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2' 진승호 PD "실망스럽지 않은 게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록일 2014년11월02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 아래 인터뷰 내용 중에는 '회색도시 for Kakao', '회색도시2'의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 해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아직 플레이하지 않았으며 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분들은 먼저 게임을 플레이 한 뒤에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네시삼십삼분의 스마트 드라마 '회색도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회색도시2'가 지난 10월 10일 출시됐다. 전편의 과거 이야기를 담아 한 층 더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고 1년 만에 돌아 온 회색도시2.

게임포커스는 회색도시 시리즈를 개발하고, 혹자에게는 검은방 시리즈의 '수일배'로 알려진 진승호 프로듀서(진승호 PD)를 만나 '더 진해진' 회색도시2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의 사심이 가득 담겨 인터뷰를 빙자한 팬 미팅에 가까웠을 정도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모조리 해소하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했던 인터뷰. 검은방에 이어 회색도시 시리즈까지 약 7년 가까이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어온 진승호 PD와 회색도시의 설정 비화, 앞으로의 전개부터 한국 어드벤처 게임 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한 생각까지 솔직한 대화를 나눠봤다.


게임포커스: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린다
진승호PD: 네시삼십삼분의 알테어팀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진승호 PD다. 이번에 회색도시2로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여섯 번째 어드벤처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다.

게임포커스: 게임 출시 후 초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진승호PD: 시리즈를 사랑해 주는 유저들이 따라와주고 있지만 일단 모델이 바뀌기도 했고, 시즌 패스라는 개념도 생소하고 가격 구조가 달라졌으니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 6부까지 나와봐야 알겠다.

게임포커스: 특히 유저들에게 'VIP 패키지'라는 개념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진승호PD: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선 결제 방식 자체가 생소하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IP 패키지를 결제해 준 유저들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믿고 구매해 준 유저들은 개발팀 입장에서는 굉장한 은인이다. 당장은 메인 스토리만을 진행하게 되겠지만 향후 이에 대한 별도의 보답을 드리고 싶다.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특별한 것을 준비하려고 한다.


게임포커스: 아직 2부까지 밖에 없어 미완성 상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승호PD: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무조건 속도전으로 가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어드벤처 게임이 제작 기간은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데 출시되면 그 자체로 끝난다. 일단 제작기간을 줄이도록 요청 받았는데 기간이 짧아졌다 해서 허술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즌 패스 모델을 참고한 에피소드 연재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텔테일 게임스의 '워킹데드' 시리즈나 '울프어몽어스'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들을 보고 미완성이라고 그러지는 않는데... 그 게임들은 2개월씩 간격을 두고 내길래 난 괜찮을 줄 알았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1, 2부를 보면 알겠지만 그만한 퀄리티와 리소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게임포커스: 현재 어디까지 작업이 완료되었는가?
진승호PD:
세부 시나리오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 짜여있고, 스테이지 구성이나 그 사이에 어떤 사건이 생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완성되지 않았다. 현재 4부를 개발 중이다.

게임포커스: 유저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아 이후 전개가 바뀔 수도 있을까?
진승호PD: 아주 반영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줏대 없이 따라간다는 소리는 아니다. 특별히 전개를 뒤엎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게임포커스: 회색도시2의 2부 이후의 전개에 대해 귀띔해 줄 수 있을까?
진승호PD: 1편에서 과거 시점을 다루는 3부 1편인 '아버지들' 에피소드가 2편의 4, 5부에서 새롭게 나온다. 6부에서는 아버지들 훨씬 이후의 시점을 다루게 되고, 끝나면서 1편과 연결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5부에서 1편의 에피소드와 시간대가 겹쳐지겠다.

게임포커스: 이번 회색도시2의 테마는 무엇인가?
진승호PD: 게임 맨 처음 나오는 문구인 '누구든 타인을 피 흘리게 한 자는 타인에 의해 그의 피를 흘리게 되리라'가 슬로건으로 마지막까지 극을 이끌고 갈 것이다. 한편 테마는 '망연자실'이다. 죄 지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결말이 나올 수가 없다. 죄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지... 극 중 인물이다 보니 각자 사연이 있고 다뤄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용서는 안 된다.


게임포커스: 회색도시2는 회색도시1의 과거 시점을 다루고 있는데도 '2'라는 넘버링을 붙였다. 다른 부제를 달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2편이라고 칭한 이유가 궁금하다
진승호PD: 일단은 부제를 달지 않는 쪽이 취향이다. 예전에 영웅서기 제로 때는 부제를 다는 것이 시리즈의 전통이어서 부제를 붙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부제를 달면 그 단어로 인해 내용이 한정되거나 혹은 부제가 너무 자세하거나 애매해 보일 위험이 있다. 영화 중에서도 '대부', '무간도' 같은 경우는 전편의 앞 이야기를 다루는데도 2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건 조금 의도한 부분인데, 회색도시2라고 해서 다음 얘기인줄 알고 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 익숙한 전작의 캐릭터들이 아닌 처음 보는 캐릭터가 나오고, 사건이 진행되면서 이게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끔 말이다.

게임포커스: 전편보다 난이도가 한층 올라갔다. 의도한 것인가?
진승호PD:
2편이 되었으니 좀 더 심화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기획 초기에 했었다. '전달'하거나 '조합'하는 행동들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서 더 깊이를 주었고, 신경 쓰게 만드는 부분이 늘어났다. 임기응변에서도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체감상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느껴지게 한 부분 같다.


게임포커스: 1편과 2편의 달라진 점이라고 해야 할까, 2편에 와서 새롭게 시도한 요소가 있나?
진승호PD:
1편을 제작할 때는 넣으려고 했던 콘텐츠가 너무 많았다. 예전 게임 시리즈에서 어떻게 빠져 나와야 하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했는지 혼란스러웠다. 또 회색도시는 일본 모바일 연애 시뮬레이션에서처럼 필름 시스템으로 플레이 타임을 조절했는데 또 카카오 플랫폼에 맞춰 소모성이나 랜덤 획득 여부를 넣기도 해야 해서 어떻게 구현하면 좋은지 등 고민이 너무 많았다.

옛날 피처폰 시절에는 모바일 게임이 비싸 봤자 3천 원이었다. 이 중에서 재밌는 걸 골라서 하면 되는데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거의 전쟁터다. 사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당시 카카오 플랫폼은 애니팡이라든지 캐주얼 게임으로 덩치가 커지고 있던 시점이었고 그런 곳에서 이런 게임도 있다며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대중이냐 마니아냐’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회색도시 1편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부분이 많았다.

다행히 1편의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보였고 여러 고민들이 정리가 된 상태에서 회색도시2에 임할 수 있었다.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으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다

게임포커스: 회색도시2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스템은 무엇인가?
진승호PD:
임기응변 시스템이다. 전작에서는 '특기' 시스템을 각 캐릭터에게 부여했는데 깊이가 별로 없는 시스템이었다. 별로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방법과 정답이 보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그 시스템을 택하지 않기로 하고 게다가 시간도 촉박하다 보니 다 통폐합해서 하나로 가져가되, 다양한 양상을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니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넣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속마음과는 별개로 당장 닥친 상황을 해결하려고 쩔쩔매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재밌었다. 사실 사는 게 다 임기응변이지 않은가.

압박 면접계의 떠오르는 스타 '성식이형'

게임포커스: 이후 임기응변 시스템이 정은창이 아닌 캐릭터에게 적용될 예정은 없는가?
진승호PD:
1편의 특기 시스템과 달리, 이번 임기응변은 시스템은 고정되어 있고 주어진 상황만 변하는 식이다. 3부에서는 다른 캐릭터에게도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이 나올 예정이다.

게임포커스: 1편의 특기 시스템은 특정 캐릭터의 정체성처럼 여겨져서 행동이 고정되었던 것에 비해, 임기응변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진승호PD:
1편에서 특정 상황을 억지로 만드느라 어려웠는데 차라리 그런 부분을 전부 빼고 하나로 합치니 훨씬 나은 것 같다.

게임포커스: 2편에서 서술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뀐 것이 눈에 띈다. 특히 한 장소에서 여러 인물들이 맞닥뜨렸을 때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혹시 앞으로도 이런 장면이 자주 나오는지 궁금하다
진승호PD:
그런 장면은 마치 책상 밑의 폭탄처럼 재미있다. 이런 상황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나오지만 글쎄, 20명이 운동회라도 하지 않는 한 한꺼번에 나올 일은 없겠다. 그보다는 동시간에 무얼 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전개가 이어지고 가끔 가다가 크게 중요한 시점에서 지만 서로 다른 집단이 충돌하는 경우에 나올 듯하다.

게임포커스: 전작이 밀실 탈출 어드벤처에 집중하다 보니 군상극이라는 요소는 조금 부족했는데, 한편으로 진승호 PD는 한국의 ‘이시이 지로’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는가?
진승호PD: '
428', '마치'를 보며 감탄했다.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감히 비교할 급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유저들이 SNS에 던지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곤 한다.

이시이 지로 프로듀서의 '428-봉쇄된 시부야에서' (춘 소프트)

게임포커스: 진승호 PD가 생각하는 군상극의 필수 요소는?
진승호PD:
공통적으로 각자 목적을 가진 여러 사람이 등장하고, 진짜 목적을 숨긴 채 연합 혹은 대립을 하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져야 하는 것. 또 간절히 원하는 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본래의 목적이 변질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죄를 지은 놈들은 반드시 죽거나 고통을 받아야 한다. 각자 사연은 있지만 말이다.


게임포커스: 진승호 PD의 작품 속 이야기나 사건의 동기가 대부분 '복수'라서 한계가 보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승호PD:
보통 작품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다고 하지 않나, 나는 복수극이 항상 재밌다.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라는 '올드보이'에서의 대사도 있다. 복수심은 가장 강한 동기가 되기 마련이며 다루기 쉬운 소재기도 하고, 이야기로 강력하게 이끌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 좋다. 개인적인 취향은 칙칙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칙칙해지고 있다. 2편은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 좀 덜하겠지만 말이다.

게임포커스: 2편 시점이 1편에서 약 10년 전 정도 같은데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경남지부 소탕 사건이 1990년대라고 나와있다. 2편의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
진승호PD:
픽션이므로 일부러 시대를 특정하고 있지 않지만 묘사하려던 시대상이나 배경 느낌은 1편이 2000년대, 2편은 90년대 정도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이 얼추 그 즈음이지 않은가.

공중전화를 언급한다든지 서울역이 신역사가 아니라든지, DNA 정보 해독이 신속하지 않은 점이라든지 여러 요소에 시대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게임포커스: 작중에 휴대폰에 관한 묘사가 나오는데, 그렇다면 카폰이어야 시기가 맞지 않을까?
진승호PD:
그 부분은 권현석 경감이 연락을 받고 급히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삐삐로 했어야 했나 보다. 2편은 시대 배경상, 1편과 달리 연락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게 큰 차이다. 하지만 사실 휴대폰이 없는 편이 훨씬 내용 전개하기 쉽다. 휴대폰이 있다면 밀실에 있어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니 말이다.

게임포커스: 2편에서 직접 움직이는 캐릭터는 권현석인 한편 박근태에게 무게가 실려 있다
진승호PD:
아무래도 '박근태 라이즈'에 가까운 부분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비중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과거 이야기를 하며 빠질 수 없으니 계속 묘사가 이뤄질 테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박근태에 대한 묘사가...

1편 사건의 근본적인 발단은 이 저택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포커스: 그러고 보니 박근태는 왜 경찰이 되었는가?
진승호PD:
전편에서도 설명이 없었는데 일단 조폭에게 가족들이 당해서 경찰이 되었다는 식의 설정을 갖고 있다. 전편에서는 전혀 없었던 설정이라서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박근태는 원래 멀쩡한 사람이었는데 점점 맛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3부에서 박근태는 본격적으로 '선'을 넘고 문을 열어서 점차 계단을 밟아 내려가게 될 것이다.

게임포커스: 도세훈 형사는 출시 직전 캐릭터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모 게임의 캐릭터와 닮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때문에 다들 이 캐릭터가 흑막이 아닌가 추측하곤 했는데 2부 마지막에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진승호PD:
소완국과 도세훈은 일종의 서프라이즈가 있길 바라서 낚시성으로 심어둔 캐릭터였다. 그럭저럭 무언가 역할을 맡을 것 같은 느낌인데, 사실은 전혀 아닌 캐릭터들이다. 성우도 일부러 이를 고려해서 캐스팅했기에 유저들의 기대를 바로 뒤엎는 데 일조했다.

앞서 말했지만 1부 초반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알고 보니 옛날 얘기더라'라고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출시 전 구설수에 올랐던 두 인물, 이렇게 빨리 퇴장할 줄은 몰랐다.

게임포커스: 2부에서 권혜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애매했던 부녀 간의 나이 차이가 확실해졌다. 왜 이런 설정이 생겼는가?
진승호PD:
애초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설정집에서 나이가 나타나는 바람에 비롯된 설정 오류였고 이번에 권현석을 미혼부로 만들며 바로잡게 되었다. 초기 기획 당시 권현석은 권혜연의 아버지가 아닌 전혀 다른 캐릭터였기에 나이가 안 맞았던 것은 초기 설정에서 비롯된 잔재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사고친 캐릭터가 되며 이후 복선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 처음부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갈무리 하다 보니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게임포커스: 권혜연 이름이 나와서 다른 주인공들(하태성, 양시백)도 언급이 될 지 기대하게 되었다
진승호PD:
아마 언급 이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캐릭터에 따라서 정말 얼굴만 비추는 캐릭터도 있겠지만 말이다.

게임포커스: 양태수가 양시백과 너무 닮았는데, 기자가 생각하는 관계가 맞을까?
진승호PD:
딱 봐도 보이지 않나. 대단한 비밀도 아니다(웃음).

게임포커스: 저렇게 번듯한 직장을 가진 아버지가 있는데 양시백은 왜 그런 과거를 가지게 되었나?
진승호PD:
그에 대한 설정들이 2편 뒷이야기에서 풀린다. 5부에서 1편의 3부 '아버지들' 이야기가 지나가고, 왜 1편 초기 구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마지막에 나오게 된다. 이런 관계성을 고려해서 만드는 게 바로 재미인 것 같다.

게임포커스: 1편에서 캐릭터성이 달라진 인물도 있다. 특히 서재호가 많이 덤벙대는 캐릭터가 되었다
진승호PD:
서재호 같은 경우는 무척 움직이기 쉬운 캐릭터 중 하나다. 작품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캐릭터들이 다들 너무 진지해지는데 비해 서재호는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캐릭터다. 전작인 검은방 시리즈의 하무열이 그런 역할이었다.

지금 2편의 1부 시점이 1편의 '아버지들' 에피소드보다 훨씬 이전이기 때문에 2편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서재호의 분위기도 점차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포커스: 1편보다 더 이후의 시점을 그릴 계획은 없는지 알고 싶다
진승호PD: 3편이 나온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모르겠다.

게임포커스:처음부터 회색도시를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었나?
진승호PD:
스토리 기반의 게임은 시퀄을 만들기가 용이하다. 어느 정도 시스템을 정립해두면 그 룰을 후편에 가져가며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1편을 만들고 바로 2편을 제작할 계획이었냐고 한다면, 언제나 ‘오늘만 산다’라는 모토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제작할 당시에 다음 편을 생각하며 만들지는 않았다. 3편이 나올지는 스스로도 궁금하다.

게임포커스: 1편과 2편이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되었다. 1편의 업데이트는 이제 없는 것인가?
진승호PD:
2편으로 인해 1편에 달라지는 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 분명 2편의 마지막이 1편과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반영할까 고민은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여력이 없어 고려만 할 뿐이다. 현재 팀 전체가 10명인데 회색도시 1편과 2편 작업에 전부 매달리고 있다.

게임포커스: 일본에 진출할 때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PS VITA나 닌텐도 3DS 플랫폼으로 출시할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진승호PD: 생각은 얼마든지 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오늘만 살다 보니 쉽지 않다. 이식 제안이라도 온다면 얼마든지 응할 의향은 있다.

게임포커스: 회색도시2의 연재 시스템이나 가격에 대한 불평이 많다
진승호PD:
회색도시2의 과금 모델 자체도 생소한 면이 있지만 이를 쭈욱 잘 끌고 나간다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1편이 출시되었을 때 필름 시스템에 대한 비난이 굉장했던 것을 생각하면...(웃음) 이후에는 이 필름 시스템이 게임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월간 연재방식이 언젠가 수용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게임포커스: 한국에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한국 어드벤처 게임 시장이 나아질까?
진승호PD: 글쎄, 내가 괜찮을까(웃음). 짧다고 하면 짧겠지만 8년 정도 이 분야에 계속 있었는데,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다. 이 시장은 꾸준히 아무 것도 없었다. 다들 열심히 만들고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지조차 의심되고 고민된다. 메이저 게임사에는 어드벤처 게임 팀조차 없다.

이 정도를 들인 규모의 어드벤처 게임이 시장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을 해서 만든 것이 '회색극장'이라는 콘텐츠다. 게임은 끝나도 이야기는 계속 되니까 말이다. 오피셜 리소스를 활용해서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수명이 좀 더 오래가지 않을까, 적어도 3편이 나오기 전까지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어드벤처 게임 분야는 경쟁자가 없다. 동반자도 없어서 죽으면 다 죽는 거고 살면 다 사는 거고. 예를 들면 어떤 특정 게임을 했다고 해서 다른 게임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워낙 할 게임이 없으니까.

피처폰 시절 컴투스가 '이노티아 연대기'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가격을 4천 원으로 올렸다. 그 때 가격에 대한 유저들의 반발이 매우 심했는데 그 이후 모바일 게임 가격이 전부 4천 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우리도 5만 원 이상으로 가격을 높이 잡았으니 다른 게임들이 만 원 정도로 출시되어도 유저들이 '그래도 회색도시보다는 낫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크게 판을 벌이면 뒤를 쫓아올 다른 사람들이 살 만한 환경이 점차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없는 시장을 만들어야 하니 참 어렵다. 10년 전과 달라지지 않는 4, 5천 원이라는 소위 '양심적인 가격'을 갖고서는 게임을 유지할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게임포커스: 유저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진승호PD :
1년 정도 준비해서 회색도시2가 세상에 나왔고, 개발에 정수를 쏟겠다는 각오로 계속해서 콘텐츠를 완성도 있게 만들도록 완결까지 쭉 끌고 나갈 예정이다. 여러 외부적인 이슈가 많이 있지만 개발팀이라는 입장에서는 완성도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완결까지 갔을 때 유저들이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런저런 우려가 많겠지만 그래도 함께 지켜 봐주시면 실망스럽지 않은 콘텐츠로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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