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시도와 성공, "이제부터 시작"

등록일 2017년04월06일 17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블루홀이 선보인 배틀로얄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S)'가 화제다. 한국 게임업계에서 '실험적'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개발, 판매형태를 시도해 상업적으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

배틀그라운드는 30명 규모의 한국 개발팀과 10명 규모의 해외 개발자들이 협업해 개발한 게임이다. 과금모델 면에서도 부분유료화가 아닌 다운로드 판매를 선택했다. 플랫폼으로 스팀을 선택하고 한국에서는 생소한 형태인 '얼리 억세스'(Early Access, 개발중인 게임을 선행 구입해 테스트를 겸해 한발 먼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판매형태)로 먼저 게임을 선보이고 완성도를 높여 반년 내에 정식 출시로 나아가는 전략을 취한 점도 주목할만 한 대목.

이런 조건 하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3일만에 40만장 이상 판매되며 1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이렇게 출시 초기 폭발적 흥행을 기록하며 세계적 인기작 'GTA5'나 '풋볼매니저2017'을 제치고 스팀 최고 인기게임 1위에 올랐으며, 최대 동시 접속자수도 전통의 강호 'CS:GO'(Counter-Strike: Global Offensive)와 '도타2'(Dota2)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틀그라운드'가 표방한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는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한 장르일 것이다. 수많은 유저가 하나의 필드에서 대결해 마지막까지 생존한 유저가 승리하는 이 장르는 몇몇 인기작이 나오며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장르.

배틀그라운드에서는 100인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게 된다. 배틀로얄 장르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플레이타임에 제한을 두고 안전지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게 한 점 등 후반으로 가며 늘어지기 쉬운 배틀로얄 장르의 단점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 사용에 일가견이 있는 블루홀이 실제 개발을 맡아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해 퀄리티 높은 배경을 만든 점도 배틀로얄 게임으로서의 매력을 한층 키웠다. 플레이어언노운'(PLAYERUNKNOWN)으로 알려진 배틀로얄 모드 창시자 브렌든 그린(Brendan Greene)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작에 참여한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

김창한 프로듀서(오른쪽)와 최용욱 사업실장

블루홀에서 국내외 개발자들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조율하며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지휘한 김창한 프로듀서,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지역 사업을 책임진 최용욱 사업실장을 만나 배틀그라운드의 현재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먼저 김창한 프로듀서는 얼리 억세스로 선보인 배틀그라운드를 다듬어 6개월 내 정식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얼리 억세스 상태에서도 판매가 잘 이뤄지면 정식 버전을 내놓지 않고 얼리 억세스 버전으로 끝내버리는 게임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 정식 버전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으로 콘솔 버전도 마련해 플레이스테이션4 및 Xbox One으로 출시할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얼리 억세스라가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선행 서비스해 유저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완성해 가겠다는 게 얼리 억세스입니다. 정식 버전이 아님에도 들어와서 플레이해주시는 유저 여러분은 유저이자 배틀그라운드의 서포터인 셈이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임을 계속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


얼리 억세스의 개념은 김 PD가 말한 대로이지만 북미에서는 얼리 억세스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정식 버전을 출시하지 않는 게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 얼리 억세스 버전만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정식 버전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팀에서는 정식 버전 출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김창한 PD의 설명.

"처음에는 다들 그런 취지로 얼리 억세스를 시작했을 겁니다. PC게임 시장의 새로운 게임에 대한 갈망을 업고 얼리 억세스만으로 매출을 많이 올린 게임도 있죠. 그러다 보니 많은 게임이 얼리 억세스로 낸 후 정식 버전 출시를 방기하고 있습니다. 북미 커뮤니티에서 그런 우려가 많더군요.

저희는 개발 초기부터 해외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개발하는 걸 중요한 방향으로 잡아 진행해 왔고 고민 끝에 얼리 억세스로 갔지만 6개월 안에 정식 버전을 보여드릴 겁니다. 이렇게 못을 박았으니 9월 말이 데드라인인 셈입니다. 물론 9월에 맞춰 내겠다는 건 아니고 그 전에라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빠르게 정식 버전을 낼 생각입니다.

콘솔의 경우 정식 버전과 동시에 나가기엔 시간이 촉박합니다. 콘솔 플랫폼으로도 배틀그라운드를 낸다는 생각은 확고하고 Xbox 게임 프리뷰를 통해 테스트도 진행중입니다. 6개월~1년 사이에 튜닝을 마무리해 플레이스테이션4와 Xbox One으로 게임을 정식 출시할 계획입니다"


정식 버전 출시 데드라인을 9월로 못박은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이 6개월 동안 할 일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이 아니다. 얼리 억세스라고 해도 서비스를 진행하는 한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맵과 모드도 개발해 온라인게임처럼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 김창한 PD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로드맵을 내놨다.

"1차적인 방향은 배틀로얄의 게임성을 다듬는 겁니다. 물론 콘텐츠 추가도 계속 해야할 텐데 총기, 탈것 등은 월 1회 추가할 예정입니다. 4월 중에는 오토바이를 추가하고 신규 총기도 들어갑니다. 콘텐츠를 꾸준히 추가하는 한편 배틀로얄에 다양성을 주기 위해 그 다음에는 맵을 추가해 나갈 겁니다. 맵 개발은 좀 더 오래 걸릴 텐데, 맵을 추가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배틀로얄의 게임성에 관련된 핵심적인 부분이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커스텀 게임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배틀로얄에서 세부적 수정이 가능하도록 해서 권총만으로 대결한다거나 인원을 줄여 10대10으로 대결한다거나 하는 게 가능하도록 만드는 거죠. 이건 바로 게임에 넣기보다는 (트위치, 유튜브 방송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위주로 우선 제공할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드 툴킷을 공개해서 원소스로 아예 다른 걸 시도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논의중이라 확정이 안 됐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지금에 와서는 성공적인 타이틀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스팀이라는 한국에서는 자주 시도되지 않던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점, 부분유료화가 아닌 판매형 과금제로 개발된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개발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블루홀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고, 경력에 도움이 안 될 것을 우려한 경력직 개발자들의 지원이 없어 구인에도 애를 먹던 프로젝트였다는 후문.

김창한 PD는 "다들 모바일게임을 만들던 시기라 구인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외국으로 눈을 돌린 이유도 국내에서는 구인이 안 되어서였습니다"며 "지금부터는 정식 출시까지 욕심만 안 부린다면 다듬어 완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구인도 쉬워질 것 같습니다. 지원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사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게임이지만 유저의 대다수는 북미, 유럽 유저들이다. 현재 전체 유저수를 10으로 봤을 때 북미, 유럽 유저가 6, 아시아 유저가 2, 나머지 지역 유저들이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중국 유저가 가장 많다.


블루홀에서는 국내에서 스팀을 활용하는 유저가 아니라도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용욱 사업실장은 "PC방에서 하고 싶다는 유저가 많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라며 "스팀이 아닌 다른 형태로도 플레이할 수 있게 할 예정이며 관련해서 국내 파트너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PD도 "논의는 이제 시작했지만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개발 면에서는 준비를 다 해 놨다"고 거들었다.


한국 게임사가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고 그게 성과를 낸다는 건 정말 보기드문 사례다. 일단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배틀그라운드의 콘셉트를 보고 투자하기로 결정한 블루홀 경영진의 판단도 주목할만 하다. 국내에서 규모가 큰 게임사 중 여전히 개발자 중심 문화가 살아있고 개발자 출신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블루홀이라 가능했던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당초 김창한 PD는 킥스타터 등 클라우드펀딩으로 개발비를 모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다음과 같은 소회를 전했다.

"돈이 있어야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당연합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좋은 아이디어와 게임성을 구상하더라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서 클라우드펀딩으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희도 얼리 억세스 앞에 고민했던 게 킥스타터로 자금을 모아볼까 하는 거였죠.

개발의 대부분 문제는 자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돈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이러이러한 게임을 만들 것이고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이 있어야죠. 킥스타터부터 시작해 유저들의 평가를 받아볼갈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저희는 회사에서 믿고 투자해주셔서 개발을 진행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돈이 있어야 개발을 할 수 있고 경영진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한국 게임업계의 분위기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 게임이 이렇고 이렇게 해서 돈을 벌 것이라고 할 때 믿어주는 경우가 흔하진 않습니다.

저희도 경영진이 믿어줘서 시작은 했지만 하나 하나가 다 새롭습니다. 글로벌에 처음부터 스팀 플랫폼으로 나가는 것이나 패키지 판매 형태를 취한 것이나 얼리 억세스까지 모든 부분이요. 국내 게임업계에는 얼리 억세스가 뭔지도 모르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렇게 어려운 부분을 오랫동안 개발사로서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해 온 블루홀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주셨습니다. 시장에 통할지 안될지를 알 수 없지만 저희가 준비한 게 말이 되면 시작을 하게 해 주신 것이죠. 중간 과정을 보면서 PD인 제가 말한 대로 지켜내는지 보고 관리를 해 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성공의 경험을 가진 PD가 아닙니다. 성공한 PD라면 아무 말 안해도 지원을 잘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실패해 온 PD임에도 블루홀 경영진이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를 그 자체로 보고 내용을 보고 결정해 준 겁니다. 빈말이 아니라 블루홀은 좋은 개발사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경영진에 감사드립니다"

최 실장도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적 론칭에 고무된 듯 "피가 끓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김창한 PD가 준비하고 만들고자 하는 게임과 과금모델을 보고 피가 끓더군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되었고, 배틀그라운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할 수 있을 경험을 다른 어디에서 해 보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해 본 결과도 사업적으로 한국 게임업계에서 해보기 어려운 경험이었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사업적으로 수익성이 있을까 공부해 보니 의외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걸 작년 중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얼리 억세스 시장은 충분한 성장을 했고 저희가 비교할만한 타이틀들도 큰 성장을 했거든요.

글로벌 시장이 커졌고 의미있는 성과거 있을 거라고 느꼈는데 실제 확인까지 하게 되어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정식 출시와 콘솔 진출까지 앞으로 갈 길도 기대가 됩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많은 부분을 고치고 다듬어 약속한 데드라인까지 정식 버전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인디게임만 나오던 국산 패키지게임의 오랜만의 성공에 기자도 피가 끓는다. 하반기 이뤄질 정식 출시, 콘솔버전까지 이어지며 배틀그라운드가 써 나갈 역사를 함께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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