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한 거인' 스퀘어에닉스를 바꿔 놓은 '젊은 피', '파판 14' 요시다 나오키 PD

등록일 2014년11월27일 17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23일 끝난 지스타 2014를 통해 스퀘어에닉스에서 '파이널판타지14'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요시다 나오키 PD가 한국 게이머들과 만났다.

요시다 PD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스퀘어에닉스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자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그가 스퀘어에닉스의 정사원이 된 지는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스퀘어에닉스에 합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일이다. 자사의 대표 타이틀인 '드래곤퀘스트'의 온라인 버전을 개발하기로 한 스퀘어에닉스가 온라인 게임 전문가를 찾다가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일하던 요시다 나오키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그는 콘솔 게임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는 특이하게 MMORPG를 즐기던 게이머이자 개발자였다.



 

스퀘어에닉스에 입사해 정사원 계약을 하자는 제안을 매년 받았지만 5년 동안 요시다 나오키 PD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나는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둬도 좋다. 게임은 재미를 위해 만든다. 만드는 내가 즐거워야 플레이하는 유저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정사원 오퍼가 와도 거절하고 대표에게 1년 단위로 승부를 할 테니 연봉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실 요시다 나오키 PD는 어디까지나 게임 플레이와 개발을 즐기는 사람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MMORPG 개발 책임자가 미디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개발 상황과 업데이트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필수 업무라 생각하기에 PD가 된 후에는 미디어 노출을 거부하지 않게 됐다.

요시다 PD는 "나는 누가 그 게임을 만들었는가는 게임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개발자로서 가장 큰 영예는 개발팀이 다음에 게임을 만들 때에도 요시다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스퀘어에닉스에 입사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스퀘어에닉스의 전통과는 거리가 먼 그가 어떻게 파이널판타지14라는 스퀘어에닉스의 핵심 프로젝트이자 대표 IP의 개발을 맡게 되었을까.

요시다 나오키 PD도 일본의 게임키드답게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모두 플레이했다. 그가 시스템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작품은 '파이널판타지3'이며 스토리, 캐릭터 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파이널판타지7'이다. 특이한 점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파이널판타지 캐릭터는 파이널판타지7의 '세피로스'라는 점. 세피로스는 주인공이 아니라 악역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미움받는 캐릭터이다.

(여담이지만, 파이널판타지 브랜드 총책임자 하시모토 전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파이널판타지7의 주인공 클라우드이며, 파이널판타지 10, 13 개발에 참여한 토리야마 디렉터는 자신이 창조한 라이트닝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은 바 있다.)

파이널판타지14는 잘 알려졌다시피 한 번 실패한 게임을 재론칭해 성공한 특이한 케이스의 타이틀이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드래곤퀘스트 온라인 버전(드래곤퀘스트10)이 론칭된 후 파이널판타지14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파이널판타지14가 실패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개발팀 내부에서는 '사내에서 가장 MMORPG를 잘 알고 디렉터로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개발 일선에서 요시다 나오키라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마츠다 대표와 면담을 하는데 일선의 개발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마츠다 대표는 제발 파이널판타지14를 어떻게든 일으켜 달라고 부탁했고 '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언급했다.

정사원이 된 지 얼마 안 된, 스퀘어에닉스에서 게임 개발을 총지휘해본 경험이 없는 요시다 나오키가 갑자기 중요 프로젝트의 톱으로 부상하자 '왜 저 녀석이?'라는 분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요시다 나오키 PD는 "난 그런 것에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이었고,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구 버전을 잘 마무리짓고 신 파이널판타지14를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시켰다. 지금은 직급도 올라가고 수입도 늘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장이 하는 일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쳐들어가서 항의하고 바꾸고 하는 사람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차이가 그리 큰 것 같진 않다"


그가 스퀘어에닉스에 처음 들어와 개발에 참여한 드래곤퀘스트10은 드래곤퀘스트 유저들이 드래곤퀘스트라는 시리즈의 기존 경험을 온라인 버전에서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이다. 요시다 PD의 말을 빌리자면, "엄밀한 의미에서의 MMORPG는 아니다".

파이널판타지14는 노쇠한 거인 스퀘어에닉스에 수혈된 젊은 피, 요시다 나오키가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만든 MMORPG다.

요시다 나오키 PD는 2015년부터 다시 온라인 게임의 전성기가 찾아올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 서비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한국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 타이틀이고 흐름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의 마음 속에 '한국 서비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은 없다.

"불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실패한 오리지널 파이널판타지 14를 물려받았을 때 이미 인생 최대의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의 생각은 뭐가 어찌됐든 결과를 낸다면 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해 내가 뭘 해야하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 초반 성적이 좋지 않다면, 어떻게 좋게 만들까를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불안은 없다."

"액토즈소프트와 협업하며 액토즈소프트가 정말 열심히 하고 의욕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한국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시장상황이 크게 바뀐다면,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의 속편이 나와서 시장상황을 다 바꿔버릴 수도 있다. 환경 변화로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만드는 이상 그런 부분도 승부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전보다 엄청난 속도로 바뀐다고 보기보다는 순환하는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모두가 네이티브 앱 게임으로 갔지만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올 시점이 올 거라 보고, 그게 언제가 되냐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아무리 시장을 분석하고 수치 분석을 해도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생각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 적어도 내가 플레이했을 때 재미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나가려 한다.

이번 지스타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이터널',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같은 본격적인 온라인 대작을 보니 MMORPG의 분위기가 돌아온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의 파이널판타지14를 포함해 이런 MMORPG 대작들이 재미있다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MMORPG로 돌아올 것이다. 만약 재미가 없다면, 다시 캐주얼한 게임이 대세로 넘어가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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