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웹툰 생태계에 변화를... '픽션 네트워크' 준비중인 배승익 대표의 이야기

등록일 2018년09월04일 05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바야흐로 웹툰의 시대다. 초창기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보던 단계에서 나아가 이제는 수많은 웹툰 플랫폼에서 다양한 소재를 담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웹툰이 쏟아지고 있다.

 

유료로 웹툰을 보는 문화도 어느 정도 자리잡았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극장을 휩쓸고 웹툰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 원작을 모르던 사람들이 원작을 찾아보는 선순환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지난해 웹툰 플랫폼들의 성적을 보면 카카오페이지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의아함을 준다. 몇년 전 웹툰 플랫폼들이 생겨나던 초기에는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는 설명에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아직도 투자해야 하는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웹툰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픽션 네트워크'를 준비중인 배틀엔터테인먼트 배승익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웹툰 제작방식, 구조에서 기인한 결과로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웹툰 플랫폼 기업들의 적자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배 대표의 전망이다.

 



 

최근 블록체인 웹툰 플랫폼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운데, 대체 블록체인으로 웹툰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아니 그 전에 블록체인 웹툰 플랫폼이 대체 어떤 것인지 듣기 위해 배승익 대표를 만났다.

 

웹툰 산업 이대론 미래 없어, 변화가 필요해

배 대표는 넥슨, 스마일게이트를 거치며 게임업계에서 쭉 일해오던 중 웹툰 쪽으로도 눈을 돌려 게임 소재 웹툰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를 운영해 왔다. 웹툰 플랫폼을 몇 년 동안 운영하며 투자도 유치해 외부에서 보기에는 순탄한 길을 가는 것 같았는데...

 

그러던 배승익 대표가 블록체인 웹툰 플랫폼을 한다고 해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배 대표를 만나 가장 먼저 들어본 것은 왜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는가 하는 '이유' 부분이었다.

 

"웹툰 플랫폼 사업을 수 년 동안 해 본 경험에서 기인한 결론입니다. 배틀코믹스는 게임웹툰으로 시작한 플랫폼으로, 2013년 창업해 2014년 11월 7일부터 배틀코믹스라는 게임웹툰 플랫폼으로 4년 동안 운영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만화냐, IP를 갖다 만든 팬아트지' 같은 평도 들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월간 이용자 200만 명을 찍기도 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배틀코믹스를 이용한 유니크 접속 IP가 웹과 모바일을 합치면 1800만 이상이 됩니다.

 

이렇게 성장을 하면서 커뮤니티에서 취미로 만화를 그리던 분들이 주요 웹툰 플랫폼 인기작가 이상의 원고료를 받아가는 경우도 생기고 전업작가가 되는 케이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도 받았죠.

 

그런데 이렇게 성장을 했음에도 사실상 우리가 게임만화를 상업적으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수백명의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수억건의 조회수, 수천만 접속자를 만들어 냈음에도 저희가 수익을 창출할 방법은 도네이션과 광고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의 비판을 감수하고 중간광고까지 넣어 봤지만 답이 안 나왔습니다.

 

게임만화의 속성 상 유료로 파는 건 쉽지 않은데 다른 수익 창출 방법도 없는 겁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 창작자들도 있고 재밌게 봐 줄 독자도 존재하는데 가운데에서 이어주는 플랫폼인 우리는 백억 가까운 투자를 받아 수십억원을 원고료로 쓰고 인력을 붙여 서비스를 만들어 냈지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플랫폼이 죽어가는 걸 확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게임웹툰이라 유료 판매가 안 되어 한계를 느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웹툰 플랫폼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배 대표가 이끄는 배틀엔터테인먼트에서도 게임웹툰만 한 게 아니라 일반 웹툰 서비스도 진행을 했고 그 경험이 합쳐진 결론이라 봐야할 것 같다.

 

"일반 웹툰으로도 가 봤죠. 한국에서 중, 소규모 웹툰 플랫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많은 작가들이 데뷔를 하고 웹툰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콘텐츠가 많아지니 웹툰을 보게 됐습니다.

 

확실히 시장은 확대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 들리게 되었죠. 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이 원고료, BM 구조를 통해 발생한 수익 분배를 해 주지 않으면 작가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그 플랫폼을 보면 네이버 웹툰부터 시작해 레진, 중, 소규모 웹툰 플랫폼까지 모두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어디서 잘못된 거지?'라는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는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전업작가로 자리잡을 경제적 환경을 만들었음에도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였던거죠.

 

이는 산업구조에서 플랫폼이 역할과 책임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 정산, 제작, 관리 등에서 플랫폼이 많은 일을 하는 구조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플랫폼이 너무 많은 역할을 하는데 창작자들도 만족하지 못하고 플랫폼도 돈을 못버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독점화된 일부 거대 플랫폼만 남고 나머지는 다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작가들도 다시 '데뷔'라는 좁은 길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되겠죠.

 

'K웹툰'이 일본 만화를 가리키는 '망가'처럼 한국식 디지털 만화를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여기에 퀄리티 유지도 힘들어지고 중국만화들도 물밀듯이 밀려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뭘 어떻게 계산해도 중국 웹툰을 들여와 서비스하는 게 수익성이 훨씬 좋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 답이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배승익 대표의 설명이다.

 

블록체인으로 창작자에게 더 많은 역할과 수익을

흔히 블록체인 플랫폼이라고 하면 가상화폐를 발행해 그 가상화폐로 결제하게 하는 구조를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대개는 여기서 가상화폐 부분에 주목할 텐데... 배 대표는 가상화폐와 일반 결제를 모두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해 기자를 놀래켰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웹툰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독자와 작가, 서비스를 하고싶은 사업자와 작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그가 준비중인 '픽션 네트워크'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블록체인을 알게 되고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로 가면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가 생태계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직접 행동을 해야 하는 구조로 변화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선의나 단순 팬심으로 활동하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경제적인 유인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블록체인에서 그 경제적인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데, 기존 플랫폼이 독점하던 '신뢰'를 블록체인에서는 제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구조적으로 내가 한 노력의 대가가 돌아오는 게 블록체인 플랫폼의 대전제입니다"

 

배승익 대표가 픽션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픽션 네트워크는 플랫폼이라기보다 콘텐츠 허브에 가까운 서비스로, 픽션 네트워크에서 창작자들과 서포터들, 번역가, 마케터 등은 자유롭게 참여해 창작자가 직접 정한 수익 셰어 비율, 혹은 고정비로 작품 창작, 번역, 홍보 등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연재 형태나 해외 판권 등에서 계약을 하느냐, 마느냐. 혹은 표준계약서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던 작가들은 이제 직접 주체가 되어 조건을 설정해 창작에 나서고 작품 홍보, 번역 등을 진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픽션 네트워크 SDK를 통해 작품을 원하는 플랫폼 어디에든 붙을 수 있다.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것도 가능하며, 국내와 해외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기본적으로 픽션 네트워크는 B2B 서비스입니다. 기존 플랫폼 별로 돌아가던 '웹툰 플랫폼'이라는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가진 배틀코믹스가 이미 있고 여기에 서비스 파트너로 아프리카TV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트래픽을 가지고 있고 콘텐츠를 원하는 파트너들이 작품을 선정하고 서비스하는 수고를 들일 것 없이 픽션 네트워크 SDK를 갖다 붙이고 유저들이 자기에게 맞는 작품을 알아서 보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더 많은 1인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을 제공하게 될 겁니다. 플랫폼 시대처럼 우리가 직접 트래픽을 담으려고 싸우지 않고 트래픽을 가진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 콘텐츠를 제공하게 됩니다.

 

플랫폼 사업에서는 돈이 더 많은 주체가 무조건 승리하게 됩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그렇죠. 우리는 또 다른 플랫폼이 되려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디자인해 새로운 생태계에서 성장하려는 겁니다.

 

플랫폼 사업은 결국 독과점으로 가게 되고 누군가 시장 전체를 먹으며 초과이윤이 발생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정당한 몫을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거죠. 그런 현상을 부수려는 우리의 목적은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과도 닿아 있다고 봅니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이어진다는 건 그만큼 독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정산, 분배는 블록체인이 알아서 해 주지만 해외 독자들에게 웹툰을 제공하려면 번역가를 직접 찾아 번역을 시키고 마케팅도 BJ, 마케터와 직접 상담해 진행해야 한다.

 

'시장'의 냉혹함을 실감하게 되겠지만 여기서 성공하는 작가는 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배승익 대표의 전망이다. 아직 픽션 네트워크가 어떤 모습일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올해 4분기로 예정된 베타 테스트 때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것 같다.

 

2019년 2분기 정식 론칭 예정, 급격한 변화보다 단계적 변화를...

픽션 네트워크는 4분기 주요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2019년 1분기 중 모든 기능을 담아 전체 테스트를 진행해 2019년 2분기 중에는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하면 할수록 블록체인은 기술에 불과하고 현실 세계와는 괴리되어 있는 세계라는 걸 느낍니다. 블록체인이나 인터넷이나 마찬가지로 우리 삶을 재미있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직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블록체인 서비스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저희가 하려는 건 이미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생태계, 수조원 규모 시장에 기술을 접목해 변화를 가져오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로만 결제하는 시스템도 아니라 다양한 결제 수단을 지원할 예정이며, 유저들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이 적용된 줄도 모를 UI와 UX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크립토 커런시라고 하면 '한탕', '대박' 같은 이미지로 수용되어 온 게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배승익 대표와 픽션 네트워크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이상, 기술을 사용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다.

 

"크립토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사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비슷하게 현실 문제 해결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많이 진행중이지만 저희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한 발 먼저 나아가서 그 동안 계속 관련 사업을 해 온 회사라는 점이 차별화된 장점입니다. 이미 움직여 서비스 목전에 왔고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흔히 블록체인, 크립토라고 하면 전복, 혁명같은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세상을 바꾸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단계별로 나아가려 합니다"

 

배 대표는 이야기를 마치며 픽션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할 2019년 목표와 함께 다시 한 번 웹툰 생태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9년에는 픽션을 잘 만들어 픽션에서 성공한, 픽션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웹툰, 웹소설 작가를 만들고 더 나아가 픽션을 통해 해외로 나가 돈을 벌었다는 작가가 나오면 좋겠다"며 "웹툰이 해외에서도 잘 된다는데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작가는 없다. 해외 플랫폼들이 어마어마하게 떼어가고 중간에 국내 플랫폼, 해외 플랫폼이 붙어 단계별로 떼 가면 남는 게 없다. 이런 중간 단계를 제거해 작가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배 대표는 "산업 생태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 산업의 미래는 어둡다. 만나는 창작자들도 모두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밖에서 보면 화려하고 성장하는 것 같지만 일부만 그렇고 부익부빈익빈이 엄청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배승익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목표는 생태계를 부숴버리는 게 아니라 문제점이 있으니 우리 방식대로 개선해 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블록체인 웹툰 생태계가 궤도에 오르더라도 기존 웹툰 플랫폼들과 공존해 나갈 거라고 예상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웹툰 생태계를 점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 관련 취재를 하다보면 쉽게 큰 성공과 큰 변화를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배승익 대표는 문제 해결과 점진적 변화를 이야기해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픽션 네트워크 론칭이 웹툰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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