이앵글 에디션'이 나오고 그 뒤에 5개월이 남는데, 그 안에 두 작품을 내기는 조금 어렵고 하나 정도는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창사 3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5월까지는 몇 작품 더 내고 싶은데, 두 작품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구체적인 타이틀은 발표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신작은 대개 비트서밋에서 발표하니까 그 즈음에는 공개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바야시 디렉터는 7월까지는 '그림 가디언즈: 서번트 오브 더 다크'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할 테고, 그 다음 예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나요
고바야시 디렉터: 네. 그 뒤에 다음 작업이 정해질 것입니다. 회사의 오퍼를 받을지, 제가 낸 기획으로 하게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아이즈 대표: 고마운 일입니다만, 인티 크리에이츠에 기획자 수는 어느 정도 확보가 돼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소재를 구상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 아닌가 합니다. 반대로 프로그래머는 풀가동해도 늘 부족하죠. '그림 가디언즈' 첫 작품과 속편 사이에 2년 정도가 소요됐는데, 고바야시가 새 타이틀을 하고 싶다고 하면 개발팀을 맞추는 데 1년 반은 걸릴 것이고, 그 뒤에 1~2년은 더 개발을 해야겠죠. 게임의 규모가 커지면 몇년 더 밀릴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디렉터 한사람이 매년 2개 이상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만, 요즘 1년에 2개는 어렵죠.
한국어 지원하자는 생각 첫 작품부터 변함없어, 앞으로도 이어갈 것
인티 크리에이츠 타이틀은 한국어 로컬라이징이 대개 되고 있습니다. 로컬라이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아이즈 대표: 사실 인티 크리에이츠가 자체 퍼블리싱한 첫 타이틀이 '건볼트' 1편이었습니다. 그 전에 '걸☆건'과 '걸☆건 더블 피스'가 저희 오리지널 타이틀이었지만 알케미스트 퍼블리싱으로 발매됐죠.
인티 크리에이츠에서는 처음 자체 퍼블리싱한 '건볼트'부터 많은 언어를 지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015년 스팀 버전이 나온 시점에는 10개 언어를 지원했죠. 기본적으로 인티 크리에이츠의 모든 타이틀은 멀티 랭기지로 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 패미컴 스타일로 표현하자는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일부러 영어로만 내기도 합니다만, 가급적 모든 타이틀에 한국어를 지원하고 싶습니다.
'건볼트' 1편을 내던 시절 닌텐도 코리아의 초대로 한국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처음 온 그때도 한국 유저들이 따뜻하게 맞아줬고 뜨거운 열량을 보여주셔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감각이 매우 인상적이라 앞으로도 쭉 한국어를 서포트하고 싶다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부산에서 열린 BIC에 '건볼트' 2편을 출품했을 때에도 많은 유저들이 방문해 주시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피드백을 많이 주셨습니다. SNS를 통해, 스팀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한국 분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인티 크리에이츠의 게임에 관심을 가진 유저들이 많이 있다고 저희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한국어는 계속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콘솔 시장의 규모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닌데 일찍부터 한국어 지원을 해 온 것에 호감을 가진 유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즈 대표: 닌텐도나 소니에서 열심히 활동해 왔지만 콘솔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진 않았습니다. 한국은 PC와 스마트폰 중심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콘솔게임만 만드는데 판매량이 적으니 한국 시장을 포기해야 되냐고 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한국의 수량을 빼버리면 더 힘들어지니 계속 한국에 우리 게임을 알리고 출시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인티 크리에이츠의 한국어 버전 게임 로고 등을 보면 한국어 문자 디자인의 맛이 살아 있는데, 내부에서 디자인한 것인가요 일본이나 한국에서 외주로 진행한 것인가요
아이즈 대표: 대개 이토 마사노리가 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토가 인터넷에서 다양한 한글 표현을 보고 '재미있네' 라며 러프를 만들어 보여주면 사내에서 컨펌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디자인이 좀 지나치면 아예 다른 문자가 되니 좀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이토는 한글을 전혀 모릅니다. 문자가 아닌 디자인으로 접근해 만드는 것이죠.
'건볼트 트릴로지 인핸스드'가 나오며 인티 크리에이츠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리마스터, 강화판 출시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다른 IP들을 현세대기로 옮겨올 구상은 없나요
아이즈 대표: 전체적으로 그런 기조로 가려고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건볼트'의 경우 3DS로 나왔던 것을 스위치와 스팀 등으로 이식했지만 3DS 시절의 특징이 남아 있던 상황입니다. 거기에 오래된 작품이라 참여한 성우 중 은퇴한 분도 나왔죠. 시리즈를 이어가며 새로운 스토리 전개를 하려고 할 때 기존 캐릭터의 목소리를 얻지 못하는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10주년을 기념해서 과거작을 다 넣은 기념판을 내기로 하면서 겸사겸사 앞으로 10년 동안 이어질 '건볼트'의 속편, 시리즈가 쭉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과거에 발매된 '건볼트' 1, 2, 3편이 아니라, 앞으로는 '건볼트 트라이앵글 에디션'이 기반이 되어 그 차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고 한 것이죠. 그러므로 다른 작품으로도 비슷한 시도를 하게 된다면 그런 이유가 생겨야 하는 것으로, 그저 현세대기에 내기 위한 목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유저들 입장을 생각한다면, '건볼트' 첫 작품이 3DS로 한글판이 나왔죠. 문제는 당시 영어 스크립트를 번역해 한글판을 만든 것이라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번역을 해서 한글판을 낼 테니 이것을 즐겨 주시고 앞으로 그것을 기반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건볼트' 1, 2편은 플레이스테이션4로도 이식했습니다만 현세대기인 플레이스테이션5에는 나온 적이 없으니, 플레이스테이션5로 플레이할 때에는 이번 트라이앵글 에디션이 기반이 될 것입니다. 스위치의 경우는 스위치2에서 스위치 게임들이 돌아가니 속편이 스위치2로 나와도 트라이앵글 에디션 기반으로 속편이 나와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단순 이식은 아닌 것이군요
아이즈 대표: 네. 새로운 스킬도 추가하고 목소리도 새로 더빙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재조정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작품으로도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지 않는 한 비슷한 시도는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인티 크리에이츠 하면 음악, 보컬에 진심인 회사로도 유명합니다. 게임이 잘 될 때가 있으면 잘 안 될 때도 있고... 비용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에 더빙과 보컬을 넣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즈 대표: 기본적으로 사내에 사운드 부서가 있고 야마다 잇포가 사운드 프로듀서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보이스는 풀로 들어가거나 없거나 이지선다인 감각입니다. 어중간하게 할 바에는 아예 넣지 않고, 목소리를 넣는다면 풀로 넣어야 하는 것이죠.
프로모션 면에서 노래가 있으면 좋아서니 제가 프로모션을 맡게 되면 가능하다면 노래를 넣고 있습니다. 게임이 성공하건 아니건 작품 이지미에서 노래가 있는 편이 알기 쉽죠. PV에서 노래가 흐르거나 오프닝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면 작품의 성격을 전하기 쉬워집니다.
디렉터마다 트로피에 대한 인식 달라, 최종 허들은 높아야 한다는 생각 가진 디렉터 많은 듯...
마지막 파트로, 플래티넘 트로피 약 7000개를 획득하고 세계순위 10위권을 넘나든 세계구 트로피 헌터 입장에서 트로피, 도전과제에 대한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건볼트' 시리즈나 '걸☆건', 최근의 '카드 앙 시엘' 등을 모두 플레이했는데, 인티 크리에이츠 게임들의 도전과제, 트로피 컴플릿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이라는 인상입니다. 파고들기를 많이 해야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아이즈 대표: 플래티넘 트로피로 가는 최종 허들은 높아야 좋다고 생각하는 디렉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트로피 컴플릿을 해 버리면 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끝나버린다는 느낌이라, '내 게임을 좀 더 오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지 않나 합니다.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유저가 트로피 컴플릿을 포기해 버린다면, 그건 안되니까 너무 어려우면 조금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인티 크리에이츠으 방침이 있다기보다는 앞서 이야기가 나왔듯 사내에 작은 팀이 여럿 있고 디렉터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종 허들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디렉터가 조금... 많은 것이죠.
고바야시 디렉터: 사실 '그림 가디언즈' 시리즈는 두 작품 모두 트로피 컴플릿 난이도가 비교적 쉽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조금 쉽게 하자는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비교적 그런 난이도에 대한 집착이 없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아이즈 대표: 난이도라기보다 '내 게임을 오랫동안 즐겨 주면 좋겠다'는 에고가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죠.
그런 면에서 인티 크리에이츠 게임 중 '환일의 요하네'는 조금 이질적입니다. 하루에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이 가능한 수준의, 매우 쉬운 조건으로 설정됐더군요. '러브라이브' IP 기반 게임인데, IP 홀더 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인가요
아이즈 대표: 게임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이 없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 요하네를 좋아하는 팬들이 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텐데, 너무 어려우면 요하네의 활약, 스토리를 보고 싶은데 못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했습니다. 기획 차원에서 그런 결과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비교적 쉬운 난이도로 설정하게 됐습니다.
'그림 가디언즈' 첫 작품은 지역 별로 트로피가 나뉘어 5개 버전(일본, 아시아, 북미, 유럽 PS4 버전과 PS5 통합 버전)이 나왔는데 이번 '서번트 오브 더 다크'는 PS4와 PS5 버전으로 두 버전만 나왔더군요. 방침에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요
고바야시 디렉터: 디렉터 입장에서 그렇게 여러 버전으로 내자, 한 버전으로 내자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즈 대표: 예전에는 PS4의 경우 지역 별로 마스터를 제출하고 있어서 버전 별로 다른 제품코드가 나와 결과적으로 트로피도 여러 버전이 등록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PS4도 PS5처럼 전 지역에 다 하나의 버전으로 낼 수 있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한 버전만 존재하게 됐습니다.
트로피보다는 난이도 면에서... '건볼트'의 스토리는 좋지만 어려워서 못 본다는 유저가 많은데 1편 스팀 버전에 들어갔던 이지모드 같은 것을 다시 제공할 생각은 없나요
아이즈 대표: 이지모드를 '건볼트' 1편 스팀 버전에 넣어봤는데, 그저 클릭만 하면 진행되는 식이었습니다. 말씀대로 스토리만 보고 싶다고 해서 넣어본 것인데 '스토리만 보고싶다'는 유저는 플레이 자체를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나더군요. 그 경험이 있어서 이지모드는 쓸데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신 '건볼트 트라이앵글 에디션'에는 시나리오나 토크만 감상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모드'를 넣어서 정말 스토리만 보고 싶다면 거기서 스토리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레이는 하면서 스토리를 보고 싶다는 유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즈 대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역시 어려운 부분입니다. '라이트노벨 액션'이라고 하면 라이트노벨이 좋아서 하는 것이니 액션은 어느 정도만 해도 된다는 느낌일 텐데, 인티 크리에이츠의 게임은 아무래도 액션이 메인이라 '액션을 즐기며 라이트노벨도 같이 즐길 수 있어요' 가 됩니다. '트라이앵글 에디션'에는 일단 라이브러리 모드를 넣기로 했으니, 이번에 트라이앵글 에디션 반응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저 세계관만 전달한다면 만화나 소설, 애니메이션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게임회사니까요. 과거 OVA도 만들어 봤지만 허들이 높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퀄리티 컨트롤이 업계가 다르니 안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포함해 공부는 되었지만, 게임회사이니 게임을 먼저 해야 하고, 액션게임이 좋아하는 사람들 중 이런 세계관을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에게 어필해 히트하자는 생각입니다. '세계관이 좋으니 힘내서 액션도 해 주세요'는 개발자의 에고가 너무 강하지 않은가 싶네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티 크리에이츠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바야시 디렉터: 한국 유저들의 코멘트나 게임에 대한 감상은 번역기를 통해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게임을 많이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즈 대표: 저 역시 그팀 코멘트나 X에서도 검색해서 코멘트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게임이 마음에 드신다면 가능한 한 긍정적 의견을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웃음)
고바야시 디렉터: X에서는 저희 오피셜 계정에 직접 멘션을 보내는 분들도 계시죠. 유튜브 동화에도 한국 유저들이 활발하게 코멘트를 달아 주십니다.
아이즈 대표: 인티 크리에이츠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 밖에 못 하는 회사입니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은 다 게임에 담아뒀으니 꼭 게임을 즐기고 기탄없는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6년은 인티 크리에이츠 설립 30주년으로, 30주년을 향해 몇가지 새로운 타이틀을 준비중입니다. 물론 한국어도 대응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고, 발표되면 '아 이거구나' 하시게 될 텐데, 개발사 입장에서 마스터 전에 예약이 많이 들어오면 더 노력해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예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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