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창세기전' 시리즈 리메이크작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클리어했다. 팬으로서는 만족했지만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웰메이드 게임이냐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게임이었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되는 지점도 많았고, 풀 더빙에 연출로 즐기는 스토리는 여전히 좋았다.
먼저 리뷰어는 '창세기전'의 팬이라는 것을 밝혀둬야할 것 같다. 조금 과장하자면 대사 하나하나를 모두 외울 정도이다. 그렇다고 원작이 엄청 훌륭한 게임이냐고 하면 그렇다기보다는 그저 리뷰어의 학창 시절이 소프트맥스의 흥망성쇠와 딱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체험판에 있는 실망 없는 실망을 다 하고 다시는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리메이크작을 플레이하게 됐다. 리뷰 내용은 '원작은 이랬는데 이번 작품은 이러하다'는 식으로 진행됐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게임 소개...가 必要韓紙?
'창세기전 2'(1996) 의 25주년 기념 리메이크작이다. 25주년이라기에는 조금 연도가 맞지 않지만 사소한 것은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하자.
더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지 않을까. 원작이 한국 게임사에서 너무나 유명해서 어지간하면 이름 정도는 다 들어봤을 것이고, 원작을 플레이해 보지 않았다면 이 리메이크작을 플레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원작과의 큰 차이점을 찾자면 두가지인데, 플랫폼이 닌텐도 스위치가 되었다는 점과 거의 모든 대사에 음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극히 일부 대사에 음성이 누락되어 있다)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한 소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게임
일단 말을 좀 고르자. 체험판이 너무 조악한 만듬새인 것이 결정적 요인이지만, 거기에 팬층의 연령대나 개발진의 인터뷰 등 여러가지가 버무려지면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 게임에 대한 불평이 거의 밈의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호평도 혹평도 모두 조심스럽다.
다만 리뷰어는 시리즈 팬이고, 나름 이 작품을 리스펙트했기 때문에 호평을 써내려 갈 예정이고, 그 호평이 게임을 추천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어휘를 조금 골라야 한다. 모두에게 추천할 게임, 추천작은 아니다.
팬이라는 정체성에서 한걸음 물러나서 게임을 보면... 아쉽게도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사실 불합격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모험모드가 게임을 늘어지게 만든다거나, 육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반쪽짜리 게임이 되었다거나 필살기 연출도 너무 아쉽다. 거기에 대규모 전쟁 연출은 어디로 가고 좁은 맵에서 아웅다웅하고 있는 등 여러 할 말이 있지만 간단하게 하자면 '그래픽이 안타깝고 전투가 재미없다'로 요약될 것이다. '그럼 왜 하는데'라는 질문이 나올 것 같다. 그러게... 왜 할까?
아, 크라켄은 솔직히 욕 좀 먹어도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이 부분은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옹호하고 싶어져
그런데 팬 입장에서 게임을 보면 조금은 옹호하고 싶어진다.
원작에서 한줄 텍스트로 생략된 부분들을 다수의 게임 시나리오로 구현해 줬고, 더빙이 추가됐다.(더빙 퀄리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장르를 SRPG가 아닌 비쥬얼노벨이라고 규정하고 보면 설득력이 크게 올라간다. 대사 자동 넘기기와 자동 전투 기능(+easy 난이도)와 함께라면 더더욱.
애초에 원작 자체가 추억 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 25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는 그냥 스토리를 줄줄 '읽어주기'만 해도 만족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싶기도 하다.
게임을 처음 시작, 아니 체험판을 플레이한 시점에서는 어떻게 하면 점잖게 욕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자동 전투로 초반을 넘어서서 라시드와 빙룡아저씨(...)를 만나는 시점 정도부터 마음이 바뀌었다.
25년이 지나도 재미있네? 아니 이 대사를 그대로 썼다고? 이 시점에서 저쪽을 조명해 준다고? '패배하는' 전투를 이렇게 잘 표현해 놨다고?...
원작을 나름 열심히 잘 옮겨서 스위치 게임으로 만들어준 개발진을 리스펙트해 버렸기 때문에 리뷰어는 할말이 없어졌다. 여러가지 이유로 원작을 지금의 윈도우 환경에서 플레이하기는 굉장히 어려운데(CD-ROM의 드라이버 순서 문제를 해결해도 넘을 산이 한참이다) 접근하기 쉬운 스위치에서 원작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이미 충분히 감동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총평, 팬으로서 만족했지만 추천하기에는 부족한 지점에 있는 게임
점수를 매기자면 70점을 줘야할 것 같다. 다른 게임의 점수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딱 70점짜리 게임이다. 잘 만들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예 망쳤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점수. 대놓고 욕하기에는 미묘하지만 잘 만들었냐고 하면 절대 아닌...
그렇다고 74점, 77점같이 뭔가 옹호할 여지를 주는 점수를 주기에도, 63점, 67점 같이 망했다는 신호를 주기에도 미묘한 그 정도. 딱 70점이다.
원작의 그 대규모 전쟁 스테이지나 말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머매니안 해전(...) 같은 재미를 기대했거나, 난장판이 되어버린 세계관과 설정을 싹 재정립해서 이후 쭉 이어질 시리즈의 주춧돌이 될 작품을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그 기대는 접어두도록 하자.
다만 추억 속 원작 자체가 그리웠다면, 그 이야기와 함께 다시 안타리아에 가 보고 싶었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해주고 싶다.
그래픽이나 육성같이 척 봐도 당연한 부분을 제외하고 리뷰어가 생각하는 아쉬운 부분은, 게임을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자면 -물론 마검소환이 터닝포인트다- 전반은 넘치는 의지와 정립되지 못한 개발 방향이 싸운 결과로 육성, 모험모드, 장비 등 모두 엇박자로 터지는 와중에 게임의 흡입력은 유지했는데 후반은 모자란 시간과 (개인적으로는 전반과는 담당자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른 해석을 가진 사람이 모자란 일정을 맞추기 위해 등판하여 어떻게든 출시는 한 느낌이다.
물론 날림이라기보단 겉잡을 수 없이 커진 3편 전후의 설정을 수습하지 못했다에 가깝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다가 다 놓친 결과가 되었다고 본다. 후속작을 생각하지 않고 창세기전 1, 2에 집중해서 깔끔하게 만들어 주기를 -어차피 기약없는 미래의 일이니- 바랐던 리뷰어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편하게 말하자면 나름 만족스러운 리메이크다. 수십시간 플레이하는데 스토리 텐션도 잘 유지되고 마장기는 안타까울 정도로 잘 만들었다.
아마 차기작이 나오지 못할 것 같지만 소위 '원리주의자'들은 창세기전 2에서 시리즈가 완결되었다고 보니까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추억 속 흑백사진을 복원해서 컬러 앨범으로 만들었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르는 비주얼노벨이 맞는 것 같다. 비주얼노벨에 양념으로 전투가 들어간 20년쯤 전 유행하던 스타일로 현대에 만든 게임...
원작이 정말 해전, 집단전, 공중전, 게릴라전을 망라한 말도 안되는 시도와 볼륨의 게임인데 그것을 리메이크한다는 결정 자체가 독이 든 성배 그 자체임에도 고군분투해서 나름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나머지야 어찌되었든 일단 개발사에 힘내라고 한마디 해 주고 싶다. 그런데 전직은 왜 없앴어요? 말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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