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X.D. 글로벌이 국내에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에서 판매 중이던 수영복 스킨의 선정성을 이유로 등급 재분류 통보를 내려 게임 내 수영복 스킨 판매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가운데, 게임업체는 물론 유저들에게서도 게임위의 선정성 판단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X.D. 글로벌은 지난 2일, 자사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에서 판매 중이던 수영복 스킨의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업체측에 따르면, '벽람항로'에서 판매 중인 수영복 스킨이 게임의 이용등급인 12세 이용가에 맞지 않다고 판단, 수영복 스킨이 '벽람항로'의 이용등급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등급 재분류 대상임을 통보했으며 이에 따라 X.D. 글로벌 측이 '벽람항로' 내에서 수영복 스킨의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
그러나 해당 소식을 접한 많은 유저들은 게임위의 선정성 판단 기준이 모호한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벽람항로'와 동일한 12세 이용가로 등급이 분류된 대부분의 게임에서 수영복 스킨을 판매하고 있으며, 해당 게임의 수영복 스킨의 수위가 '벽람항로'에서 문제시된 수영복 스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일부 유저들은 “수영장에서는 모두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데 수영장도 15세 이용가가 되어야하지 않느냐”라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호한 게임위의 선정성 판단 기준
게임위가 게임에서 선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등급분류세부기준에 따르면, 게임위는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 5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급을 분류한다.
이중 최근 수영복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선정성 기준을 보면, 12세 이용가의 경우 '성적 욕구를 자극하지 않음', 15세 이용가의 경우 '가슴과 둔부가 묘사되나 선정적이지 않은 경우'이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경우 '선정적인 노출이 직접적이고 구체적 묘사'로 다소 모호하게 구분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선정적'이라는 단어는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또는 그런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게임위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선정적인 것'과 '성적 욕구를 자극하지 않는 것'을 판단하는 것일까. 게임포커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게임위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게임위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게임위는 명확한 기준을 이야기하기 않은 채 매번 '등급분류세부기준'을 참고하라는 답변과 게임사 측에 문의하라는 성의없는 답변만 했다.
같은 12세 이용 등급 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영복 수위
이번에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은 '벽람항로'의 수영복 스킨은 어느 정도의 선정성을 지니고 있던 것일까. 게임위가 제공하는 등급분류규정에 따르면, 12세 이용가에서 허용하는 노출의 범위는 선정적인 신체 노출이 거의 없거나 가벼운 어깨나 허리, 다리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문제가 된 '벽람항로'의 수영복 스킨의 경우, 게임위가 15세 이용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가슴과 둔부의 노골적인 묘사는 없었다. 특히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해당 항목을 심사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우려가 있다. 마찬가지로 '신체 노출이 간접적이고 제한적이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수치가 정해져 있기 않아 어느 정도의 노출이 선정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판단하기 힘들었다.
이처럼 선정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국내에서 12세 이용등급을 받은 다른 게임들의 수영복의 노출 수위가 비슷함에도 '벽람항로'에 대해서만 등급 재분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유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오버히트'의 경우, '벽람항로'와 마찬가지로 구글 플레이 기준 12세 이용 등급 임에도 불구하고 '벽람항로'보다 과도한 노출을 한 수영복 스킨을 판매한 바 있다. 지난 6월 '오버히트' 내에서 판매되었던 수영복 스킨의 경우, 가슴과 둔부의 간접적인 노출은 물론 대부분의 신체를 노출하고 있는 비키니의 모습이었다. 해당 스킨은 현재는 판매가 종료된 상태이다.
한편, 베스파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킹스레이드' 역시 구글 플레이 기준 12세 이용 등급이지만 게임 내 수영복 스킨 및 기본 복장의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가슴이나 둔부를 간접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물론, 노출의 수위 역시 '벽람항로' 내에서 판매 중이던 스킨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올해 '킹스레이드'에서 출시된 스킨 대부분이 노출 수위를 줄이기 위해 천을 덧대거나 물건으로 가리고 있지만 이는 '벽람항로'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게임위의 모호한 선정성 판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오버히트'와 '킹스레이드'의 경우 특정 신체 부위가 흔들리는 '바스트 모핑' 시스템이 존재해 '벽람항로'보다 선정적임에도 문제로 지적 받지 않는 등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모호성과 형평성 논란, 게임 내 수영복 스킨 문제는 계속될 예정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서 게임위 측에 문의한 결과, 인력이나 시간 상의 문제로 인해 모든 게임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게임위 측에 따르면, 게임위가 게임과 관련해 등급 재분류 검토할 대상을 발견하는 경로는 국민신문고나 자체등급모니터링단 등 외부의 신고에 집중되어 있다.
하루에 접수되는 게임 관련 신고만 수십 건에 달하며, 등급 분류의 대상이 되는 항목도 선정성 뿐만 아니라 폭력성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접수되기 때문에 모든 게임들에 대해 철저한 전수 조사를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게임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12세 이용등급으로 서비스 중인 국내 게임 대부분이 비슷한 노출 수위의 수영복 스킨이나 복장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번에 등급 재분류 판정을 받은 '벽람항로'가 눈에 띌 정도로 선정성을 지니고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위의 선정성 판단과 관련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등급분류 세부기준에서도 '성적 욕구를 불러오는'이나 '성을 연상시키는' 등의 모호한 표현들이 주로 기재되어 있어 선정성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
무더운 여름 시즌을 맞아 수영복 스킨들이 출시되는 가운데, 올해는 수영복을 둘러싼 '불편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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