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다시 돌아온 국산 호러 게임의 자존심 '화이트데이'의 모바일버전에 대한 출시 정보가 지난 10월 22일 공개되면서 화이트데이가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로이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14년 전인 2001년 발매된 PC게임을 재탄생시킨 것으로 '화이트데이'는 한국적인 정서를 잘 담아낸 호러 게임으로 호평받으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명작게임이다. 때문에 이번 리메이크 버전에도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게임포커스는 오는 17일 '화이트데이'의 정식 출시를 앞둔 로이게임즈를 방문해 이원술 대표를 직접 만났다. 국내 1세대 게임 개발자인 이원술 대표는 1992년부터 '손노리 팀'을 구성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 사가', '악튜러스', '강철제국' '화이트데이'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게임을 선보이며 당시 국내 PC게임의 전성기를 장식했고, 국내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온라인게임으로 바뀌는 가운데에도 막바지까지 PC게임계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 이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 등을 선보인 바 있으며 CJ E&M 넷마블 소속 턴온게임즈의 개발이사를 맡아 모바일게임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원술 대표가 '추억의 게임' 이었던 '화이트데이'를 다시 세상에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우려를 자아내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무료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로이게임즈는 '화이트데이'를 이례적으로 유료 게임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RPG 장르가 범람하는 가운데 호러 어드벤처 모바일게임을 만든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했다. '화이트데이'가 지나간 추억의 부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게임포커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준비를 마친 로이게임즈의 이원술 대표에게 그 각오를 들어보았다.
지난 간담회를 통해 드디어 게임에 대한 판매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었죠. 이날 인터넷 중계 덕분에 실시간으로 지켜본 이들이나 오랜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이같은 성원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종이접기 아저씨(김영만 씨)가 느낀 심정이 이랬을까요. 10년이 넘은 구닥다리 콘텐츠로 뭐하냐는 비판을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환영해주셔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호응을 해주신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화이트데이 리메이크에 대한 이야기는 꽤 여러차례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리메이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셨나요
넷마블을 나와서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리메이크 작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 전에 공개되었던 버전은 가치온소프트에서 준비했던 버전인데요, 로이게임즈를 설립하고 가치온소프트가 개발하던 것을 다시 넘겨 받아 재정비한 것이 지금의 화이트데이입니다.
화이트데이 모바일 버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2009년에 나온 피처폰 버전과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요
당시 출시된 화이트데이 모바일은 엔트리브에서 개발한 게임입니다. 현재 화이트데이의 상표권을 엔트리브와 로이게임즈가 공동소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오는 화이트데이 모바일과 2009년의 피처폰 버전은 오리지널 버전에서 각각 갈라져 나온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피처폰 버전에 추가되었던 요소나 수정되었던 부분은 이번 스마트폰 버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공개된 캐릭터 원화나 영상을 보면 교복 디자인이나 건물 내부 디자인이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혹시 게임 배경도 변함없이 그 때 그 시절을 다루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스마트폰도 없는 그 옛날이 배경입니다. 요즘은 그런 구조의 학교나 복식을 찾아볼수가 없죠. 현대 배경으로 바꿀까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교복은 물론 소품이나 중요 아이템도 변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카세트테이프를 안 쓰잖아요?
당시 오리지널 버전에 청각장애인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도록 지원하는 옵션이 있어 무척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모바일버전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리를 듣지 않아도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사실 요즘은 공공장소에서나 혹은 이동 중에 모바일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소리를 듣지 않고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게끔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청각적인 요소가 주는 자극이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사운드를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끼'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님이 이번 작품에 참여했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에 참여했고 어떻게 도움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윤태호 작가님은 엔딩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또 저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캐릭터 간의 감정선이나 그것을 유지시키는 법, 맥락 등을 세세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윤태호 작가님 작품을 보면 이야기 자체의 짜임도 굉장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의 감정 역시 분명하잖아요. 화이트데이는 물론 만화가 아니라 게임이지만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 부분에서 작가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버전을 개발할 당시, 자료 조사를 위해 직접 학교를 탐방하고 심지어는 저녁 때 숨어들었다가 리얼 화이트데이를 경험했다는 일화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모바일버전 개발 때도 똑같이 학교에 가보셨나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 개발진들은 다들 무서운걸 싫어했습니다. 낮에만 학교 탐방을 다니다가 딱 한번 제 모교에 밤에 갔던 적이 있는데, 누군가 복도에서 걸어오는 바람에 화장실에 숨어들었던 일이 있었죠.
가치온소프트가 개발하던 당시 이규호 대표가 폐교에서 한 달간 살기도 했습니다. 이번 모바일 버전을 만들면서는 각종 사운드 녹음 때문에 폐교를 찾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학교가 콘크리트 건물이잖아요? 마루바닥으로 되어 있는 건물을 찾기 위해 고창에 있는 폐교에 방문해 다양한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이 때 귀신을 봤다든지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없었네요.
화이트데이 리메이크와 함께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의 새로운 버전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병기 선생님도 새롭게 음악을 녹음하시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황병기 선생님께서 저도 게임도 모두 기억해주시더라구요. 새로운 미궁을 부탁드리기 위해 찾아뵀는데 굉장히 반가워하셨습니다. 실제로 화이트데이 덕분에 젊은 층에게 미궁은 물론 황병기 선생님이 널리 알려졌죠. 좋지 않은 소문도 포함해서요... 최근에도 인터넷에서는 층간 소음 공해로 해결법으로 미궁을 트는 것을 추천한다는 식의 글이 돌면서 다시 떠오르기도 했죠. 황병기 선생님은 국악과 게임이라는 서로 간에 장벽이 큰 콘텐츠가 만난다는 점을 무척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그러셨고요.
리메이크 버전 답게 오리지널 버전과 달라진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 시스템이나 콘텐츠 면에서 어떤 부분이 크게 달라졌나요
가급적이면 예전의 화이트데이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똑같은 게임을 한다는 인상을 피하고자 했습니다. PC버전 당시에는 과감히 빼버렸던 귀신들이 모바일버전에 대거 추가되었고 그에 따른 괴담도 각각 존재합니다. 기존의 귀신들의 AI, 행동 패턴이나 연출 등에서 훨씬 업그레이드 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 화이트데이의 엔딩을 결정짓는 학생 캐릭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풍부해졌고 시나리오의 진행 상 중요한 분기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이 바뀌었으니 직접 플레이하며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편 이외의 모드나 멀티 기능은 후에 추가될 수 있을까요
가치온에서 개발하던 버전에는 실은 멀티 기능이 있었습니다만 과감히 삭제해서 이번에 나오는 화이트데이 모바일버전은 온전히 본래 시나리오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예정에 없지만 본편의 반응이 좋으면 화이트데이 IP를 활용하여 귀신과 싸우는 멀티 게임이라든지 단순한 연장선 개념으로 별개의 게임으로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추가 시나리오와 같은 DLC도 없나요
당장 추가 콘텐츠는 예정된 것이 없습니다. 현재 한정판 패키지에 코스튬 아이템이 포함되어있는데요, 시스템 상 코스튬을 교체하는 게 가능합니다. 딱히 능력치가 붙는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이 호응해준다면 코스튬 아이템 정도는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유료 게임으로 출시를 결정하시기 쉽지 않았을텐데, 8800원이라는 가격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온 금액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개발비나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2만 원이 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만, 화이트데이는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8800원이라는 가격은 국내보다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이 보다 활성화된 글로벌 시장의 가격을 참고한 결과입니다. 게임 가격을 살펴보면 10달러 넘는 작품이 없습니다. 가격대가 높아도 7~8달러인데 이 가격을 넘어서면 가격 때문에 구매하기 꺼려지는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7~8달러에 판매한다면 국내에서도 같은 가격을 적용해야 맞겠죠. 8800원은 그 마지노선으로 잡은 가격입니다.
화이트데이 PC버전은 여전히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게임 실행 파일을 다운받거나 혹은 출처가 불분명한 곳의 CD를 사서 직접 즐기거나... 모두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화이트데이가 14년 동안 계속 살아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고 계셨나요
보통 인터넷에서 '주얼 CD'라고 불리는 건 포털에 화이트데이를 검색하면 바로 쇼핑 창에 뜰 정도로 아직도 판매되고 있는데, 대체 누가 만들고 누가 팔고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재고가 그렇게 오래 쌓여있었을리가 없는데... 가끔은 저것을 사서 A/S 문의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저 CD를 사셔도 저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얼 CD가격이면 리메이크 모바일판을 살 수 있으니 모바일 화이트데이를 즐겨주세요.
과거 화이트데이하면 역시 불법복제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혹시 모바일게임의 경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습니까
물론 게임 자체 보안 솔루션은 탑재되어 있습니다만 이것 까지 뚫고 들어온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불법 공유 파일에 대한 유저분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신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은 게임 플레이 실황 방송도 문제가 되곤 합니다. 화이트데이처럼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게임에는 무척 치명적인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사실 이같은 영상 공유 덕분에 화이트데이의 인지도가 더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또 관심을 갖거나 화이트데이에 대해 알게 되었겠지요. 저희가 게임 플레이 방송하시는 분들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PC버전을 개발하던 당시에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도 될 부분이라서 어렵긴 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엔딩 부분의 업로드는 공유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유저들이 즐겁게 플레이하고 또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호러어드벤쳐, 그것도 모바일게임에서 이런 장르를 시도하기 쉽지 않을텐데, 이 분야에 대한 특별한 비전을 갖고 계신가요? 향후 로이게임즈에서 꼭 화이트데이가 아니더라도 해당 장르 게임을 계속 만들 예정인지도 알고 싶습니다
호러 어드벤처게임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게임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러물을 좋아해서 남들보다 좀 더 많이 알고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장 국내 시장에는 적지만,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호러게임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을 갖춘 장르입니다. 때문에 무모할지라도 유료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화이트데이와 같이 한국적 정서를 포함한 호러 게임을 시리즈화해서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화이트데이를 내놓았을 때 동양적 호러를 잘 살린 게임이라는 평을 듣고 싶고요. 이같은 시나리오 중심의 어드벤처가 아닌, 앞서 말했던 다른 장르의 호러게임이나, 혹은 후속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꼭 화이트데이가 아니더라도 호러 게임은 계속 개발하고 싶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라서요.
글로벌 출시는 언제쯤으로 가늠하고 계신가요, 해외 버전의 경우 목소리도 현지 언어에 맞춰 더빙되나요
빠르면 내년 초가 될 것 같습니다. 영어판을 가장 먼저 출시할 예정이고 일본어와 중국어판은 현지 파트너를 구할 생각입니다. 더빙도 물론 합니다. 어느 언어에 대응하더라도 높은 퀄리티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혹시 모바일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될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스팀 출시 얘기가 가장 많이 있었는데 워낙 게임이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하고 싶은 희망사항은 있습니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모바일 버전 서비스에 집중해야죠.
마지막으로 14년을 기다려 온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만큼 저희도 최선을 다해 이번 화이트데이 모바일버전을 개발했습니다. 전작과는 달라진 부분이 무척 많으니 유저분들도 플레이하며 구석구석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7개의 엔딩과 100%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즐겁게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