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조승래 의원은 지난 20일 게임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최근 '사드' 사태로 인해 막힌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대안과 중국 게임에 대한 현황 분석, 그리고 대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한동숭 회장이 좌장을 맡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조승래 의원, 데일리e스포츠 곽경배 부장, 명지대학교 김정수 교수, 팔팔게임즈 최승훈 대표, 엑솔라 코리아 류명 대표,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 등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현장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이제는 국내 게임업계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득세하던 시기에는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이 중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만을 바라보고 게임을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게임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내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게임업계로 불러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국내 모바일게임의 해외 진출 전략들을 검토해보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만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새로운 시장 개척 필요
이어 엑솔라 코리아 류명 대표가 중국 게임시장에 대한 현황과 주요 쟁점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판호'다. '판호'란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발급 받아야 하는 일종의 허가증으로, 각 지역 내 국가신문출판충국에 자료를 제출해 신청해야 한다.
발급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캐주얼 게임일 경우 1개월, 기타 게임은 3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산 게임들 대부분은 판호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발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류 대표는 “중국은 판호를 통해 자국의 기업을 중심으로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게임의 내용을 규제 하거나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퍼블리싱 업체를 중국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판호는 중국 업체만 발급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직접 서비스를 제한하며 홀대한다. 더군다나 판호의 발급 시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 시기를 잡는 데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는 '소녀전선', '음양사' 등 중국 게임들이 다수 매출순위 상위권에 존재하고 있다. 또 '검과마법', '펜타스톰' 등의 게임들도 현재 매출 30위권에서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해외(중국)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에 사고의 전환을 주문했다. 더 이상 중국 게임시장에서 한국게임을 우대하지 않으며, 중국 게임개발사가 자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즉, 국내에서 흥행한 대작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동과 인도, 심지어 동유럽과 중남미, 미국 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류 대표는 점점 글로벌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중국과 달리, 국내 업체들이 중국만 바라보며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 IP 확보와 PC&모바일 상생 관계가 존재하는 중국 게임업계
이어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가 중국 게임들의 퀄리티와 한국 게임의 경쟁력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광저우 게임쇼에 가서 보니, 중국은 모바일과 PC가 서로 경쟁하고 자극을 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라며 “중국 게임의 퀄리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러한 중국 게임산업의 트랜드는 IP 확보와 상생 발전이다. 대작 IP를 중심으로 고품질의 게임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으며, 한국 개발자들 또한 다수 중국 개발사에 몸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e스포츠 산업도 매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광저우 게임쇼에서 본 바, 단순히 모바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솔과 PC까지 연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은행에 예금을 하듯이 IP를 계속해서 사들이고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쌓이고 쌓여 중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최근 중국 게임들이 국내에 다수 출시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 중소 개발사들의 생존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품질의 중국 게임들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내에 출시되고, 국내 퍼블리셔들이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 중소 개발사들이 고전하게 된다.
그는 “리니지2 레볼루션과 리니지M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개발사다. 중국은 대형과 중소개발사의 상생관계가 있지만 국내는 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반전의 기회가 없다. 앞으로 대형 게임사 외에는 모바일게임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될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중국은 새로운 기술이나 이슈가 있으면 내부에 R&D 팀을 구축하거나 기술 전문가를 영입해 자사의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BM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또, BM의 다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IP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IP 개발 자체에는 소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은 더 이를 강화할 것이기 대문에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 “문제의 본질은 '사드'가 아니다, 포인트는 경쟁력”
이어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이러한 중국 게임을 상대하기 위한 경쟁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위 교수는 “사드가 본질적 문제인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사라지면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사드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사드 이슈가 없어지고 판호가 발급된다면 국산 게임이 잘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제품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게임을 일종의 '공산품'으로 취급해왔다. 2D 그래픽의 중, 저급 웹게임을 주력으로 운영 노하우와 시장의 크기를 키워나갔고, 이러한 전략은 모바일게임으로 플랫폼이 옮겨온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위 교수는 국산 게임이 사드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동남아 등의 새로운 시장을 통한 우회 전략과 '원스토어'와 유사한 글로벌 테스트 스토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각종 제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협력 모델이나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도 고려할 수 있으며, IP를 재생산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드탓' 보다는 기술력과 새로운 시장 확보 우선되어야
이어 팔팔게임즈 최승훈 대표는 “위 교수님의 말에 공감한다. '사드'가 없다고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드 이전에도 '폭풍'을 거슬러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드'를 핑계로 대고 있다”라며 “기존 개발사들이 게임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물론 인력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 의심한다. 너무 투자대비 수익 창출을 위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명지대학교 김정수 교수 또한 사드 사태가 부진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게임을 일종의 예술품, 문화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장 선도가 필요하다. VR, AR, 인공지능 등 차세대 산업과 게임을 접목시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두려워하지 말고 진출해야 한다. 또,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진출도 필요하다. 빠른 진입과 시장 선점효과를 노려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데일리e스포츠 곽경배 부장은 “중국 시장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지 재고가 필요하다. 중국은 국내에서 실패했을 때 도전하는 일종의 대안이었다”라며 “유 교수님의 지적대로 사드가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오히려 중국산 게임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드를 핑계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 부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만 하더라도 엄청난 인구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도전하려 들지 않는다. 익숙한 길로만 가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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