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게임 중독이 아닙니다", 한콘진 '제 4회 게임문화포럼' 개최

등록일 2019년04월07일 16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게임 과몰입'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논하기 위해 모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6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제 4회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게임문화포럼은 '진실게임 - 게임,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시사한 가운데 게임 과몰입을 둘러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 및 교육적 가치 등 순기능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본격적인 포럼에 앞서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그는 “주말임에도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게임은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문화 콘텐츠이자 일상이 되었지만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게임을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포럼은 게임을 일상과 문화로부터 지키는 자리이기도 하다. 게임 산업이 제자리를 찾는 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는 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축사를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 질병으로 취급 받아 아쉽다”라며 “게임이 즐기는 것이 장애로 분류되는 것은 옳지 않다. 게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프레임에 게임이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을 장애로 분류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게임 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조강연 나선 퍼거슨 교수 “게임을 중독 물질로 보는 시각은 고연령층 세대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

 



 

현장에서는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 그리고 도덕적 공황: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먼저 최근 사회에서 게임을 중독 물질로 분류하는 현상의 이유로 '도덕적 공황' 이론을 제시했다. '도덕적 공황'은 고연령 층이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나 문화 매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이론으로, 과거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이나 '재즈' 등이 어린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배척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막연한 반감인 '도덕적 공황'은 정치계, 학계, 언론 세 가지의 이해관계를 거쳐 설득력을 얻게 된다. 정치계는 부정적인 의견을 지지해 관심을 모으는데, 최근 영국의 해리 왕자가 '포트나이트'를 금지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학계에서도 연구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인 이슈들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공황'을 확산시키며 언론계 역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한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집단의 대표적인 논리인 중독성이나 폭력성에 대해 퍼거슨 교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았지만, 실험 환경이 현실과 달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폭력적인 게임을 즐긴 청소년이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다는 것도 근거가 빈약하다. 실제로 1996년 이후 폭력성을 다룬 게임들을 즐기는 청소년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청소년의 폭력 사고는 오히려 80%가량 감소했다.

 

그는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면 폭력적인 행위를 한다는 주장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라며 “일부 일치하는 데이터의 경우에도 상관관계가 있을 뿐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의 중독성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일이나 쇼핑 등 다양한 요소에 중독되지만 유독 게임의 중독성만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

 



 

이어 그는 게임에 중독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 자리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불안감이나 우울증 등 정신과적인 이슈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 과몰입 현상에는 게임 그 자체보다는 정신 의학적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고양이를 만질 때도 뇌에서 마약을 할 때 나오는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며 “중독의 9가지 조건에는 게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취미가 해당된다. 게임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 과몰입 현상을 초래하는 심리적인 문제들이 주목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연령층의 게임에 대한 반감, 즉 '도덕적 공황'이 문제다. 보다 수준 높은 연구들을 통해 게임 과몰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 “게임 과몰입은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의 과잉 기대가 원인”

 



 

이어서는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교수가 나서 '게임과몰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5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아시아 문화권에서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로 입시라는 독특한 문화적인 배경이 있음을 강조했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문제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보고되는데,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모의 간섭 등 문화적인 특징이 원인이 되는 것.

 

정의준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청소년 2,000여 명을 대상으로 5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을 진행했다. 이중 특이한 점은 5년 간의 연구 기간 동안 과몰입 군에 속하던 청소년들이 특별한 조치 없이도 정상 군으로 돌아온다는 것으로, 5년 연속 과몰입 상태를 보인 청소년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그는 “청소년기의 게임과몰입 수준은 매우 탄력적으로 변한다”라며 “전문가의 조치 없이도 많은 비율의 청소년들이 게임과몰입 현상을 해결한다”라고 말했다.

 



 

게임과몰입 상태를 보이는 청소년 대부분이 자기통제력이 낮은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자기 통제력이 낮은 청소년들의 경우 주로 부모의 과잉간섭이나 과잉기대가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부모와의 대화 정도나 교사의 지지 수준 역시 자기통제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그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많을수록 게임과몰입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자기통제력이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라고 말했다.

 

자기통제력에는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취약 모형 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이를 이겨낼 방안을 찾고 중독적 행위에 취약해지는데 학업 스트레스가 개인의 통제력을 낮추고 이것이 게임과몰입으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이 같은 학업 스트레스에는 부모의 과잉간섭과 과잉기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의 상태 역시 자식의 게임과몰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5년간의 연구 결과, 부모의 자기통제력이나 불안감 등 심리적인 상태가 자식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고 이것들이 결국 자녀의 게임과몰입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정의준 교수는 “결국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치보다는 입시 경쟁이 치열한 문화적 환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연구를 통해 게임과몰입에는 게임 자체보다는 부모의 양육 태도나 학업 스트레스, 자기통제력 등 사회심리학적 환경들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일시적 현상으로, 환경의 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덕현 중앙대 교수 “공존 질환에 대한 배제 없이 게임장애에 대한 공정한 연구 불가능하다”

 



 

이어서는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패널 임상 연구 : 뇌 연구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13세에서 21세 사이의 청소년 90여명을 대상으로 순수하게 게임과몰입 증상만을 보이는 사람과 ADHD 증상을 동시에 보이는 뇌의 활성화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해부학적 연구와 기능적 활성화 연구를 진행했다.

 

해부학적 연구에서는 게임과몰입 현상을 보이는 뇌와 그렇지 않은 뇌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는 관측되지 않았다. 게임과몰입 증상과 연관된 뇌의 부위는 좌측 전두엽과 우측 측두엽의 측두이랑인데, 결국 게임과몰입 증상군과 그렇지 않은 실험군의 차이는 게임이 주는 중립적인 자극을 얼마나 받아 들인 것인지에 따라 나뉜다. 그는 “이런 자극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도덕적 영역이다”라며 “해부학적 연구로는 게임과몰입만의 유의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능적 활성화 연구에서도 게임과몰입으로 인한 특별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전두엽을 중심으로 뇌의 연결성을 추적한 결과, 별도의 추가 증상 없이 게임과몰입 현상만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 기저핵까지의 연결성이 증가하고 다른 부위와의 연결성은 떨어진다. 또한 ADHD와 게임과몰입 증상을 동시에 보이는 사람 역시 동일한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었다.

 

한덕현 교수는 “기저핵은 도파민이라 불리는 뇌의 연료를 공급하는 곳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지면 기저핵으로의 연결성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마약 역시 도파민을 대량으로 활성화하며 이는 성적인 자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결국 게임을 한다고 뇌에 특별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게임과몰입에 대한 뇌 연구를 진행할 경우 공존 질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 지역적 연결성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는 ADHD를 겪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덕현 교수는 “공존 질환을 배제하지 않을 경우 관측된 증상으로 실험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도출할 우려가 있다”라며 “공정한 연구 결과를 위해 공존질환을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패널 토의 참여한 게임업계 관계자들 “게임은 문화이자 소통의 코드”

 



 

마지막으로는 '게임을 묻다: 게임, 선인가, 악인가?'를 주제로 패널 토크가 진행되었다. 현장에서는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 소장과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 교장, 이동건 이동건게임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상도 소장은 대구에서 부모와 자녀들의 소통을 돕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소재로 게임을 선택했다. 여기에 직접 게임을 즐겨 보기로 결정하면서 '배틀그라운드'의 비공인 최고령 유저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3,700시간 가량 게임을 즐기고 전 세계 랭킹 173위를 기록할 정도로 '배틀그라운드'의 매력에 빠졌다. 이동건 소장 역시 게임 개발자로 출발해 지금은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학생들의 게임 과몰입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상도 소장은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로 '소통의 재미'를 꼽았다. 학생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게임을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는 것. 처음에는 그가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믿지 않았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1등을 달성하기도 하면서 결국 학생들도 이를 인정해주게 되었다. 김상도 소장은 “아이들과의 관계가 게임을 통해 달라졌다. 게임은 '소통의 코드'다”라고 말했다.

 



 

이동건 소장은 게임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교육 과정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소외 받을 수밖에 없지만, 게임에서는 누구나 다른 유저들을 이끌 수 있고 과정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그는 “게임은 술처럼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한다”라며 “술은 어른에게 배우라는 말처럼 게임 역시 어른들이 먼저 나서 건강한 이용 습관을 가르쳐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방승호 교장이 운영하는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는 '게임'을 소재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교육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게임에 대한 아이들의 열정을 중독이 아닌 몰입으로 보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것이 방승호 교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나친 몰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교육과 연계해 긍정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다”라며 “아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이 매번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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