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마크 와트니' 이수하 차장의 마지막 인사 "이제 게이머로 돌아갑니다"

등록일 2015년12월15일 09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개봉해 국내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영화 '마션'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화성에 불의의사고로 남겨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국내 개봉 후 '화성판 삼시세끼'라는 별칭을 들을정도로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크의 노력은 인상적이었다.

콘솔 개발사, 유통사들의 담당자과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바로 마션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떠오른다. 화성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감자밭을 일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은 현지화를 위해 몇 번의 좌절을 겪고도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콘솔게임 관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 와트니가 각고의 노력 끝에 싹을 틔우고 감자를 얻었듯 콘솔게임 시장 역시 실무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불법복제와 그로 인한 해외 개발사들의 무관심 속에 황무지가 된 국내 콘솔시장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알아주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아직은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계자들도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보여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희망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국내콘솔시장에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국내 콘솔 시장을 이끌어나간 SCEK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정들었던 SCEK를 떠나게 된 것이다. 좀 더 큰 목적을 위한 그룹차원에서의 결정이었지만 국내 콘솔시장을 응원했던 팬들에게 있어서는 아쉬움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SCEK를 이끌었던 최고 실무자의 이별 소식에 팬들이 아쉬움이 가시지도 않은 12월,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실무자였던 이수하 차장이 정들었던 2년간의 생활을 끝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해라 MS"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이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의 눈으로 본 실무자 이수하 차장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실무자였다. 비록 그 노력의 여파가 카와우치 대표의 울림처럼 크진 않았지만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떠나는 그녀를 그대로 두기엔 개인적인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12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마지막 공식 일정인 'Xbox 연말 파티'에 그녀를 초대했다. 이미 퇴사자의 신분임에도 이정구 성우의 싸인을 받기위해 행사에 참여한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녀의 감정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글을 싣는 것을 양해바라며 앞으로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할 그녀의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정들었던 MS를 떠나게 됐는데 지금 기분은 어떤가
Xbox 프로젝트를 처음에 맡으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일로써 다가가니 참 많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좋았던 일도, 아쉬웠던 일도 있었지만 실무자이자 한 명의 게이머로 좀 더 게이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모든 부분이 소중했고 앞으로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좋은 추억이자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게이머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
아무래도 최근에 발매된 '헤일로'와 '툼레이더'의 완전 현지화 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더빙까지 결정됐다는 소식에 실무자였다는걸 망각하고 너무나 좋아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회사 전체에서도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는데 실제로 이 현지화 소식에 한정판 제품들의 판매량도 늘어났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도, 게이머의 입장에서도 좋을 수 밖에 없었죠(웃음).

이정구 성우의 싸인을 받기 위해 한 명의 게이머로 찾아온 이수하 차장

그렇다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아무래도 반대의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세대 Xbox가 발매되고 엑스박스의 주요 타이틀이었던 '호라이즌2' 등의 비현지화로 인해 유저들의 따끔했던 질책에 담당자로서 능력의 한계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많이 좌절했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SCEK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비슷한 기간에 SCEK를 떠나게 됐다. 같은 콘솔 관계자의 입장에서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어떤 사람이었나
우선 경쟁업체 사람입니다(웃음). 사실 경쟁업체의 대표라기보다는 선배님 같은 느낌을 갖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열정을 갖고 소비자를 대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콘솔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시장의 전체크기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 서로 윈윈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Xbox의 팬들에게 이수하 차장은 낮선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회사의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면서도 항상 커뮤니티의 반응이 두려워 보기를 꺼려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일부 게이머는 제 메일을 통해 입에 담지도 못할 내용을 담아서 보내주시기도 했죠. 그때는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엔 응원해주셨던 팬들도, 따끔한 말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도 모두 Xbox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들이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이수하 차장이 아닌 게이머 이수하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던 게이머들이 있다면 이제는 훌훌 털어내고 제 뒤를 이어 새롭게 담당자가 된 신임 과장님에게 많은 응원을 아끼지 않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쉬는 기간 동안 툼레이더를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기도 하구요. 2015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연말 잘 보내주시고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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