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GAME OVER' 직전의 아케이드게임 시장, 회생 가능성은 없나

등록일 2019년11월05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온라인게임의 폭발적인 흥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게임산업은 모바일게임 시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며 글로벌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국내 문화 산업을 대표하는 효자 산업이지만 여전히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와 세간의 인식은 곱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인식과는 별개로 게임산업은 지난 2007년 약 5,100억 규모에서 10년만인 2017년 13조 1천억 규모로 20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은 수출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17년 현재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59억 2,300만 달러(한화 6 조 6,980억 원, 한국은행 2017년 연평균 매매기준율 1,130.84원 적용)로 문화콘텐츠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망라해 국내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국내 게임산업에서 외면받고 있는 게임플랫폼이 있다. 바로 10여년 전 '바다이야기'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아케이드게임 산업이다.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임 산업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죽어가는 게임산업이 된지 오래다.

 

과연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회생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봤다.

 

글로벌 3위 크기의 아케이드 게임 시장, 국내에서는 0.8%에 그처

 

국내게임 시장 규모와 전망(출처 : 2018 게임백서)
 

모바일게임 플랫폼의 대중화와 게임 트랜드의 변화, 소비자들의 게임 소비 패턴의 변화로 게임 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모바일게임, 콘솔 게임 시장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 시장이다. 

 

중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어뮤즈먼트 & 어트랙션 엑스포 (이미지 출처 : 공식 소개 영상 중 일부 캡처)
 

현재,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와 진흥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5월 무렵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의 아케이드 산업 전시회인 ‘아시아 어뮤즈먼트 & 어트랙션 엑스포(Asia Amusement & Attractions Expo)를 정부 주도하에 개최하는데 행사의 규모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의 규모를 몇 배나 앞서며 글로벌 아케이드 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전시회다.

 

출품되는 아케이드 게임의 종류와 규모만으로도 이미 웬만한 나라의 전체 제품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아케이드 게임이 공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VR과 접목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게임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적인 게임 산업 국가인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등에서도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케이드게임만 놓고 보면 최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VR게임 열풍에 힘입어 2015년 대비 약 3배 정도 상승, 1.5%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전자 게임장 운영업으로 분류되는 아케이드 게임장의 경우 같은 기간 0.2% 성장한 0.6%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해 사실상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물론 아케이드 게임업계에서도 죽어가는 산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았던 인형뽑기 프렌차이즈 사업도 1인 미디어와의 시너지로 큰 인기로 이어지는 듯 했지만 게임산업법에 명시된 경품규정과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 무인 영업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일부 불법 영업업자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치며 현재는 빠르게 사장되어 가고 있다.

 

특히,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외부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아케이드게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업계에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어 성장을 더욱 저해하고 있다.

 

어뮤즈먼트 협회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영업자와 심의 문제"
국내 아케이드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산업 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 아케이드게임의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가이드라인 및 업무 방식에 문제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불법아케이드게임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정책을 펼쳤지만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성장했어야 될 일반 아케이드게임 시장까지 사라졌다는 것.

 

특히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을 교묘하게 피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오히려 제대로 된 아케이드게임의 출시가 늦어지고 정상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열악해졌다고 말한다.

 

바다이야기 사태 전 세계 10대 아케이드게임 개발 강국으로 불리며 아케이드게임의 직접 개발 및 배급을 담당했던 한국 시장은 당시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던 중국과 10여년 만에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국내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케이드게임 개발사들은 사실상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지 오래다.

 

한국 어뮤즈먼트협회가 주장하는 현행 게임심의의 문제점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회생을 위한 업계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아케이드게임 전체이용가 등급분류 가이드라인 항목의 일부 및 전면 개정 ▲ 불법환전에 이용하는 부적합한 전체 이용가 경품 제한 ▲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 콘텐츠 제한의 일부 개정 및 제한 삭제 등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다. 

 


 

특히, 전체이용가 가이드라인의 경우 ‘나’ 항목에서 관점에 따라 해석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항목에는 ‘게임의 내용이 이용자의 조작보다 기기의 우연성에 의존하는 경우’를 등급거부 사유로 지정하고 있는데 내용이 매번 다르고 출현이나 보상이 불규칙하면서 얻어지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극도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에게 획일화된 조작을 강요함으로서 사실상 정상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없도록 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ㄴ.

 

업계는 자동사냥과 랜덤가챠, 무접속플레이 등 사실상 단순조작으로 레벨업이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PC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의 심의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으로써 정상적인 재미를 주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는 현재의 전체이용가 가이드라인에 맞춰 허가를 받은 거의 모든 게임이 허가 이후 불법 사행성 게임으로 개·변조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며 규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문제는 성인이 주 사용자가 되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분류 게임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사실상 예외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는 통상적인 이미지와 규칙을 사용해야 하는 고스톱, 포커류만을 허용하는 현재의 심의 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이미지와 다양한 규칙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관련 규정 개정에 정부가 귀기울여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 만들지 않겠다. 엄격한 심의기준은 반드시 필요"
한편, 국내 아케이드게임물의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아케이드게임의 심의에 있어서는 엄격한 판단기준을 가져야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케이드게임 심의에 투입되는 인원은 8명. 수 십, 수 천 개가 쌓이는 게임을 면밀히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사행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매우 엄격하고도 보수적인 심의 기준으로 아케이드 게임물을 심의하고 있다.

 

특히 게임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기술심의라는 별도의 심의 과정이 추가되면서 아케이드 게임물의 심의 기간은 45일로 다른 플랫폼 게임물의 심의기간인 15일의 약 3배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물론 심의기간에 대한 업계의 불만은 인지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주장하는 제작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의 상당수가 룰렛, 카지노를 모사하고 있거나 사행성 게임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게임들이고 실제로 이러한 게임들이 시중에 나와 불법 개변조가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만으로 시중에 풀리는 모든 게임에 대한 불법 개변조를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더 엄격한 잣대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지 제작자들의 창의력을 의도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폭언이나 협박을 듣는 공무원들의 업무 강도 및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일부 업자들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 민원인들도 정상적인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골칫덩이라고 말한ㄴ다. 실제로 게임포커스는 지난 2011년 게임물관리위원회(전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위원의 민원인 폭행, 고소 사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일부 업자들의 이러한 행태는 1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침체의 또 다른 이유로 한국형 콘텐츠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관계자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과거 'DDR'이나 '펌프' 등과 같은 핵심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 주목받고 있는 ‘VR’이 접목된 융복합 오락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발성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아케이드게임장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가족형 콘텐츠 개발을 통해 시민의 여가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지체되면 시장 명맥 끊긴다" VS "불법 게임 활성화 무시할 수 없어"

업계는 규제보다는 진흥을, 정부는 진흥보다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아케이드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와 정부의 시각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평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게임오버 직전의 상황이다(출처: pixabay)
 

현재 아케이드게임 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 아케이드게임 업계의 상생 협의체가 약 5년 째 운영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 채 사실상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케이드게임 시장의 발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점수보관이나 환전행위와 같은 사행성 요소 부분에서 서로 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 

 

한국 어뮤즈먼트협회 박성규 회장은 "젊고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한국 시장을 떠났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니 강도높은 규제로 제대로된 게임을 만들 수 없다. 담당 공무원이 정기적으로 바뀌는 정부 시스템으로 공무원들의 시장에 대한 전문성도 결여되있는 상황에서 바다이야기 사태만을 두려워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고사하고 시장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바다이야기 사태는 같은 산업에 몸을 담았던 일부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다. 다른 대다수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겨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사람들이다. 진흥까지는 아니더라도 규제를 완화해 한국 아케이드게임시장의 명맥이 완전히 끊기지 않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줘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개발 업계의)상황은 이해하지만 하나의 길을 만들면 그 길을 악용하는 수십개의 길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일부를 허용했다가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 그때는 아케이드게임은 물론 국내 게임 시장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은 이러한 불법 게임물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오히려 현재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더 강도 높은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질병코드, 게임 과몰입 등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는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살리기 위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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