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는 물론 음악과 서적까지... 핫(hot)한 수익 모델 '구독경제', 게임과도 어울릴까

'소유' 아닌 '경험' 중심의 '구독 경제', 합리적인 가격과 '소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안 필요

등록일 2019년05월16일 11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구독 경제'가 각광받는 가운데, 다른 상품 시장과는 달리 독특한 특징을 지닌 게임업계에도 '구독 경제'가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개별 상품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해당 상품을 '소유'하던 것과 달리, '구독 경제'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해당 상품을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다. 과거 신문을 구독하거나 우유를 받는 서비스 등의 기초적인 '구독 경제'에서 부터 최근에는 자동차를 대여하거나 매달 면도날이나 꽃, 의류 등을 배달해주는 등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는 거대 기업 '넷플릭스'를 필두로 일찍부터 '구독 경제'가 자리잡은 바 있다. 이전까지는 드라마 한편을 시청하더라도 영상 마다 다른 금액을 개별적으로 지불해야 했지만, 월 1만 원 정도의 저렴한 금액을 통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통해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음악 역시 스트리밍 기술이 발전하면서 매달 무제한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

 



 

이처럼 생활 전반에 걸쳐 '구독 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유독 게임업계에서는 그 움직임이 더디다. 게임업계에는 매달 9.99달러(한화 약 11,000원)을 지불하면 엑스박스의 독점 타이틀을 비롯해 다양한 게임들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가 유일하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월 구독 형태의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다른 문화 콘텐츠 시장에 비하면 '구독 경제'를 향한 출발이 늦은 편이다.

 

게임업계에서 '구독 경제'의 활성화가 느린 것은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문화콘텐츠와는 차별화되는 게임만의 특징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월 정액 수익 모델의 장점이지만, 이 못지 않게 게임업계에서 '구독 경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문제들도 많다.

 

결정에 대한 유저의 부담 줄어, 플랫폼 사업자도 정기적인 이익 추구 가능

 

가성비가 부족한 게임도 월 정액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
 

'구독 경제'의 핵심은 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상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을 무제한으로 이용하거나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 받거나 대여하는 등 '구독 경제'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상품을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엑스박스 게임 패스'의 경우 월 11,000원이라는 금액으로 최신 타이틀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들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는 차별화 요소를 지닌다.

 

선택과 결정에서 오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도 '구독 경제'의 매력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의 재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로,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지불한 금액에 비해 콘텐츠 분량이 적거나 플레이 타임이 짧을 경우에는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월 정액 형태로 게임을 무제한 이용하는 경우에는 체험에 별다른 비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여기에 플랫폼 측이 매달 신규 게임을 추가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게임을 찾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월 정액 수익 모델은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개별 게임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경우에는 매달 판매량을 견인할 수 있는 '인기 타이틀'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월 정액 형태로 게임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매달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된 만큼 매달 매력적인 신규 타이틀을 출시해야한다는 부담이 보다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 '구독 경제'지만, 게임업계에 월 정액 수익 모델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문제들도 존재한다.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는 것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일시적인 '경험'으로는 게임을 '소유'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제공하지 못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구독 경제'의 가장 큰 의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던 과거와 달리 적은 비용으로 이를 '경험'하는데 있다. 그렇기에 '구독 경제'를 통해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나 상품은 일시적인 것으로, 월 정액 금액을 납부하지 않거나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역시 월 정액 납부 기간 동안에는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 기간이 끝날 경우에는 게임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한번 소비하면 그 가치를 완전히 이용할 수 있는 면도날이나 우유 등의 소모품이나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구매한 것과 비슷한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차량이나 의류와 달리, 게임을 이용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은 연속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콘솔 패키지 게임을 예로 들면, 단순히 게임의 전체 스토리를 감상한 것만으로는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소위 '코어 유저층'이라 불리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제공하는 어려운 미션 등 도전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반복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미 한번 클리어한 게임이라도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플레이하기도 한다. 결국 일시적인 체험으로는 게임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만족감을 줄 수 없다. 결국 일시적인 체험으로는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는 것과 동일한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것.

 

게임을 수집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재미다
 

게이머들의 수집 욕구도 무시할 수 없다. PC 대표 게임 플랫폼 '스팀'의 경우,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즐길 목적으로 게임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수집의 목적으로도 금액을 지불한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가 자사의 차세대 게임기기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다운로드 콘텐츠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디스크를 여전히 발매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게이머들의 수집 욕구를 고려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엑스박스 게임 패스'는 월 구독 서비스와 함께 게임을 '소유'하길 원하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보다 효율적인 가격으로 엑스박스 내의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소유하고자하는 게임에 한해 할인된 가격을 지불하고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구매에 따른 '소유' 대신 '경험'에 집중하는 '구독 경제' 수익 모델이 게임업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춘 혜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은 어디일까

 

너무 저렴한 가격은 서비스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월 정액 수익모델을 도입할 경우 개발사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월 정액 가격이 낮아질수록 만족하지만, 개발사와 수익을 나눠야 하는 플랫폼 사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월 9.95달러(한화 약 11,000원)에 매일 영화를 무료로 한편씩 볼 수 있도록 한 '무비패스'는 서비스 초기 비용 감당을 하지 못하고 '구독 경제' 모델의 실패 사례로 남기도 했다.

 

반면, 월 정액의 가격이 게임 하나의 가격과 비슷해질 경우에는 시간 대비 효용의 문제가 생긴다. 게임 하나의 비용으로 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게이머들이 한달에 수많은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것.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평균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AAA급 타이틀 하나의 플레이 타임은 10시간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콘텐츠 분량이 증가하면서 플레이 타임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경험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는 미술품이나 꽃 등과 달리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것도 기존 서비스 및 상품과 차별화되는 게임만의 특징.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와 결제 항목을 추가하기 조심스럽다는 점도 '구독 경제' 수익 모델이 지닌 문제점이다. 최근 많은 개발사들이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출시하거나 게임 내에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을 통해 게임 판매 이외에도 수익을 마련하고 있지만, 월 정액으로 게임을 이용하게 될 경우 추가 결제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이 커지는 것. 기존에도 유료 판매 게임 내 과도한 추가 결제 유도 현상이 문제시되는 만큼, 게임업계에 '구독 경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흐름 '구독 경제', 게임업계도 변화 준비한다

 

2019년 가을 중 출시되는 '애플 아케이드'는 '구독 경제' 모델을 사용한다
 

이처럼 기존 상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게임만의 특징으로 인해 '구독 경제'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 각 분야에서 '구독 경제'가 퍼져나가는 만큼 게임업계에서도 '엑스박스 게임 패스' 이외의 다양한 월 정액 상품들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 경제'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주오라의 티엔 줘 CEO는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업 중 80% 이상이 정기 구독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애플이 앱스토어 내 유료 게임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2019년 가을 중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게임업계 '구독 경제' 도입이 가시화되는 상황. 게임을 '소유'하지 않고 '경험'만으로도 동일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이 많지만 과거 다운로드 패키지가 물리적인 CD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처럼 '경험' 중심의 게임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보다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독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굳게 문을 닫고 있던 게임업계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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