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PC 온라인게임 강국에서 '코로나' 시대 까지, 국내 게임업계 격변의 10년 #2

등록일 2020년10월22일 14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게임업계는 1990년대 처음 태동한 이래 다양한 이슈들과 숱한 난관, 그리고 변화 속에서 싹을 틔워 유망한 국가 효자 산업으로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조악하고 불편한 개발 환경 속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그것들은 지금의 게임업계가 만들어지는데 힘을 보탠 양분이 되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의 지난 10년간은 PC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게임 시대에서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모바일게임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게임업계를 뒤덮었다. 또 콘솔 게임에 대한 R&D의 본격화와 VR·AR 게임에 대한 가능성이 대두되는 한편, 클라우드 게이밍과 크로스 플랫폼 그리고 '게임패스' 등 구독형 상품 등에 대한 조명도 이루어졌다. 국내 게임업계는 그렇게 IT의 발전에 따른 '급격한 변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2020년을 보내고 있다.

 



 

얼핏 보면 무탈하게 2020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게임업계에도 아직 해결해야 할 그리고 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그동안 새로운 것들에 잘 적응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또 닥쳐올 미래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시점에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도 조만간 내놓아야 한다.

 

국내 게임업계의 다사다난 10년을 함께 한 게임포커스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10년 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변화의 흐름을 플랫폼 중심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갖춰야 할 전략까지 향후 게임업계가 마땅히 갖춰야 할 경쟁력과 방향성에 대해 전망해 보기로 한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한한령'과 '판호' 미발급, 그럼에도 포기하기 어려운 중국 시장

한편, 이 시기 국내 게임사들은 꾸준히 모바일게임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었다.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적극 진출을 도모하는 한편 동남아와 일본, 북미와 유럽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이러한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했으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9.5%로 10개국 중 4위를 기록해 2015년 14.1%로 2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서는 하락했다. 내수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과도한 중화권 중심의 해외 진출 전략은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한한령'과 판호 미발급 이슈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게임업계에 주어진 이 과제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주력 장르인 MMORPG로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 성향이 비슷한 지역과 북미, 유럽 등 글로벌에 진출하는 한편, 중국의 현지 개발사와 공동개발 형태로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를 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중국에서 만든 게임들의 게임성과 완성도, 개발력이 국내를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이 시기에는 중국 모바일게임들의 국내 공략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 시기에도 '도탑전기' 등 일부 게임들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지만, '소녀전선'과 '붕괴3rd' 등 서브컬쳐 모바일게임들의 진출 그리고 예상 외의 성공은 국내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배틀그라운드' 흥행이 증명한 '웰메이드 PC 게임'에 대한 수요

PC 플랫폼 진영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스팀' 동시 접속자 3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이미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환된 시장의 트렌드를 완전히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또 2018년에는 많은 기대를 모은 PC MMORPG '로스트아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으나, PC 게임 시장에 장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모바일 플랫폼 위주로 전환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잘 만들어진 PC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로 이어지는 흥행 트렌드, 그리고 '로스트아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서비스 초기 흥행 돌풍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에 대한 높은 관심과 흥행은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변화된 시장 상황에서도 PC 게임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PC 게임보다는 모바일게임 위주의 개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강수를 두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 비용과 일정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쉬운 개발비용 회수 및 실적 실현 등이 게임사들의 모험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서 안주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글로벌 파이오니어'를 천명한 넷마블, 일찌감치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본 컴투스와 넥슨 등 일부 게임사를 제외하면 개발 및 기획과 사업 전략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던 아케이드 게임은 VR 산업의 성장, 가족을 중심으로 한 문화공간으로의 변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2016년 대비 121%나 성장했다. 이 시기에는 PC방처럼 이용 요금을 지불하고 VR을 즐겨볼 수 있는 VR 테마파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또 여러 번 반복해서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현재까지도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콘솔 플랫폼도 한국어화 타이틀의 발매와 멀티플랫폼 발매가 기본이 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꾸준히 점유율이 상승했다. 특히 콘솔 게임 개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일부 게임사들의 R&D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도 이쯤이다.

 

계속되는 모바일 MMORPG 개발 및 출시, 그리고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

MMORPG로의 장르 재편이 완전히 이루어진 2018년은 IP를 활용해 개발된 모바일게임들의 강세가 돋보이는 해였다. PC에 이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리니지'의 또 다른 성공 신화에 도전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신작들이 줄을 이어 출시됐고, '3N'과 컴투스, 펄어비스 등은 매출 성장을 지속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 영향으로 2017년 처음 PC 게임 시장의 규모를 넘어선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18년에도 성장세를 지속했다.

 



 

반면 MMORPG 장르에 대한 피로도도 동시에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저급한 퀄리티의 중국산 양산형 모바일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것과 더불어, 과도한 BM과 IP를 활용한 극소수의 MMORPG 장르만이 살아남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몰개성화가 계속됐다. 게임사들의 실적은 매해 고공행진을 기록했지만, 플랫폼을 아우르는 게임 개발 및 시장의 질적인 성장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미호요의 '원신'은 이러한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들 수 있다. '원신'은 표절 논란 속에서도 글로벌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게임은 PC와 모바일, 콘솔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면서 동시에 높은 완성도와 영리한 BM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단 5일 만에 6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더 이상 중국 게임들이 기술력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원신'의 이러한 성공은 국내 게임업계에 파장을 몰고 왔다.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의 현재 기조에 대해 되돌아보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콘솔 게임과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한편,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된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일부 주목할 만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기도 했다. 통신사와 콘솔 플랫폼 홀더, 아마존과 엔비디아 등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 및 협업으로 본격화된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한 도전이 바로 그것이다.

 

닌텐도스위치 등을 통해 이미 콘솔 보급율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지면서 퀄리티 높은 콘솔 게임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갖춰진 가운데, 5G와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게이밍이 시도되고 있다. 통신망이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고 모바일 기기 또한 잘 보급되어 있으며, 최근 퀄리티 높은 콘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국가인 만큼 테스트베드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콘솔 게임에 대한 수요는 분명 늘어났고 일부 국내 게임사들도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PC 및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는 이제 극소수만이 있을 뿐이며, 사실상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도 모바일게임 개발 경험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소비되는 게임들 또한 대부분이 해외 게임사들이 개발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이 또한 국내 게임업계가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클라우드 게이밍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클라우드 게이밍의 '언제 어디서나'라는 특징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통신사와 플랫폼 홀더들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업계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한 해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도 게임업계는 무시할 수 없는 이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제조업을 비롯해 요식, 여행, 영화 등 많은 산업군이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게임업계는 비교적 이러한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실제로 각 게임사들의 실적 또한 대체로 횡보 또는 상승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다만 이렇게 수혜를 입은 것은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성장과 실적을 위해서라면 '포스트 코로나'에 걸맞는 적절한 전략과 대응책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올 한해 세계 게임쇼들이 온라인으로 개최되고, 또 국내에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 쇼케이스로 전환하는 등 시기에 맞는 대응으로 여러 가지를 시험하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 쇼케이스 외에도, 향후 유저들의 요구와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격변의 시대 지나온 국내 게임업계, 10년 후를 미리 준비하자

서두에서도 적었듯이 지난 10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갖은 풍파를 모두 겪었다. 폭발적인 성장과 규제를 동시에 맞이해야 했으며, '바다이야기'라는 암초를 만나 큰 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플랫폼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에 발맞춘 게임사들은 주류로 올라섰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사들은 실적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PC에서 모바일로, 또 모바일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PC와 모바일, 콘솔 등 전통적인 플랫폼 안에서의 변화에 이어 이제는 '보는 게임'의 시대가 열렸으며,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과 '게임패스' 등 구독형 BM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 10년 간의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게임산업 10년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생각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PC 온라인게임은 영원한 성장 동력이 아니었다. 모바일게임과 부분유료화라는 생존 전략을 통해 게임업계는 제 2의 부흥기를 일궈냈지만, 게임산업의 고른 발전을 저해하는 양극화와 확률형 아이템 등의 사행성 문제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며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과 플랫폼 등 트렌드 변화 외에도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놓은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름 아닌 '코로나19' 때문이다. 2020년 게임업계는 '언택트'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비교적 '코로나19'의 충격을 잘 견뎌냈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이며, 언제 이루어질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글로벌적인 문제다. 도전하기에 매우 좋은 인프라와 조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내수시장에만 안주한다면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MMORPG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 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강력한 경쟁력은 철저한 준비와 시류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날카로운 시선에서 나온다.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부분유료화 정책과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 위주의 사업에서 더 나아가, 지금부터라도 미래의 게임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부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까지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하며 한국의 게임산업이 10년, 20년 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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