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넥슨 야심작 '카운터사이드'의 예견됐던 하락... 서브컬쳐 마니아 층의 마음을 읽어라

등록일 2020년03월27일 16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넥슨이 야심 차게 내세운 2020년 첫 모바일 게임 '카운터사이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출시한 스킨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카운터사이드'가 국산 2차원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가 싶었지만, 이내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심의 일격으로 봄 맞이 스킨과 스토리 상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구 관리국' 캐릭터를 출시했음에도 매출 5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출시 이전 기자의 우려가 맞아떨어졌다.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겨냥한 소위 2차원 게임으로 포지셔닝 했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프리미엄 테스트 당시부터 이어졌던 '카운터사이드'의 가장 큰 문제.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게임을 점차 개선해 나간다는 약속을 전했지만 정식 서비스 한달 만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비사이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 퀄리티 일러스트를 앞세워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공략하는 2차원 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겉보기에는 일러스트의 퀄리티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사실 2차원 게임의 핵심 재미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수집하는 것'만이 아니라 '수집한 캐릭터를 어떻게 게임 내에서 가지고 노는가'에도 있다. 새로운 캐릭터를 얻기 위해 게임에 재화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의 마음 기저에는 '노력해서 얻은 캐릭터를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

 

그러나 '카운터사이드'는 시간과 재화를 투자해 얻은 캐릭터를 활용할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임 상에서는 이용자들이 '311'이라 부르는 '자유계약 3-1-1'을 제외하면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으로, 행동력 대비 획득 경험치가 가장 좋은 '자유계약 3-1-1'을 하염없이 반복하는 것이 '카운터사이드'에서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어느정도 덱이 갖춰지기 전에는 '건틀렛'에 참여하기도 부담스러운 탓에 새로운 캐릭터를 얻든, 기존 캐릭터를 육성하든 '311'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어렵사리 얻은 캐릭터를 활용할 곳도 부족한데 캐릭터의 육성에 필요한 노력은 타 게임보다 높은 편이다. 게임은 반복 전투 기능을 제공해 행동력을 아끼면 24시간도 플레이할 수 있는 소위 '통발 게임'에 해당하는데, 반복 전투로 플레이어의 개입이 적어 피로도가 낮아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이에 게임 내에서는 캐릭터의 경험치 폭을 늘리는 방향으로 행동력 대비 콘텐츠 소모 속도 사이의 균형을 맞췄는데, 이 때문에 게임이 지나치게 하드코어해졌다는 것이 문제.

 



 

PvP를 진행하기 위해 타 이용자와의 성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결국 하루 종일 '311'을 돌려야 하지만 막상 최고 수준까지 육성할 캐릭터를 활용할 다른 곳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다. 장비를 얻을 수 있는 '레이드' 콘텐츠는 난해한 패턴과 야박한 보상 때문에 금세 의욕을 잃어버리며 단순히 갈림길을 반복할 뿐인 '다이브' 콘텐츠도 싫증날 뿐이다. 물론 골드를 지불해 '연봉 협상'을 하면 레벨을 좀더 빠르게 올릴 수 있다지만, 타 게임에 비하면 이 과정이 지나치게 길고 지루해 의욕을 상실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

 

한편,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선보인 스킨의 라이브2D 퀄리티가 상당해 게임의 독보적인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마저도 봄 맞이 스킨에서 기대가 깨져버렸다. 밸런타인데이 스킨과 비교하면 라이브2D의 퀄리티도, 전체적인 일러스트의 만듦새도 부족해 결국 이 시점부터는 게임에서 점점 관심이 멀어지게 되었다. 고 퀄리티의 라이브2D 및 일러스트를 짧은 주기로 계속해서 선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용자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완성도는 유저들이 실망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정식 서비스 약 한달 만에 시작된 '카운터사이드'의 하락세는 어쩌면 프리미엄 테스트 당시부터 예견되어 있던 일인 듯 싶다. 2차원 게임의 핵심 요소들을 따왔지만 정작 서브컬처 마니아 층이 원하는 지점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이 패인. 최근 공개된 개발자 노트를 보면 '연봉 협상'의 과정을 단축하고 새로운 지역을 출시하는 등 내부에서도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2차원 게임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제 2의 전성기가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가이아모바일코리아가 서비스 중인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출시 초반 부실 운영으로 이용자 대부분이 떠나갔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최근에는 중위권의 성적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서브컬쳐 마니아 층은 유목민처럼 이 게임, 저 게임을 순회하며 즐기는 경향을 보이기에 게임성을 꾸준히 가다듬어 다시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것.

 

'넥슨의 야심작', '류금태 사단의 신작'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10위권까지도 넘봤던 축제는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서브컬쳐 마니아 층의 수요를 파악하고 게임의 만듦새를 가다듬는데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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