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다 함께 치킨을 맛볼까요? OO(치킨 업체 명) 타임!"
지난 3월 초 진행된 아프리카TV의 '배틀그라운드' 리그스포츠의 결승전 현장에서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해당 대회의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휴식 시간에 해설진들이 치킨을 시켜먹은 것.
치킨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경기의 스폰서를 담당하는 치킨 업체의 전화번호 노출은 물론, 해설진이 재차 주문 번호를 말하며 경기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함께 치킨을 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현장으로 배달된 치킨을 해설진들이 먹으며 치킨에 대한 시식평을 나누는 등 웬만한 '먹방'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e스포츠 중계 현장에서 보여졌다.
물론 이는 방송 사고가 아니다. 해당 경기의 후원을 담당하고 있는 모 치킨 업체의 간접광고(PPL)를 위한 일종의 이벤트였던 셈. 더 놀라운 점은 실제로 아프리카TV가 진행한 결승전 현장에서 광고가 진행된 시간에 해당 치킨 브랜드의 주문량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광고를 담당한 업체 측에 따르면, 결승전 경기 당시 경기가 진행 중이던 지역의 지점 이외에도 모든 지점에서 주문량이 급증했다. 업체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TV광고와 달리 e스포츠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은 타겟 층이 확실하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플랫폼이다"라며 e스포츠 행사 후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법의 정의에 따르면, 간접 광고(Product Placement)란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그 상품을 노출시키는 형태'를 의미한다. 프로그램과 광고의 구분을 명확하게 나누는 기존의 직접 광고의 방식 대신 콘텐츠 속에 광고 상품을 녹여내어 시청자들의 무의식을 자극하고 광고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없앨 수 있어 각광받는 광고 기법 중 하나다.
최근 인터넷 방송이 이런 간접 광고의 대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의 이벤트 이외에도 1인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유튜브'에는 각종 상품들 혹은 상점들의 홍보를 소재로 삼은 영상 콘텐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이 리뷰나 체험 형태로 제작되는 이 콘텐츠들은 광고와 콘텐츠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어 광고 자체를 콘텐츠로 삼는 간접 광고의 일종인 셈.
이처럼 인터넷 방송이 주요 광고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동영상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과의 제휴를 통해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을 지원하고 이들이 얻는 광고 수익을 나누는 콘텐츠 사업인 MCN 산업 또한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MCN 시장 규모는 90억 달러, 한화 약 10조원 규모까지 성장했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2000억원 규모를 돌파한 상황.
과연 어떤 요소들이 인터넷 방송을 가장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었을까.
지상파 방송에 비해 느슨한 간접 광고 규제
광고 플랫폼으로서 인터넷 방송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상표 노출과 노출 형태에 대한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2016년 관련 규정 완화 이후로 지상파 방송에서의 간접 광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의 간접 광고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일례로 최근 M 사의 모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협찬 제품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음료수로 지은 LED'나 '떡볶이로 만든 조명'이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과 달리 T사에서 제작한 인터넷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제품들의 브랜드 명을 맞히는 퀴즈를 내거나 상표들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등 지상파 방송과 달리 인터넷 방송에서는 제품 광고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허용된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서 광고를 계약하는 과정과 인터넷 방송에서 광고를 계약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에서 간접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등의 전문기관을 통해 광고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관련 법에 따라 간접 광고 포함 여부를 프로그램 시작 시 표기하고 간접 광고를 통한 상품의 노출 시간이나 크기 등에 대해 세세한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인터넷 방송을 통해 간접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광고를 의뢰하는 업체와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 혹은 기업과 계약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에서 준수해야 하는 KOBACO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인터넷 방송에서 간접 광고의 내용 등은 자율규제를 통해 관리하게 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인터넷 방송에서의 간접 광고를 비롯한 광고의 형태들이 좀 더 자유롭고 직접적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이런 자유로운 광고 환경이 인터넷 방송으로 광고 업체들이 눈길을 돌리는 이유"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변화하는 시청자 층
한편, 구매력을 지닌 주요 연령층의 문화 콘텐츠 소비 패턴이 TV에서 모바일 동영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터넷 방송이 주요 광고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일상생활 필수 매체를 묻는 질문에 대해 20대는 84%가, 30대는 79%가 스마트폰이 TV보다 필수적인 매체라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1인 가구의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이용률이 71%에 달하며, 이 중 27%가 MCN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식품이나 여가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는 20대 1인 가구 층이 TV보다는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 와중에도 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 역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전체 시청자 중 52%가 TV를 시청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고 응답해 사실상 TV에 집중하는 시청자들의 비율이 높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TV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시청률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기능별 중요도에 대해서는 51%의 응답자가 미디어 콘텐츠 시청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TV 프로그램 시청'은 주 5일 이상 기준으로 4.6%인 반면, '기타 동영상 재생'은 16.9%로 나타나 많은 소비자들이 TV 프로그램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들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실질적인 구매력을 지닌 20, 30대의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매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TV보다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통해 호의적 태도 형성
광고 플랫폼으로서 인터넷 방송의 또다른 장점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광고 모델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광고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인 태도는 곧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이 광고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것.
일반적으로 우리가 TV에서 보는 광고들은 매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볼 수 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신자는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 받는다.
이런 방식은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속도 측면에서는 빠르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광고에 노출되는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차단해버리는 '선별적 노출'을 하게 되며, 제품에 대한 지식은 얻지만 대상에 대한 태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인터넷 방송을 비롯한 1인 미디어에서 주로 진행하는 간접 광고 콘텐츠에서는 양방향 방식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으며, 광고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진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대상과 끊임없이 양방향 소통을 하는 시청자는 자신이 원해서 정보에 노출된 것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전달되는 정보들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대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되며 이는 곧 광고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보통 소비자들은 TV에서 나오는 광고나 간접 광고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시청자와 방송 진행자 사이의 양방향 소통을 기본 요소로 가지고 있는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거부감이 덜하다"라며, "특히 일부 시청자들은 간접 광고 등의 광고 콘텐츠를 '숙제'라고 부르면서 오히려 광고 콘텐츠를 독려하는 일들도 많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와 심리적 거부감이 낮다는 점 역시 인터넷 방송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명확한 광고 타겟층 확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반적인 TV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간접적으로 노출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광고가 노출된 시기와 시간은 판단할 수 있지만, 시청자가 진짜로 광고를 봤는지와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또는 어떤 시청자들이 광고를 시청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에서는 명확한 광고 타겟층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광고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광고를 선택하여 시청하는 것. 예를 들어 음식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먹방' 콘텐츠를 진행하는 BJ나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먹방' BJ와 크리에이터를 통해 식품 관련 간접 광고를 진행하게 되면 명확한 타겟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의 생각 역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BJ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중간에 광고가 나와도 시청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어 콘텐츠 전달률도 높다. 이 밖에도 조회수나 공감 등의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광고와 제품에 대한 반응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장점이다.
대세 광고 플랫폼 된 인터넷 방송, 성장 가능성 높다
지상파 방송에 비하면 낮은 광고 관련 규제와 시청자들의 행동 패턴 변화, 낮은 심리적인 거부감과 호의적인 태도, 명확한 타겟층 확보 등의 장점을 통해 인터넷 방송은 대세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업체들이 MCN을 포함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광고를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며, 현재 진입해 있는 업체들의 성과도 긍정적인 편. 앞서 언급한 치킨 업체 역시 광고 효과에 만족해 e스포츠를 기반으로 비슷한 형태의 광고를 이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인터넷 방송을 통한 광고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방송을 즐기는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1인 크리에이터나 BJ 들이 간접 광고 등을 통해 금전적 여유를 얻어 인터넷 방송 전반의 질적인 발전을 이루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광고와 콘텐츠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광고만을 위한 콘텐츠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7 온라인광고 산업동향 조사 및 분석'에 따르면, 광고인지 정보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게시물을 경험한 비율이 71%에 해당하며, MCN 광고에 대해서는 30.4%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여기에 인터넷 방송에서의 간접 광고의 수위에 대한 규제 방법이 자율 규제 뿐이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 광고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의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인터넷 방송 광고 플랫폼은 시청자들과의 소통, 다양한 아이디어 활용 등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며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세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광고 플랫폼이 부작용을 줄이고 더욱 효과적인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업계가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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