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스타트업들의 꿈의 무대였다. 뛰어난 아이디어만 있으면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도 충분히 좋은 게임을 개발, 성공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거대자본과 대규모 마케팅이 동반된 대작게임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스타트업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거대 자본과 대규모 마케팅은 없지만 뛰어난 아이디어와 톡톡 튀는 게임성으로 유저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좋은 모바일게임들이 많다. 그리고 그 게임들 중에는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당당하게 대작들과의 경쟁을 이어나가는 게임들이 있다.
최근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임은 단연 구글플레이에서 4주가 넘는 기간 동안 유료 게임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오스앤아스(Ohs&Ahs)가 개발한 '스타트 컴퍼니'다. 게임포커스는 부부이자 개발자 동료로서 함께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있는 오스앤아스의 김부연 대표, 유소미 팀장을 만나봤다.
살기 위해 선택한 '게임',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오스앤아스는 모두가 '오(Oh)' 놀라고 '아(Ah)' 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2010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연세대학교 재학시절 김 대표와 유 팀장, 그외 직원 2명과 함께 4명이서 시작한 이 작은 기업은 우여곡절 끝에 당시 블루오션 사업으로 각광 받던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어 전자책 전용 개발툴을 개발해 정부로 벤처인증을 받을 정도로 전망이 밝은 기업이었다. 당시의 인연이 운명이 되어 김 대표와 유 팀장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시장과 기업의 기대와 달리 접근성 문제와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전자책 시장은 빠르게 무너져 내려갔다. 결국 함께 일했던 창업 인력을 스스로 내보내고 이들 부부는 먹고살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사숙고 끝에 이들이 선택한 것은 한창 개발 열풍이 불기 시작한 모바일게임이었다.
끝없는 회의 끝에 게임의 초기 기획방향이 결정됐지만 세상은 이 부부에게 쉽게 기회의 문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이까지 있는 가정이었음에도 수익이 없었다. 매출을 위해 과거의 전공을 살려 로고디자인 작업 외주를 맡았지만 당시 로고작업의 단가는 건당 2만 원 수준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엔 당장 먹고살 돈이 없었다.
개발과 외주를 끝없이 병행하며 생계와 희망을 꾸려온 이들은 결국 지난해 중소개발사와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인재단과 네이버와 손을 잡고 만든 '베타존'에 첫 테스트 버전을 올렸다.
김 대표는 베타존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트컴퍼니'는 없었다고 당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약 1,500여 명의 유저들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당시 개발한 스타트컴퍼니는 지금의 완성본과는 매우 다른 게임이었다. 사실 게임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었는데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이 정말로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어서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컴퍼니는 회사를 경영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복잡할 수 있는 실제 회사 경영을 타이쿤류 게임처럼 단순하게 바꾼 것이 특징이다. 단순 경영 게임의 수준을 넘어 모든 유저가 경영자가 돼 상대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가요소를 갖추고 있어 유저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내 등장하는 사장과 비서는 이들 부부를 투영한 캐릭터로 조금씩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나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볼 수 있는 '창업'을 게임을 통해 어렵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게 해보고 싶었다. 게임에서도 직원들 월급을 잘 주고 잘 운영을 해나간다면 현실에서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접 경험을 해보게 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단순히 회사의 운영에만 집중하지만 지금의 이 게임이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앞으로는 회사근처에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어 꾸려가는 형태로 키워보고 싶다.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실제의 삶을 반영하는 위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 만난 게임업계 고마운 은인들
모든 것이 순탄할 것 같았던 스타트컴퍼니가 출시됐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개발 당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유료버전과 무료버전을 동시에 출시했지만 무료 버전의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을 서버가 감당하지 못했던 것.
이러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터라 이들 부부는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서버가 한계에 한계를 거듭하며 불안한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을 때쯤 결국 외부에서 서버해킹이 들어와 모든 데이터가 삭제당하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고 말았다.
게임에 호평을 남겼던 유저들은 어느새 날카로운 독설가가 되어 거센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10~12시간을 서버점검에 매달릴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딱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게임 서비스를 접고 다시 재오픈을 계획하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를 때쯤 운명의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평소 스타트컴퍼니를 흥미롭게 봐온 A개발사의 B대표였다.
김 대표는 “공식카페를 통해 유저들과 소통했는데 서버가 다운되고 나서는 모든 것을 접고 싶을 정도로 암울했다. 평생 먹을 욕을 5월 한 달 동안 다 먹은 것 같다. 거의 뜬눈으로 보낸 경우가 더 많았다. B대표님이 도와주셔서 6월초 서버문제를 해결하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유저들이 있었는데 정말로 진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힘이 됐다. 많은 것을 느낀 한 달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료마켓 부동의 1위 '스타트컴퍼니' 수익은 아직, 해외 서비스에도 나설 것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게임은 다시 서비스가 됐고 유저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료게임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올렸다.
4주가 넘는 시간동안 유료게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인디게임의 수익은 어떨까? 유 팀장은 “게임 출시 전까지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근데 이제는 생활비도 어느 정도 낼 수 있고 빚도 조금씩 갚아가고 있다. 수익의 경우 광고 수익 보다는 인앱결제 수익이 많은데 서버 유지비로 대부분이 지출된다. 왜 인디게임들이 서버 게임을 만들지 않는지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스타트컴퍼니는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시작하면서 해외 퍼블리셔들이 하나 둘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북미와 대만의 퍼블리셔에서 게임 퍼블리싱 제안이 들어왔다.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본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직접 서비스를 고려중이다. 현지 유저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서비스를 위해 게임의 디자인을 변형시키고 있으며 자원봉사를 자처한 유저가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지역의 경우 8월쯤 출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절대 게임에만 '올인' 하지마세요. 현실을 봐야 됩니다"
인디게임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를 구체화 시킬 기술력이 부족하고 이들 모두가 갖춰져도 개발 속도와 마케팅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대형 퍼블리셔들에게 투자금을 받아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자본에 휘둘리게 되면서부터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스타트업들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불편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 대표는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인원이 적은 개발사는 서류작성에 인원을 분배시키기가 여의치 않다. 때문에 작은 회사들이 지원 사업을 알고 있으면서도 참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여의치 않은 만큼 어렵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주의해야 될 것으로 개발에 '올인'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모든 일을 포기하고 게임에만 매달리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유 팀장은 “최소한 자기 자신이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에서 게임을 개발해야 된다. 가족이 있다면 더더욱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열정에 올인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일을 해야 된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너무 외주만 하면 자신의 게임을 만들기가 힘든데 목표와 시간을 정해놓고 스스로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 “정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게임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김 대표 역시 '스타트컴퍼니'를 개발하면서 끊임없이 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게임을 다듬어나갔다.
김 대표는 “게임이 본질적인 재미요소가 있어야 되지 않는가? 우리도 '스타트컴퍼니'를 개발하면서도 사실 이것이 재미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아내가 내가 개발한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몰입해서 하는 것을 보고 한 가지를 깨닫게 됐다. 혼자서 만드는 게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은 본인에게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디개발자라면 특히 주변인들에게 끊임없이 검증하고 플레이시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게임 개발은 영화감독과 같다고 얘기한다. 게임에 메시지를 담는 사람이지만 게임을 혼자 만들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롤 모델이 괴짜 CEO로도 잘 알려진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라고 밝힌 김 대표는 거대하진 않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좋은 장점을 꾸준히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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