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인간으로 돌아오다

등록일 2011년02월17일 20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게임은 코나미의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이다.

1990년대 후반 PS1으로 처음 접했던 위닝일레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전까지는 소위 말하는 EA의 피파 빠돌이였지만 우연히 친구의 집에서 위닝일레븐을 접하고 나서 위닝 일레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피파와 위닝일레븐 시리즈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필자에게는 기계적인 느낌의 피파보다는 오히려 다소 수동적인 느낌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더 맞았던 듯 싶다.

그러나 그 이후 바쁘게 살면서 한 동안 위닝일레븐을 잊고 살다가 위닝일레븐을 다시 접하게 된 건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가 쓰여졌던 역사적인 2002년 한일월드컵 때문이었다. 당시 발매됐던 위닝일레븐은 수년 전 PS1으로 만났던 그 위닝일레븐이 아니었다. PS2로 플랫폼이 교체되면서 훨씬 빠르고 더욱 현실적인 진정 리얼에 가까운 축구 게임으로 변해 있었다.

완전히 달라진 위닝일레븐에 반해 친구, 회사동료 등 주변 지인들과 위닝일레븐으로 밤을 새기 일수였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만큼 위닝일레븐에 몰두했다.

위닝일레븐에는 전 세계 유명클럽들과 국가대표팀 등 수 많은 팀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위닝일레븐을 좋아하고 오랜 시간 플레이 했지만 필자가 선택했던 팀은 오직 하나였다. 바로 세계 최강 국가대표팀 '브라질'.

원래부터 브라질의 축구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브라질의 대표팀에는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축구의 전설들이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라질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축구의 신 호나우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베컴과 더불어 가장 좋아한 선수이자 호나우딩요, 히바우두, 카카, 카를로스, 베베토 등 세계 최고 선수들만 모였던 당시 브라질 대표팀에서 가장 빛이 났던 선수 '호나우두 루이즈 나자리우 드 리마'.

실제와 마찬가지로 위닝일레븐 안에서 보여지는 그의 플레이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게임 속 호나우두는 자신을 다루는 위닝일레븐 게이머에게 별다른 기술을 요구하지 않았다. 호나우두가 가진 기본적 신체능력과 기술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가히 신의 기술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골을 드리블해 상대편 골문까지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그래서 필자와 같이 하급의 위닝 게이머라도 호나우두만 있다면 상급 실력의 게이머로 거듭날 수 있는 엄청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브라질을 더욱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호나우두는 2002년 이후에 발매됐던 많은 위닝일레븐 시리즈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호나우두가 위닝일레븐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필자의 메인팀은 변함없이 브라질이었다.

축구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가 축구인으로서의 호나우두를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호나우두는 필자에게 축구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 선수였다. 호나우두와 동시대에 살며 그의 축구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축구팬으로서 매우 큰 기쁨이었다.

그랬던 호나우두가 며칠 전 축구인생의 은퇴를 발표했다. 그의 선수생활 내내 그를 꾸준히 괴롭혀왔던 부상과 후천적으로 얻은 질병 때문에 다른 전설적인 선수들의 은퇴와 비교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많은 축구팬들과 네티즌들이 그 소식에 너무도 안타까워 했고 필자도 이제 다시는 호나우두의 환상적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혹자들은 호나우두가 인간의 몸으로 신의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몸이 버티질 못해 부상이 잦았고 결국 빠른 은퇴를 했다고도 한다. 왠지 아주 절실하게 공감이 간다.

선수생활 후반에 급격히 살이 불어나면서 국내 팬들에게 '돼지'라 놀림을 당했지만 여전히 신의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호돈신'이라 추앙받았던 축구의 신 호나우두.

그의 은퇴 소식이 너무나 아쉬워 축구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닝일레븐에서 그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였다는 아주 작은 이유로 이렇게 호나우두를 추억해 본다.

잘가요 축구의 신 호나우두. 그리고 인간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세계 최고 브라질 대표팀에서 가장 빛 났던 선수 호나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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