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초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어 게이머들에게 한정된 시간에 어느 게임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수작이 우리 곁에 온다.
스퀘어에닉스 간판 시리즈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신작으로, 시리즈 팬들과 RPG 마니아들이 가장 기다려온 타이틀이기도 한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FINAL FANTASY VII REBIRTH)가 그 주인공.
스퀘어에닉스와 국내 퍼블리셔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협력으로 사전에 플레이할 기회를 얻어 출시 전 풀 버전의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를 플레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출시 한참 전 프리 플레이를 지원하고 리뷰 엠바고를 출시 1주일 전으로 설정한 것에서 스퀘어에닉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데, 직접 플레이해 본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그런 자신감이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수작이었다.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많은 게이머들이 스토리 변경점 등을 궁금해하겠지만, 그 부분은 직접 플레이하며 확인할 수 있도록 언급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스토리만 빠르게 확인하고 싶겠지만...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묘사된, 너무나 유명한 세계관에서 친숙한 캐릭터들로 화려하고 손맛이 있는 전투를 즐기며 스토리를 감상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이다.
이 게임을 즐길 게이머는 크게 두 부류, 과거 '파이널판타지7'을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게이머와 그렇지 않은 게이머로 나뉠 것이다.
전자라면 오리지널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단적으로 대체 에어리스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스토리를 확인하고 싶은 유저가 대부분일 것 같다.
서둘러 진행해 확인하고 싶을 텐데, 문제(?)는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가 상당히 큰 맵과 볼륨을 담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당장 프롤로그를 진행하고 그래스랜드로 나오면 '파이널판타지10'의 후반부를 연상시키는 탁 트인 공간에 던져지게 되는데, 이게 다가 아니다.
주논도, 그 다음 지역도 넓은 맵을 제공하며 거기서 해야하는, 초코보를 얻고 서브퀘스트를 진행하고 소환수를 얻고 마테리얼을 얻고, 미니게임을 즐기고 하는 '즐길거리'가 잔뜩 제공된다. 그런 즐길거리를 모두 무시하고 스토리만 클리어하려고 해도 가장 궁금한 '그 대목'을 확인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전투 난이도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필드 전투를 건너뛰고 진행한다면 챕터 마지막에 앞을 막아서는 보스전에서 크게 고전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노멀 난이도만 해도 다 건너뛰고 저레벨로 도전해 클리어하는 것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1레벨 팬티 상태로 보스전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결국 스토리만 빠르게 보려면 이지 난이도로 스토리 퀘스트만 수행해야 하는데 그래도 10여시간은 걸리게 된다. 조금 늦게 확인하게 되더라도 서브 퀘스트와 전투를 즐기며 충분한 성장, 파밍을 하며 진행하길 권하고 싶다.
더 재미있어진 전투, 바레트와 레드도 무시하지 말자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의 전투는 마테리얼을 얻고 소환수를 늘리며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지역마다 등장하는 대형 몬스터와의 대결이나 지역 특이종 토벌도 재미있고 보스전도 매우 재미있었다.
처음 시작하면 클라우드에 더해 티파, 에어리스, 바레트, 레드가 동료로 나와 그 중 클라우드+2로, 3인 파티로 전투를 치루게 된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캐릭터들도 화면에서 사라지진 않고 주변에서 뭔가 하고있다. 설정상으로는 조작이 되지 않을 뿐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가끔 전투범위 밖에서 지원사격을 해 주는 등 정말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무튼 기자도 그렇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당연히(?) 클라우드와 티파, 에어리스 3인 파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개발진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는지 플레이 도중 바레트와 레드 2인 파티로 진행하는 구간을 길게 넣어두는 등 '아무리 그래도 좀 써봐라'라고 하고 있다.
사실 바레트와 레드의 전투 성능은 꽤 좋은 편이고 노멀 난이도 이상에서 한번도 다루지 않고 진행했다면 2인 조작 구간에서 꽤 애를 먹을 수 있으니 튜토리얼 전투라도 미리 해 두고, 스킬과 마테리얼, 장비 정도는 신경써 주기 바란다.
갈수록 동료는 늘어나고,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도 있으니 다양한 캐릭터를 조작해 보며 각각의 구성에서 어떻게 전투를 이끌어 나가야하는지를 파악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적었지만 사실 기자도 티파를 파티에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뺀 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티파파라 에어리스는 늘 파티에 넣고 플레이하진 않았지만...
캐릭터 매력 더 살린 연출과 열연
오랫동안 에어리스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골수 티파파인 기자도 이번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를 플레이하며 에어리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클라우드놈아 티파에게 잘해라 싶은 생각은 여전하지만 에어리스도 매우 좋아하게 됐다.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시간과 공을 들여 캐릭터의 매력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플레이하다 보니 바레트조차 친군한 동네 형처럼 느껴지게 됐다.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의 기본적인 구성은 도시에서 카드게임을 즐기고 서브 퀘스트를 수주한 뒤 넓은 필드에서 서브 퀘스트 수행, 초코보 획득(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서식하는 초코보를 따로 획득해야 그 지역에서 초코보를 탈 수 있다), 토벌 등을 진행한 뒤 지역과 지역 사이를 잇는 회랑을 이동해 다음 도시로 가는 식으로 되어 있다.
도시에 도착하면 동료들과 개별 행동을 하게되어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어떤 대화에서는 선택지가 주어지고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선택지를 골라야 호감도가 올라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사X라대전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인데, 동료들과 관련이 있는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대화를 통해(+전투 중 합체기 사용) 호감도가 올라가니 서브 퀘스트도 꼼꼼하게 진행하고 대화도 잘 해야 제대로 된 대사, 캐릭터 간의 관계도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화 전 세이브를 해 두면 되지만, 사실 대화 선택지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게이머들을 당황스럽게 만들던 사X라대전 정도는 아니고, 레드는 '너 좀 짱이야!'라고 칭찬하는 방향으로, 티파는 그저 미안하고 잘하겠다는 쪽으로, 에어리스에게는 '누나 말 잘 듣고 티파에게 잘할게요' 하는 식으로(??) 뻔한 답변을 하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성우들의 열연도 몰입감을 높이고 게임에 재미를 더하는데, 특히 에어리스 역으로 출연한 사카모토 마아야의 열연이 대단했다. 썸타는 동생들 놀리면서도 이어주려고 하는 동네 예쁜 허당 누나 에어리스의 연기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특히 초반 스토리 전개 상 비교적 대사가 적은 티파에 비해 에어리스는 약방의 감초처럼 메인, 서브 퀘스트 가리지 않고 등장해 유저들을 웃겨주니 대사를 넘기지 말고 찬찬히 들으며 진행해보길 권한다.
다양한 미니게임, 그리고 힘줘 만든 카드게임
개발진이 미니게임을 잔뜩 넣어뒀다고 한 것이 빈말이 아니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미니게임이 잔뜩 들어있는데, 초코보 레이스나 초코보 포획을 위한 잠입게임 같이 필드에서 진행되는 것 뿐만 아니라 카드 덱을 짜서 강자들과 겨루는 공들인 카드게임에 실시간으로 부대를 배치해서 적진을 파괴하는 전략(?)게임까지 정말 다양한 미니게임을 넣어뒀다.
미니게임들이 맥락없이 덩그러니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브 퀘스트로 녹여져 있고, 플레이하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여러 미니게임 중에서도 카드게임은 특히 공들인 느낌이 나는데, 각 마을의 강자들을 이겨내며 레어 카드를 수집하는 것이 꽤 재미있다.
세개의 라인에 카드를 배치해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심플한 룰이지만 덱을 어떤 카드로 채울지, 상대방의 특수 카드는 무엇인지도 신경써야 하고 운도 조금 따라야 해서 긴장감 넘치는 대전을 펼칠 수 있었다. 물론 하다 막히면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아직 트로피 전체 목록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드를 모두 모으라는 조건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니게임은 어느 정도 그래스랜드에서 '이러이러한 것이 있다'고 제시되고 그 다음에는 보다 복잡해지고 어려운 구성의 미니게임으로 진화해나가는 식이지만, 진행하며 새롭게 추가되는 것들도 있으니 또 하나의 즐길거리로 플레이하며 어떤 미니게임을 만나게 될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친절한 게임, 문턱도 못넘던 클라우드가 파쿠르까지...
스토리 진행, 기믹 해결 등이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를 갈 수 있을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전작에서 작은 장애물도 못 넘던 클라우드가 이제는 높은 벽을 뛰어오르고 뛰어내리는데다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등(정해진 곳만 가능하지만) 파쿠르까지 하게 됐다.
진행하며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혼란스러운 경우가 몇 차례 있었지만, 대개는 주변을 살펴보면 '여기로 가라'는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넓은 맵과 거의 일직선으로 이뤄진 맵이 번갈아 나오는데, 길을 몰라 헤맬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작은 지역에도 패스트 트래블이 가능하다는 점도 플레이를 쾌적하게 만들어 줬다. 초코보 정류장을 복구해 정류장에만 패스트 트래블이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작은 마을이나 집, 목장 등에 대부분 패스트 트래블이 가능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좋은데... 좀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맵이 꽤 넓어서 패스트 트래블 지점이 촘촘하지 않았다면 한 지역을 클리어하는데만 1~20시간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패스트 트래블 지점이 촘촘하게 배치된 덕에 서브 퀘스트를 다 하고 대사를 스킵하지 않고 다 듣는 스타일로 플레이해 10시간 이내에 한 지역 클리어가 가능했다.
기자는 어디까지나 전투 난이도 노멀에 주요 토벌 몬스터는 레벨을 맞춰 도전한 것으로, 난이도를 높이거나 토벌에 바로 나선다면 소요되는 시간이 꽤 달라지게 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지역마다 그 지역에 서식하는 초코보를 포획해 타고다녀야 하는데, 이 부분도 스토리에 어느 정도 녹여냈다. 늪지대를 건너기 위해 늪지대에 익숙한 초코보를 포획해 탔지만 주논에 이동하는 길에 몬스터 때문에 헤어지게 되고, 주논에서는 절벽을 오를 수 있는 발톱이 강한 지역 초코보를 포획하는 식이다.
여러 모로 편의성, 스토리 전개, 연출에서 전작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내놓은 느낌이다.
총평, 기본 90점에 +@가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게임
원작을 즐겼거나 리메이크를 만족스럽게 플레이했다면 두말할 것 없는 강력 추천작이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파이널판타지7'에 입문하려는 게이머라도 전작 다이제스트를 잘 넣어뒀으니 살펴보고 플레이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클라우드, 티파, 에어리스는 게임을 하며 한번쯤 들어봤을 텐데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드라마를 가졌기에 오랫동안 사랑받고 기억되었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서두에 언급했듯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인데, 각 요소 하나하나가 다 완성도가 높은, 고급 백화점이나 제과점의 선물세트였다고 평하면 될 것 같다.
기본 점수로 90점은 줘야할 것 같고, 여기에 기자는 전투가 꽤 마음에 들었고 캐릭터 묘사에도 만족해 5점은 더 줘도 될 것 같아 95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티파가 여전히 좋았고, '털털한 동네 이쁜 누나' 에어리스도 사랑하게 됐다. 무시했던 바레트도 전작과 달리 멋진 모습도, 동네 착한 형다운 모습도 보여준다. 그 외에 만나게 되는 동료들도 모두 매력적이었다.
결론은 믿고 구입해 플레이해도 되는 게임으로 스퀘어에닉스 개발진이 잘 완성해냈다는 것이다. 원작을 해 봤다면 오히려 놀랄만한 부분도 많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미리 휴가를 내 두고 스토리 전개와 결말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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