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5]AI가 게임의 핵심 재미가 될 수 있을까? 렐루게임즈의 실험과 통찰

등록일 2025년06월25일 14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 개발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니다. 특히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적인 요소에 AI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개발사가 있다. 바로 크래프톤 산하의 렐루게임즈다.

 

넥슨의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가 24일 개막한 가운데, 이튿 날인 25일 오전에는 렐루게임즈 한규선 프로듀서가 ‘AI가 게임의 핵심 재미가 될 수 있을까? 렐루게임즈가 찾은 현재까지의 답’이라는 주제로 그간의 시도와 시행착오, 그리고 얻어낸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ReLU 함수처럼 실패로부터 우상향을 그리자... 렐루게임즈의 개발 철학
강연 서두에서 한 프로듀서는 렐루게임즈의 이름에 담긴 철학부터 설명했다. 렐루게임즈라는 사명은 딥러닝의 활성화 함수 중 하나인 ‘ReLU(Rectified Linear Unit)’에서 따온 것으로, 음수(실패)를 0으로 치환하고 양수(성공)만을 축적해 우상향하는 특성을 닮고자 했다고 한다.

 

“게임 개발은 딥러닝보다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단언컨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는 딥러닝을 이용한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라는 미션에 도전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에 대한 한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렐루게임즈는 스페셜 프로젝트 2를 통해 시작한 조직이다. 이 팀에는 두 가지 큰 룰이 있었는데, ▲게임의 핵심 재미가 딥러닝으로부터 나올 것 ▲딥러닝이 없으면 안 되는 게임이어야 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룰은 렐루게임즈가 되어서도 지키고자 하는 핵심 가치라는 설명이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새로운 입력 방식에 대한 실험 - 제스처와 음성 그리고 실패
렐루게임즈의 첫 번째 시도는 기존에 게임을 즐길 때 사용되는 키보드, 마우스, 컨트롤러 등의 입력 장치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손가락 제스처를 통해 마법진을 그려 스킬을 시전하는 방식의 게임이 그 예였다. 하지만 짧게 반복적으로 그려야 하는 입력의 피로감, 그림 모양을 기억해야 하는 이용자의 학습 코스트 등의 문제로 프로젝트는 드랍됐다.

 

이어진 두 번째 시도는 음성 인식을 활용한 전략 게임 ‘WARKESTRA’였다. 플레이어가 지휘자가 되어 음성 명령을 통해 미니언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의 게임이었는데, 마우스 및 키보드보다 낮은 친숙도와 빈번한 음성 사용의 피로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경험은 다음 프로젝트에 밑거름이 됐다. 마법소녀가 되어 다소 낯부끄러운 주문을 직접 외치고 음성 인식을 통해 싸우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음성 입력의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극과 몰입도를 제공하며 '지스타' 등 시연과 얼리액세스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 프로듀서는 “AI 기술이 잘 적용되었고, 콘셉트와 게임 디자인도 잘 구현된 사례였다”라고 분석했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대화로 사건을 푸는 AI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렐루게임즈가 이용자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게된 프로젝트는 바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었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동화 속 세계관에서 NPC와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로 개발된 실험적인 전작 ‘WISH TALK’에서 진화한 이 게임은 이용자가 탐정이 되어 선택지 없는 자유로운 대화 시스템을 통해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추리 게임이다.

 

이용자는 NPC와 직접 채팅을 통해 대화하며 단서를 수집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핵심 기술은 라지 랭귀지 모델(LLM)을 다중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이용자가 NPC에게 질문을 하면 여러 LLM이 동시에 작동하며, 이들은 자연스러운 응답을 생성함과 동시에 플레이어의 질문이 중요한 정보인지 평가한 뒤 ‘정보 태그’를 부여해 보여준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한 프로듀서는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사례와 같이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에 대한 엉뚱하지만 그럴듯한 답변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는 개인 방송인 '침착맨'이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플레이 했을 때 사건과 관계 없는 '로봇의 제1원칙'에 대해 나눈 짧은 대화도 소개됐다. '침착맨'이 NPC에게 '로봇의 제1원칙'은 '인간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자, NPC는 "그런 규칙은 세운 적이 없다"고 맞받아친다. 이에 '침착맨'이 "넌 불량품이다"라고 비꼬자 NPC는 한번 더 "너도 별로 안다르다"고 되받아치는 식이다.

 

(출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공식 홈페이지 생중계)
 

차기작 ‘미메시스’, 그리고 AI 기반 무한 탐험 게임 ‘스캐빈저 톰’
현재 렐루게임즈는 AI 기술을 활용한 두 개의 차기작을 개발 중이다. 하나는 ‘미메시스’라는 이름의 공포 서바이벌 게임으로, AI가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는 존재가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협동 생존 게임이다.

 

게임에서 이용자 4명은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게 되며, 그 중 누군가가 사람을 흉내내는 AI일 수 있다는 의심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 핵심이다. 게임에는 행동과 음성을 모방하는 AI가 적용돼 있다. 2025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 하나는 ‘스캐빈저 톰’이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활용해 무한에 가까운 탐험 경험을 제공하는 생존 게임으로, 이용자는 탐사 로봇 ‘톰’을 조작해 폐허가 된 지상을 탐험하고 이미지 속 정보를 바탕으로 자원을 수집하고 도구를 제작하며 생존하는 게임이다.

 



 

AI로 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그 환상에 대하여
한 프로듀서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로서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AI로 게임 만들면 쉬운 거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AI로 게임을 만들면 쉽게 게임을 만드냐는 오해를 많이 받곤 한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재미를 AI와 결합하고자 노력하며 느낀 바는, AI가 만능이라는 또는 만능이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강박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Chat GPT를 이용해보면 신기하기는 하지만, 신기한 것이 곧 재미는 아니다. 재미는 결국 게임 디자이너가 해야 할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렐루게임즈는 쇼츠처럼 즐기는 AI 기반 게임 생성 플랫폼 ‘도넛’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자연어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그대로 AI가 만들어주는 플랫폼이다. 아직은 프로토타입 단계이지만 게임 제작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좋은 질문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
강연 말미 한규선 프로듀서는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AI는 입력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묻는지가 곧 결과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에서도 대답의 품질이 아니라 이용자의 질문의 품질을 평가했듯,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은 답을 얻는 방법이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며 책을 읽고 사유하는 습관을 가지길 권했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취재기사 기획/특집 게임정보

화제의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