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가 사라진다... '게임인구' 감소세 뚜렷, 매출 성장에 가려진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

매출은 성장세, 게임 이용 인구는 하락세… 미래 산업 안정성 위험하다

등록일 2019년08월21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시장의 규모는 증가했지만 게임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게임산업의 저변이 축소되는 등 위기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게임시장의 매출액은 13조 1,4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 총 매출액은 2조 9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한콘진 측은 2019년 국내 게임시장의 총 매출액이 14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양적인 측면에서는 연일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게임시장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 증세가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최근까지 게임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5.7%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결과로, 2015년 74.5%가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불과 4년 사이에 8.8% 가량의 게임 인구가 줄어든 것.

 

이처럼 전체 매출액은 증가하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들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것이 현재 국내 게임시장의 현실이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시장의 매출액은 점차 증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 이는 결국 게임산업이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소수 이용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용자의 수가 더 줄어들거나 이용자 개인이 지출하는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임 이용자는 줄었지만 '헤비 과금러'와 1인당 이용 시간은 증가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실제로 전체 게임 이용자의 수는 줄어든 가운데, 게임 이용자들 사이의 결제 비용 격차는 더욱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 중 3만 원 이상을 결제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전년 대비 3% 가량 상승한 24.5%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6천 원 가량 감소한 21,003원을 기록해 이용자들이 소비하는 금액 사이의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달에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바일 게임에 소비하는 이른바 '헤비 과금러'의 수가 증가한 것.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사용한 총 지불액을 살펴보면 '헤비 과금러'가 더욱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이 2019년 확률형 아이템 총 지출액은 전년 대비 3만 원 이상 상승한 74,279원을 기록했다. 또한 1만 원 미만을 지불한 사람의 비율은 30% 가량 줄어든 반면, 10만 원 이상을 사용한 사람의 수는 16% 가량 증가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 내에서 1인이 소비하는 금액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등 게임 대체재 증가하지만 저변 확대에는 소홀한 게임사들

 



 

앞으로도 국내 게임 산업의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문화 콘텐츠 시장 내에서 게임이 가지는 경쟁력이 상당했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게임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 게임을 즐기는 대신, 인터넷 방송을 통해 게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소위 '보는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튜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게임의 강력한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앱 데이터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국내 유튜브 이용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한 388억 분을 기록했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유튜브 이용시간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101억 분을 기록한 반면, 게임 이용률에서는 50대 이상 중 6% 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확인되어 '유튜브'가 국내 게임산업을 크게 위협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모바일인덱스
 

이처럼 강력한 대체재의 등장으로 인해 게임산업의 저변이 축소되고 있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여전히 저변 확대 보다는 매출 늘리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전체적인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 보다는 높은 구매력을 지닌 소수의 유저들에게 집중해 매출을 올리는 쉬운 길을 택하고 있는 것.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구매력이 높은 3040 유저들이 대거 포진한 RPG 장르의 월 평균 이용자 수는 400만 명에 불과하지만 매출 점유율에서는 절반이 넘는 62.6%를 기록했다. 이에 많은 게임사들이 적은 이용자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MMORPG에 집중하면서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장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출처 - EBS 클립뱅크

 

게임사들이 수익 추구에 급급해하면서 기존에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단어인 '흑우'가 대표적인 사례. '흑우'는 '호구'를 변형한 단어로, 과도한 수익모델 및 확률형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국내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을 조롱하는 자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는 한 유저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낮추는 의도로 '흑우'라는 말을 사용한다”라며 “국산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호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복부비만' 국내 게임산업, 대책 마련 시급하다

 



 

결국 겉으로는 역대 최고 매출이라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내부에서는 이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이 국내 게임산업이 마주한 문제점이다. 3040 유저들이 높은 구매력을 통해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향후 게임산업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그동안 쌓아두었던 문제들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국산 게임의 과도한 수익모델에 지쳐 떠난 이용자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는 국내 게임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

 

그럼에도 게임사들이 역대 최고 매출이라는 성과에만 집중한 채 이러한 내부의 문제점들을 방치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별도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폭넓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유튜브'나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등이 게임의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하면서 향후 게임시장에서 이용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인 만큼, 눈에 보이는 매출 확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게임 사용자가 줄어드는 등 국내 게임산업이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음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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